그리움을 안고 걷는 길, 용지못

내가 사랑한 영화관 - 마산 (4)

by 석류


IMG_4546.JPG 흰색 오리와 꽤 많은 아이컨텍을 했다.



봄내음이 따뜻하게 코를 간질이는 날, 걷기 위해 용지못을 찾았다. 따뜻한 날씨 때문인지 오리들도 용지못을 방문해 산책하고 있었다. 그중 흰색 오리의 모습이 인상 깊어서 꽤 오래 오리의 정면에 서서 바라보았다. 다른 오리와는 달리 마치 모델이라도 되는 양 혼자 사뿐사뿐 움직이는 모습이 어찌나 귀엽던지 쿡쿡거리며 웃었다. 내가 자신을 바라보는 시선을 느꼈는지, 때때로 오리는 내게 팬서비스라도 하듯이 눈을 맞춰주었다. 나는 그런 오리의 팬서비스가 고맙긴 했지만, 갑자기 내쪽으로 날개를 펴 날아오기라도 할까 봐 약간은 두려운 마음으로 슬금슬금 오리와 멀어졌다.



오리와 멀어져 못다 한 산책을 하는데, 문득 이곳이 어느 곳과 닮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전혀 다른 도시에 위치해있지만, 구미의 금오산길이 생각났다. 금오산에는 호수가 있고, 이곳에는 호수 느낌의 못이 있어서일까.



IMG_4541.JPG 이 길을 걸으며 그리운 사람을 떠올렸다. 어쩌면 그도 이곳을 때때로 걸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었다.



천천히 용지못을 거닐면서 나는 이 도시에 사는 누군가를 떠올렸다. 섬에서 알게 되었던 어떤 이를. 그는 내가 외로운 섬 생활을 할 때 자주 찾아와 주었고, 먼 곳에서도 나를 챙겨주었다. 내가 섬을 떠난 후 육지로 와서 이 도시에서 두어 번 만난 적이 있지만, 옛날만큼의 느낌은 아니었다. 나는 그대로인데 그는 조금 어색해 보였다. 물론 대화할 때는 전처럼 격 없이 서로를 대했지만, 나는 전과는 다른 미세한 공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와 헤어지고 내가 사는 도시로 돌아가며 나는 조금 슬퍼졌다. 그 미세한 간극은 이제 앞으로 우리의 만남에 걸림돌이 될 것임이 분명했으니까. 그리고 그런 내 예측은 기분 나쁘게도 딱 들어맞았다. 한 시간 걸리는 도시에 서로 살지만, 우리는 섬에서보다 더 보지 못하게 되었고 가끔 나누던 연락도 뜸해졌다. 그는 지금 어떻게 지내고 있을까. 내가 이 도시의 어느 곳을 걷고 있는 걸 알까. 오랜만에 얼굴도 볼 겸 연락을 해볼까 했지만, 관두었다. 갑작스러운 연락에 번개처럼 나올 수 있는 사이가 아니니까 이젠. 씁쓸한 마음으로 한참을 걷다가 다시 오리가 있는 곳으로 돌아가 오리와 한 번 눈을 맞추고 용지못을 벗어났다. 다음번에 이곳에 올 때는 조금은 가벼운 발걸음으로 산책을 할 수 있으면 좋겠다. 안녕, 용지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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