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삼오오 함께 모이는 곳, 오오극장

내가 사랑한 영화관 - 대구 (1)

by 석류


햇볕이 따스하던 어느 날, 내 발걸음은 그 어느 때보다 가벼웠다. 오늘의 인터뷰는 대구의 독립영화 전용관인 오오극장에서 이루어질 예정이었는데, 버스에서 내려 오오극장 로비에 들어서는 순간 나는 직감했다. 이 작고 소담한 공간을 앞으로 내가 자주 찾게 될 거라는 걸. 그렇게 기분 좋은 예감과 함께 오늘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IMG_8964.JPG 오오극장 입구.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독립영화 전용관 오오극장에서 홍보를 맡고 있는 노혜진이라고 합니다.”



자기소개를 하는 혜진 님의 목소리는 무척이나 쾌활했다. 그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인터뷰어로서 그를 마주하는 게 아닌, 마치 팟캐스트 진행자가 된 듯한 발랄한 느낌이 들었다.



“오오극장이라는 이름이 인상적인데요. 이름은 어떻게 결정이 되었나요?”

“오오극장이라는 이름이 결정되기까지 여러 가지 후보군들이 많이 나왔다고 해요. 이름을 정할 때는 제가 함께하지 못해서 나중에 전해 들었는데요. 어떤 이름을 정할지 고민의 시간이 길어지다 보니 다들 지치기도 해서, 좌석이 55석이니까 오오극장해! 이런 말이 나왔다고 해요. 그리고, 삼삼오오라는 말이 있잖아요. 저희가 운영하는 카페 이름이 삼삼이고, 극장이 오오에요. 삼삼오오 모여서 여러 문화를 누리셨으면 좋겠다는 생각에 오오극장으로 최종 이름이 결정되었습니다.”



오오극장이라는 이름의 뜻이 무척이나 궁금했는데, 여러 중의적인 뜻이 담겨 있는 이름이라니 흥미로웠다. 55석이라는 영화관의 정체성을 가져가면서, 삼삼오오라는 단어처럼 모두가 모여서 문화를 향유할 수 있는 공간이라니. 매력적인 이름이다.



“오오극장은 어떠한 이유로 오픈하게 되었나요? 어떻게 오픈하게 되었는지 오픈 이유도 듣고 싶습니다.”

“대구에서 독립영화관을 만드는 게 지역 영화인들이 꿈꾸던 숙원 사업 같은 거였어요. 지역에서 영화를 제작하는 것도 힘들고, 영화를 만든다 하더라도 상영할 곳이 마땅히 없었죠. 심지어 대구에는 전문적인 영화과도 없을 정도로 영화적 인프라가 부실했어요. 문화 다양성인 측면이나 제작자의 입장에서 볼 때도 독립영화를 전문으로 상영하는 전용관이 꼭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대두됐죠. 오픈을 하기까지 여러 번 무산도 겪었어요. 우여곡절 끝에 2015년에 개관을 하게 됐는데요. 대구 시민 단체, 대구경북독립영화협회, 민예총, 미디어핀다등의 단체들이 주축이 되어 만들어졌어요. 그 과정에서 시민들의 자발적인 후원도 있었고요. 그래서 저희 상영관 안의 의자를 살펴보면 후원을 해주신 분들 이름이 하나하나 새겨져 있어요. 그렇게 단체와 시민들이 모여 오오극장이 탄생하게 되었습니다.”



영화적 인프라가 부족한 도시에서 이렇게 오오극장이 탄생하기까지 얼마나 많은 눈물의 순간들이 있었을까. 무산을 겪을 때마다 마음의 상처는 더 쌓여갔을 것이고. 그러나, 결국 여러 힘든 순간들을 이겨내고 오오극장은 탄생했다. 이 사랑스러운 영화관이 탄생할 수 있게 힘을 모아준 모든 분들에게 고맙다는 인사를 건네고 싶다. 의자에 이름이 새겨진 이들은 이곳에 올 때마다 자신들이 함께 만든 공간임을 생각하며, 기쁜 마음으로 영화를 볼 거라고 생각하니 마음이 뭔가 따스해졌다.



“오오극장은 지역 최초 독립영화 전용관이라는 슬로건을 가지고 있는데요. 슬로건에 대해서도 얘기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이 말은 저희를 설명하는 가장 잘 어울리는 수식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슬로건이라고 막 내세우고 있지는 않지만, 사실 약간은 자랑스럽기도 해요. 서울을 제외한 지역 최초로 만들어진 독립영화 전용관이니까요. 지금은 여러 지역들에 전용관이 생겼지만, 저희가 개관할 당시만 해도 지방에서는 최초였어요. 그래서 최초라는 것에 대한 책임감 같은 게 있어요. 망하지 않고 오래 버텨야 한다는 그런 책임감이랄까요?”



서울에는 꽤나 많은 작은 영화관이 있지만, 지방에서는 손에 꼽을 정도로 작은 영화관의 수가 적다. 게다가 지역 최초의 독립영화 전용관이라는 이름 때문에 부담감도 컸을 테다. 오오극장이 앞으로도 오래 버텨서 지역에서도 이러한 공간이 지속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주면 좋겠다.



“보통은 카페나 SNS를 위주로 운영하는데, 오오극장에서는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는 것도 인상적이에요. 처음부터 홈페이지를 함께 운영하려고 생각하셨나요?”

“네. 처음부터 함께 운영하려고 만들었어요. 포털사이트에 검색했을 때 가장 먼저 노출되는 게 홈페이지인 데다가 상영 시간표나 행사들을 올리고, 아카이빙 하기에는 홈페이지만큼 좋은 게 없더라고요. 그래서 오픈할 때부터 당연히 홈페이지는 해야 한다고 생각했어요.”



이전에 진행했던 인터뷰에서도 아카이빙을 위해 홈페이지를 운영하는 곳들이 있었다. 오오극장 또한 마찬가지로 아카이빙을 위해 홈페이지를 운영하고 있었다. SNS는 빠르게 게시물들이 스쳐 지나가지만, 홈페이지는 차곡차곡 하나의 기억창고처럼 게시물들을 저장해나갈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오오극장의 홈페이지는 심플하면서도 정보들을 살펴보기 좋은 형태로 구성되어 있어서 SNS가 어렵게 느껴지는 사람들에게 더할 나위 없이 적합한 공간이다.



IMG_8962.JPG 커피로 열고 영화로 닫는다는 문구가 매력적인 삼삼다방.



“오오극장의 옆에는 삼삼다방이 자리해있습니다. “33다방은 10시에 은근히 커피 향을 풍기며 열고, 23시에 사람 냄새 가득한 채로 닫아요.”라는 문구가 매력적이에요. 삼삼다방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영화관 운영만으로는 수익이 나지 않아서 운영 수익의 문제로 만들어진 이유도 있지만, 그건 여러 이유 중의 하나고요. 삼삼다방을 살펴보시면 카페 공간에서 전시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대구 지역에서 활동하는 예술가 분들에게 전시공간을 마련해드리고 싶은 마음이 있었어요. 삼삼다방을 그러한 복합 문화 공간으로 만들고 싶어서 오픈한 게 가장 큰 이유예요. 그리고 영화를 보고 나와서 영화의 여운을 느끼며 이야기를 나눌 수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하기도 했고요. 실제로 삼삼다방에서 모여서 영화를 함께 보시고, 영화 이야기를 나누시는 분들도 많이 계세요.”



커피와 영화는 찰떡궁합처럼 잘 어울린다. 그렇기에 커피 향이 은은하게 퍼지는 삼삼다방은 영화를 보기 전엔 휴식의 공간으로써,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여운을 즐길 수 있는 공간으로 안성맞춤이다. 삼삼다방에서 진행되는 전시들을 구경하는 재미도 있고. 언젠가 나도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고 삼삼다방에서 즐겁게 영화 이야기를 떠들고 싶다.



“오오극장에서는 여러 기획전을 비롯해, ‘도시락 영화제’, ‘무박 2일 영화제’, ‘불온한 영화 특별전’ 등의 프로그램도 진행 중인데요. 이러한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고, 어떤 식으로 진행이 되고 있는지도 소개해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저희가 지역단체나 커뮤니티와 함께 만들어진 곳이기 때문에, 항상 함께 가야 한다는 생각을 가지고 있어요. 그러한 협업의 일환으로 기획전들이 진행된 것들이 있어요. 사회복지영화제, 대구 청년영화제, 퀴어영화제 등등의 기획전이요. 그리고 독립영화에 대해 어렵게 느끼시는 분들에게 보다 쉽게 독립영화에 접근할 수 있도록 문턱을 낮추는 느낌으로 하고 있는 기획전도 있고요. 이러이러한 재미있는 영화들이 있는데, 잘 모르시는 분들이 많으니 저희가 하나의 테마로 묶어서 소개를 드리는 거죠. 단편 영화 중에 오렌지 필름이라고 단편 기획을 하시는 분과도 몇 년째 함께 프로그램을 하고 있어요. 단편은 극장에 따로 개봉이 되는 것도 아니고 해서, 접하기가 더 어렵잖아요. 정말 좋은데 상영의 기회가 없는 영화들을 매달 한 번씩 상영하는 시간들을 오렌지 필름 프로그램을 통해 하고 있어요. 연출하신 감독님이나 출연한 배우들을 모시고 관객과의 대화를 진행하기도 하고요. 각 배우들의 단편 작품을 묶어서 배우전을 상영하기도 했어요. 사회적인 이슈가 있을 때도 기획전을 진행해요. 세월호 참사나 용산이라던지 전태일 열사에 대한 것도요. 결론적으로 기획전은 함께 지역과 공생하는 것과, 쉽게 접하기 힘든 좋은 작품을 소개하는 의미로 꾸준히 여러 형태로 진행 중이에요.”



지역과 함께 공생하고, 관객들에게 쉽게 접하기 힘든 작품들을 문턱을 낮추어 소개하는 오오극장의 기획전은 영화인과 관객들이 보다 능동적으로 움직일 수 있도록 만들어주는 하나의 매개체와도 같다.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 아닌, 함께 걸을 수 있는 곳으로써의 극장이 대구에 있다는 사실이 벅차게 다가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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