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에서 일합니다

오늘도 편의점에 있습니다 - 제1화

by 석류


2017년 가을, 나는 편의점에서 근무를 시작했다. 그 해 봄 나는 첫 책을 출간했는데, 첫 책을 내면 앞으로 꽃길만 펼쳐질 줄 알았다. 그러나 그건 허상에 불과했다. 꽃길은커녕 인지도가 낮은 무명작가인 내가 책 판매량으로 먹고산다는 건 가당치도 않은 일이었다. 마치 상상 속의 유니콘을 만나는 일과 비슷하달까. 책 출간과 함께 일했던 곳을 그만두고 몇 달간 국내와 국외를 떠돌았는데, 그런 생활을 반복하다 문득 불안감이 엄습했다. 가진 돈이 바닥을 보이고 있었으니까. 당장 먹고살 수 있는 방법을 궁리해야 했고, 최대한 교통비를 아끼며 집에서 걸어 다니며 일할 수 있는 곳을 찾다 보니 편의점이 눈에 띄었다. 운이 좋게도 때마침 평일 알바를 구하는 곳이 있었다. 주말 이틀간은 오롯이 내 시간으로 쓰면서 창작활동을 이어갈 수 있다는 점에 이끌려서 나는 편의점에서 일을 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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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편의점에서 일하는 게 처음은 아니었다. 예전에 나는 휴게소에서 일을 한 적이 있는데 그때 한 달마다 돌아가면서 식당 파트, 카페 파트, 편의점 파트에서 일을 했다. 내가 가장 좋아한 업무는 편의점이었다. 초단위로 에스프레소 샷을 내리는 카페 파트와 진상들을 상대하는 일이 잦은 식당 파트보다 상대적으로 일이 수월했기 때문이다. 물건 정리와 계산만 똑바로 잘하면 되는 거였으니까. 그러나, 일반 편의점보다 품목이 작은 휴게소와는 달리 프랜차이즈 편의점은 더 다양한 품목을 구비하고 있었고, 나는 일을 시작하며 편의점에서 판매하는 물건이 생각보다 더 많다는 사실에 내심 놀랐다. 손님으로 들어섰을 때는 재빨리 물건을 고르고 나가는 일에 급급해 그렇게 편의점이 물건이 많다는 생각을 해보지 못했기 때문이다. 물건의 위치들을 속속들이 파악하게 될 때쯤 나는 편의점에 대한 이야기를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그러한 생각들로 이 시리즈는 시작되었다.


많은 사람들이 매일 드나드는 ‘편의점’이라는 공간에서 벌어지는 수많은 일들을 앞으로 차근차근 풀어내가려 한다. 내게 있어 하나의 루틴과도 같은 편의점 생활을 여러분에게 진솔하게 들려주고 싶다. 누군가에게는 잠시 머물다 갈 뿐인 곳이지만, 또 다른 누군가는 그곳에서 하루 반나절의 시간을 보낸다. 그렇게 오늘 하루도 나는 편의점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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