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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Feb 09. 2020

인천 시민들의 사랑방, 영화공간 주안 上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인천 (1)

 

영화공간 주안 입구.



 뜨거운 햇살과 매미소리가 귓가에 꽂히는 여름, 나는 인천에 왔다. 오늘의 인터뷰는 인천에 위치한 영화공간 주안에서 진행될 예정이었는데 꼭 한 번 와보고 싶었던 곳이라 기대감에 마음이 부풀어 올랐다. 주안역에 내려서, 영화공간 주안에 발걸음을 내딛는 순간 나는 예감할 수 있었다. 이곳이 내게 들려줄 이야기가 무척 흥미로울 거라는 걸. 그렇게 흥미로운 기분으로 오늘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영화공간 주안 관장 심현빈이라고 합니다. 영화공간 주안에는 2019년 1월 15일부터 근무하고 있어요.”     



 심현빈 관장님은 인자한 미소와 함께 자기소개를 했는데, 그 미소가 어찌나 따뜻했던지 약간은 긴장했던 마음이 사르르 풀어졌다.     



“영화공간 주안은 지자체가 설립한 국내 최초의 예술영화 전용관인데요. 보통의 예술영화관들은 개인이 운영을 하는 곳이 많습니다. 처음부터 이렇게 지자체가 설립했다는 게 참 흥미롭습니다. 어떻게 오픈하게 되었나요?”

“2007년에 영화공간 주안이 개관하게 되었어요. 주안이 지금 위치한 공간은 예전에 맥나인이라는 이름의 영화관이었는데, 경기가 어려워지면서 운영을 하기가 힘들어졌나 봐요. 그래서 구청장님이 이 공간을 매입해서 예술영화관으로 운영하는 게 어떻겠냐고 해서 주안이 시작되었죠. 지금 이 공간 외에 다른 건물도 매입을 함께 해서 예술영화관을 비롯해서 주안 영상 미디어센터도 같이 운영을 하고 있고요. 주안 영상 미디어센터도 영화공간 주안처럼 지자체에서 함께 운영하는 곳인데요. 주안에 영상문화 창작 지대를 만들기 위한 꿈을 가지고 설립이 된 곳이에요. 구청장님이 단순히 공간을 만드는 것에 그치지 않고, 지금도 한 달에 한 번씩은 영화공간 주안에 오셔서 영화도 보시면서 직접 행동으로 애정들을 보여주고 계세요.”     



 다른 예술영화관들은 개인이 운영하는 곳이 많은데 반해, 영화공간 주안은 지자체에서 운영을 하고 있다는 점이 달랐다. 지자체에서 이렇게 시민들의 문화적 니즈를 충족시켜줄 수 있는 공간을 운영한다는 사실은 상당히 매력적이고 힘이 되는 것 같다. 따로 운영예산이 나오기에 운영적인 측면에서 걱정을 한시름 덜 수 있으니까. 이러한 공간을 만들어준 구청장님에게 고맙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가 아니었다면 이 공간의 시작도, 그리고 공간을 이어나가는 것도 참 힘들었을 테니까.    

 


영화공간 주안의 줄임말인 영공주가 쓰여있는 홍보존.



“영화공간 주안이라는 이름은 어떻게 결정이 되었나요?”

“주안이 영상문화 창작 지대라는 것을 강조하기 위해서 붙은 이름이에요. 줄임말로 보통은 영공주라는 이름으로도 많이들 부르곤 하죠.”     



 줄임말이 너무 귀엽다. 영공주. 마치 사람 이름 같기도 하고, 영화 공주 같기도 한 귀여운 줄임말에 내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주안의 4개 관에서 상영 중인 영화의 시간표가 모니터에 띄워져 있다.



“다목적 소공연장인 ‘컬쳐팩토리’를 비롯해 주안에서는 하나의 상영관이 아닌 총 5곳의 상영관들이 있는데요. 상영관이 여러 개 있어서 훨씬 탄력적인 상영이 가능할 것 같습니다. 상영을 진행하는 데 있어서, 각 관들만의 장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영화마다 타깃이 다 달라서 관 배정도 다르게 해요. 그리고, 1부 2부로 나뉘어서 개봉하는 작품도 있기에 그런 작품들의 상영도 관에 배정할 때 신경을 쓰고요. 보통 8편에서 10편 정도의 작품이 4개의 상영관에 분산돼서 상영되고 있어요. 스크린 쿼터도 신경 써야 하기 때문에, 한국 영화 상영 비율도 상영시간표를 짤 때 많이 살펴보고 배정해요. 관마다 객석수도 다른데요. 상영관 전체의 좌석수가 582석인데, 1관은 112석, 2관은 136석, 3관은 98석, 4관은 150석, 컬쳐팩토리는 86석이에요. 컬쳐팩토리 같은 경우는 상영보다는 대관 활동 위주로 많이 하고 있어요. 다른 관에서 영화를 상영하고 GV를 컬쳐팩토리로 옮겨서 하는 경우도 있어요.”      



 보통의 예술영화관들은 주안처럼 많은 상영관을 보유하고 있지 않다. 2개의 상영관으로 돌아가는 곳이 대부분인데 반해, 주안은 컬쳐팩토리를 빼고도 4곳의 상영관이 있기에 탄력적인 상영과 장기 상영이 가능하다. 많은 상영관만큼 시민들에게 더 많은 영화를 소개할 수 있는 부분도 매력적으로 다가온다.    

 


“‘북 씨네’, ‘시네마차이나 인천’, ‘스웨덴 영화제’, ‘인천독립영화제’, ‘사이코시네마 인천’ 등의 프로그램들이 정기적으로 진행되고 있는데요. 이러한 프로그램들에 대한 소개도 해주시면 좋겠습니다.”

“사이코시네마 인천은 영화를 좋아하시는 정신과 의사분과 함께 진행했던 프로그램인데요. 2회 정도 진행이 되었고, 현재는 하지 않고 있어요. 북 씨네는 인문학적인 느낌으로 접근해서 책과 함께 영화를 바라보는 프로그램이고요. 스웨덴 영화제를 비롯해서 프랑스 영화제도 진행을 했었어요. 그런데 프랑스 영화제는 당분간 개최하기가 힘들어져서 다른 국가로 바꿔서 새로운 영화제를 해보려고 구상하고 있어요. 그리고 인천 여성 영화제, 인천 인권 영화제등을 매년 정기적으로 상영하고 있어요. 서울 독립 영화제 순회 상영도 하고 있고요. 특별히 그 해에 이슈가 되었던 감독이나 배우를 중심으로 한 기획전도 꾸준히 기획하고 있어요.”     



 주안에서는 매 시즌마다 흥미로운 기획전 프로그램들이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GV 행사도 많이 열리는데, 다음에 기회가 된다면 GV도 꼭 참여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곳에서 함께하는 GV는 얼마나 훈훈하고 따뜻할지 기대되니까.     



“영화공간 주안에서는 매년 2회 SNS를 중심으로 활동하는 ‘영화공간 주안 리뷰어’를 모집하는데요. 현재 16기가 활동 중이라고 들었습니다. 주안에게 있어서 ‘영화공간 주안 리뷰어’ 활동은 어떤 의미를 가지는지 궁금합니다.”

“리뷰어들은 서포터즈 역할을 하는 영화공간 주안의 하나의 미디어 홍보단이라고 할 수 있는데요. 아무것도 없이 대뜸 홍보 활동을 하라고 하면, 어떻게 활동을 하겠어요. 공간에 대한 애정과 자부심을 가지고 활동할 수 있게 저희가 뒤에서 뒷받침해주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해요. 예전에는 15명 정도의 리뷰어가 활동을 하셨는데, 지금은 현재 13명 정도가 활동을 하고 있어요. 리뷰어들이 지속적으로 활발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직원들도 회의를 하면서 그런 부분에 대한 의논을 많이 해요. 한 달에 한 번씩 워크숍 개념으로 주제를 가지고 모이기도 하고요. 그리고, 인천에 인천 시네마 테크 협회가 있는데요. 리뷰어들이 활동이 끝나고 난 뒤에 인천 시네마 테크 협회에서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원과 연계도 이루어지고 있어요.”     



 단순히 영화공간 주안만의 리뷰어 활동이 아닌, 시네마 테크와 연계해서 그들의 리뷰어로서의 능력을 계속 발휘할 수 있도록 하는 모습이 인상 깊다. 이런 것들이야말로 바로 윈윈 전략이 아닐까. 시네마 테크에서는 새로운 자원을 발탁하지 않아도 주안을 통해서 검증된 자원을 활용할 수 있으니 얼마나 좋은 일인가 싶다. 이런 연계 활동은 리뷰어들에게도 분명 큰 힘이 되는 일일 것이다.     



“멤버십 회원 제도도 상당히 흥미롭습니다. 보통은 연회비를 내야 멤버십 카드와 혜택을 주는데 반해 주안은 홈페이지 가입만 하면 바로 멤버십 카드를 현장에서 발급받을 수 있다고 들었습니다. 가입비와 연회비가 없는 게 파격적으로 느껴지는데요. 무료 멤버십 제도를 운영하게 된 이유가 있을까요?”

“이 공간에 들르신 관객들이 멤버십 제도를 통해서 좀 더 영화나 공간에 관심을 가질 수 있게 하기 위해서 무료로 멤버십 제도를 시작하게 됐어요. 멤버십에 가입하시면 매주 상영 소식과 행사가 담긴 뉴스레터를 메일로 발송해 드리고, 10% 영화 할인과 여러 가지 혜택들을 드리고 있어요. 문자로도 행사들에 대한 안내를 드리고요.”     


 나 또한 홈페이지에 회원가입을 하고, 회원카드를 발급받았는데 그 지역에 살지 않아도 홈페이지라는 매개를 통해서 회원이 되고 카드를 발급받을 수 있다는 사실은 공간에 무언의 소속감이 들게 한다. 회원 카드를 통해서 영화공간 주안과 좀 더 밀접해진 기분도 들고. 좋은 시스템이다.     



“뉴스레터에 대한 것도 흥미로운데요. 홈페이지에만 정보를 올려놓고 메일링을 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직접 뉴스레터를 매주 발송하는 게 매력적이었습니다. 뉴스레터 발행으로 인한 장단점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홈페이지에 가입을 하시게 되면 매주 뉴스레터를 보내드리고 있는데요. 단순히 회원 가입을 하는 것에 그치지 않고, 회원들에게 지속적으로 정보 제공을 하는 게 중요하다는 생각을 했어요. 일단 단점이라고 한다면 메일함이 꽉 차거나 메일이 폐쇄되어서 뉴스레터를 발송해도 받지 못하는 경우인 것 같고요. 장점은 뉴스레터로 인해서 영화공간 주안에 대한 관심을 유도할 수 있다는 점인 것 같아요. 뉴스레터를 보면서 이런 상영이나 행사가 있네?라는 생각을 하면서 자연스럽게 주안에 발걸음을 하게 되니까요.”     



 내 메일함에는 영화공간 주안에서 날아오는 뉴스레터가 매주 하나씩 차곡차곡 쌓여가고 있다. 쌓여가는 뉴스레터를 바라보다가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다. 날아온 뉴스레터를 삭제하지 않고 모아둔다면 개인에게도 자신만의 주안에 대한 하나의 아카이빙이 될 수 있을 것 같다고. 정갈하면서도 간결한 뉴스레터는 보는 재미도 있지만, 모으는 재미도 있다. 앞으로도 뉴스레터 시스템이 멈추지 않고 지속되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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