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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Feb 15. 2020

인천 시민들의 사랑방, 영화공간 주안 下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인천 (2)


1관과 2관으로 입장하는 입구가 정갈하게 안내되어있다.



“영화공간 주안은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인천에서 자리를 지켜왔습니다. 인천이라는 지역에서 영화공간 주안은 어떤 의미를 가지고 있다고 생각하세요?”

“영화공간 주안은 전국에서 세 번째로 개관된 예술영화 전용관이에요. 인천에서 유일하게 다양성 영화를 상영하는 곳이어서, 미추홀구 뿐만 아니라 인천 시민 모두를 위한 역할을 안고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그런 의미에서 영화공간 주안은 지역에 영화를 매개로 한 영화 복지를 실현할 수 있는 곳이라고 생각해요. 이곳을 통해서 삶이 힘든 사람들이 위안을 얻고, 영화를 통해 삶의 만족도가 높아졌으면 하고 바라기도 하죠. 청소년들에게도 좋은 영화를 만나서 깨달음을 얻는다는 게 중요하단 생각을 하고 있어서, 어떻게 하면 청소년들이 이 곳을 알게 되고 걸음 할 수 있을까 하는 고민들도 많이 하고 있죠. 시민들의 삶 속에 자연스럽게 영화공간 주안이 들어설 수 있게 다방면으로 노력하고 있어요.”     



 11년이라는 시간 동안 한 곳에서 자리를 지킨다는 것은 무척이나 멋지고 특별한 일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공간들이 금방 생기고 사라지는 시대에 이렇게 영화공간 주안처럼 오랜 시간을 지켜오는 공간이 있기에, 공간을 이용하는 시민뿐만 아니라 이 프로젝트를 이어나가는 나에게도 큰 힘이 된다. 그런 의미에서 상영에 관한 에피소드도 분명 많을터. 관장님에게 상영에 관한 에피소드를 물었다.     



“상영을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기억의 전쟁>이라는 영화를 대관행사를 한 적이 있었는데요. 이 영화가 베트남전에 대한 다큐멘터리예요. 그런데, 이 영화를 상영하려고 하니 경찰에서 전화가 온 거예요. 이 영화가 베트남전 참전 군인들이 양민학살을 한 내용이라고, 참전하신 분들이 상영을 금지해달라고 연락이 온 거죠. 대관행사를 진행한 인천 인권 영화제 측에서는 왜 영화를 보지도 않고 이러시느냐, 영화를 보고 이야기를 하자고 말했죠. 그리고 영화를 제작할 권리도, 상영할 권리도 있다고 말했고요. 그러나 반대하신 측에서도 충분히 본인들 입장에서는 반대할 권리가 있다고 본거죠. 인천 지역에서만 200여 명이 모여서 상영 반대 집회를 했는데, 왜 영화공간 주안에서 이런 영화를 트냐는 이야기를 하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저희는 대관을 해드릴 뿐이지, 어떤 내용의 영화를 상영하는지를 제지하거나 간섭할 수는 없습니다. 그러나 어르신들이 왜 반대하시는지는 충분히 이해합니다. 이 행사를 주최한 입장도 이해를 합니다. 모두 다 있을 수 있는 일입니다.”라고 말씀을 드리고, 어르신들에게 차도 한 잔씩 드리면서 이야기를 나누기 시작했어요. 함께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그분들도 이제 상대방의 입장도 이해가 되기 시작하셨고, 우여곡절 끝에 대관 행사를 마무리 지었는데 그 날이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이야기를 들으며 머릿속으로 그 날의 상황을 그려보자 상당히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서로 간의 의견차가 존재하지만, 대관행사를 무사히 마무리 지어야 하는 입장에 있는지라 중립에 서서 의견 조율을 하느라 얼마나 힘들었을까. 행사를 잘 치러낸 관장님에게 박수를 보내고 싶어 졌다.     



“영화공간 주안을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시설적인 부분이 오래돼서 신경이 많이 쓰여요. 의자도 오래되다 보니 나사가 풀어지는 경우도 종종 있곤 하고요. 관람하시는 분들 중에도 의자가 너무 불편하다고 바꾸라고 종종 얘기하시는 분들이 있어요. 건물 자체도 오래돼서 걱정스럽기도 해요. 거의 17년 가까이 된 건물이거든요. 작년에 이 건물에서 불이 난적이 있어요. 저희 쪽에서 불이 난 건 아니고, 밑의 층에서 불이 났었는데 무섭더라고요. 그러한 상황들을 마주 할 때면 노후화된 시설로 관객들을 맞이하는 부분이 무척 죄송스럽게 느껴지곤 해요. 기기들에 대한 수명도 걱정이고요. 원래의 수명보다 환경적인 부분에 의해서 더 짧게 작동이 되는 경우들도 있기 때문에, 상영이 중단되는 일도 있었어요. 여러모로 시설이나 기기에 대한 것들 때문에 힘들죠.”     



 건물의 아래층에서 불이 났다는 이야기를 듣자 아찔해졌다. 오래된 시설이니만큼 화재를 비롯해서 많은 부분이 걱정스러울 테지만, 걱정들을 잠식시킬 만큼 많은 이들이 이 공간을 사랑해주고 있으니 앞으로도 많은 어려움이 있어도 충분히 잘 헤쳐나가리라 믿는다.     



영화공간 주안의 행사 모습과 소식이 담긴 코너.



“관장님이 생각하는 영화공간 주안만의 색깔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영화공간 주안은 다양성을 추구할 수 있는 환경이 잘 갖추어져 있다고 생각해요. 4개의 관에서 상영을 진행하고 있기 때문에, 좀 더 다양한 영화들의 상영이 가능하죠. 또 지자체에서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운영적인 측면에서는 다른 곳들보다 조금 더 편하게 영화 상영 자체에 집중을 할 수 있는 것도 영화공간 주안만이 가지는 장점인 것 같아요.”     



 관장님의 말을 들으며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다양한 관과 지자체의 서포트는 이곳만이 가질 수 있는 최고의 색이자 에너지일 테다. 그러한 생각을 하며 질문지를 힐끗 보니, 어느덧 질문들이 몇 개 안 남아 있었다. 관장님의 인생영화는 무엇일까.     



“관장님이 살아오면서 보았던 영화들 중에 인생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첫 번째로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를 꼽고 싶어요. 중학생 때 이 작품을 처음 접했고, 20대에 다시 보았는데요. 다시 보면서 펑펑 울었어요. 처음에 보았을 때와는 다른 느낌들로 이 작품이 다가오더라고요. 그 기억이 아직도 선명해요. 그다음으로는 <인생은 아름다워>를 꼽고 싶은데요. 인간의 긍정성이 삶에 어떠한 영향을 미치는지에 대한 게 잘 드러난 작품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논문을 쓸 때 긍정 심리에 대한 것들을 쓰기도 했어요. 어떤 어려운 상황에서도 내가 긍정적인 생각을 가지고 있으면, 좋은 삶이 될 수 있겠다 라는 걸 이 작품을 보며 많이 느꼈어요. 마지막으로는 최근에 본 작품인데요. <인생 후르츠> 요. 앞으로의 제 삶의 지향성에 대한 걸 생각하게 만드는 작품이었어요. 혼자만의 삶이 아닌, 지역에서 더불어 사는 삶에 대한 것들을 <인생 후르츠>를 보며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죠.”     



 혼자만의 삶이 아닌 지역에서 더불어 사는 삶. 관장님은 이미 영화공간 주안을 통해서 그러한 삶들을 실천해나가며 살고 있다. 많은 사람들이 예술영화를 접하고 공간을 찾게 하기 위해서 ‘문화복지’ 활동을 확대하고 있는 것도 그러한 활동의 일환이다. 취약계층을 위해 무료 상영도 많이 하고, 관객과의 대화도 많이 한다. 관객과의 대화는 감독을 처음 만나는 이들에게는 선물과도 같은 시간이 되지 않을까 싶다.  


   

많은 이들이 이곳에 앉아서 영화가 주는 따스한 온기를 느낄 수 있으면 좋겠다.



“관장님에게 있어서 영화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저에게 있어서 영화관은 ‘사명감’을 가지는 공간이에요. 그 사명감이라는 게 엄청 거창한 것은 아니고요. 영화공간 주안을 통해서 지역 주민들의 삶이 훈훈하고 따뜻해졌으면 좋겠다는 거 에요. 그러한 일들을 할 수 있는 곳이 바로 영화관이 아닐까 싶어요.”     



 대답을 들으며 내 마음이 다 훈훈해지고 따뜻해지는 것만 같았다. 영화관은 단순히 영화를 상영하는 곳으로 그치지 않고, 영화라는 매개로 많은 활동들을 펼쳐나갈 수 있는 도화지와도 같은 공간이다. 인천에 이렇게 도화지처럼 여러 색으로 칠해 나갈 수 있는 영화공간 주안이 있어주어서 참 고맙다.     



“관장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도서관 같은 영화관이었으면 좋겠어요. 도서관에서 편하게 무료로 책들을 대여해가듯이 영화관에서도 편하게 무료로 영화를 접하고 볼 수 있으면 이상적일 것 같아요.”     



 정말 이상적인 형태지만, 도서관처럼 영화관도 운영된다면 티켓값이 부담스러워 영화를 보지 못하는 많은 이들이 부담 없이 좋은 작품을 접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다. 비록 지금은 이상이지만 언젠가는 현실이 되기를 바라본다.     



“마지막으로, 매일 영화공간 주안의 문을 오픈할 때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문을 여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어떤 새로운 관람객이 이곳에 오실까 하는 기대감과 설렘으로 오픈을 해요. 자주 오시는 분들을 만나는 것도 좋지만, 새로운 분들을 만나는 느낌도 정말 좋거든요.”     



 언제나 새로운 이를 만나는 건 설렘을 동반한다. 관장님에게도 그런 설렘이 있다는 사실이 반갑게 다가왔다. 인터뷰를 마무리하며 나는 오늘의 인천 나들이가 무척이나 따뜻하게 내 심장을 달구었음을 느꼈다. 관장님을 비롯해 영화공간 주안에서 근무하는 모든 직원분들도 친절했고, 관람한 영화도 좋았다. 아마, 앞으로 인천을 떠올리면 가장 먼저 영화공간 주안이 떠오르지 않을까. 한 여름의 햇살보다 더 포근하고 빛났던 인천에서의 하루를 오래도록 기억 속에 간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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