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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Feb 16. 2020

나그네의 걸음을 멈추게 하는 곳, 옛 시민회관 쉼터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인천 (3) 

 

옛 시민회관 쉼터에 세워져 있는 5.3 민주항쟁 표지석.

 


 영화공간 주안에서 영화를 보고 여운을 곱씹으며 천천히 주변을 걸었다. 내 발걸음이 멈춰 선 곳은 근린공원으로 꾸며진 옛 시민회관 쉼터였다. 예전에는 이곳에 인천 시민회관이 있었는데, 구월동에 새로 예술회관이 생기면서 시민회관을 철거하고 대신 근린공원으로 꾸몄다고 한다. 1980년대의 이곳은 5.3 인천 민주항쟁을 비롯해 민주화에 대한 열망이 가득한 시민들의 단골 집회 장소이기도 했다. 그러한 사실은 공원의 중심부에 위치한 표지석을 통해서도 알 수 있었다. 그 시절, 민주화를 바라며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이곳에서 간절한 목소리로 소리쳤을까를 생각하니 괜히 마음이 먹먹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감사했다. 그 목소리들이 쌓이고 쌓여서 지금 우리는 어둡던 시대를 넘어서 자유롭게 자신의 의견을 표출할 수 있는 시간들을 보낼 수 있는 거니까.     



햇빛을 피해 그늘 밑에 자리 잡고 앉아 쉬고 있는 시민들.



 다소 더운 날씨여서 그늘 밑에 앉아서 오가는 사람들을 가만히 바라보았는데, 나와 같은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많았던지 내가 앉은 지 얼마 되지 않아 햇빛을 피할 수 있는 자리는 금세 다 차 버렸다. 평화롭게 나뭇가지 사이로 햇살이 떨어지고, 재잘거리는 아이들이 뛰어노는 풍경을 응시하고 있으니 나른함이 몰려왔다. 비록 규모가 큰 공원은 아니어도, 도심 속에서 잠시나마 이렇게 휴식을 취할 수 있는 공간이 있다는 게 참 좋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이곳을 잠시 스쳐 지나가는 나그네지만, 누군가에게는 소중한 휴식공간으로 존재하겠지. 나른함을 안고 그렇게 나는 주안에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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