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처럼 다가오는 곳, 에무시네마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1)

by 석류

IMG_8139.JPG 오늘의 인터뷰 장소인 에무시네마.



차가운 바람이 옷깃을 자꾸 여미게 하는 겨울, 인터뷰를 위해 에무시네마를 찾았다. 사실 이번이 첫 방문은 아니었다. 인터뷰 몇 주 전 영화도 볼 겸 에무시네마를 방문했었는데, 그 날 이곳에 들어서자마자 나는 흠뻑 빠져버렸다. 공간이 나를 끌어당긴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강렬하게 에무시네마에 마음을 사로잡혔다. 어찌나 빠져버렸던지, 공간을 나서며 돌아가는 내내 에무시네마의 이야기를 담고 싶다는 강렬한 욕망이 일었다. 그런 마음을 안고 떨리는 마음으로 인터뷰를 요청했고, 다행히도 흔쾌히 수락을 받아서 몇 주 후 나는 다시 이렇게 이 공간에 들어설 수 있었다. 그렇게 설렘을 안고 오늘의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복합 문화공간 에무에서 에무시네마 담당을 맡고 있는 프로그래머 손지현입니다.”



손지현 프로그래머님은 나긋나긋한 목소리로 자기소개를 했는데, 그 모습이 시네마와 참 잘 어울린다는 생각이 들었다.



IMG_8129.JPG 에무 건물 옆 공간에 적혀져 있는 글귀.



“에무는 에라스무스의 약칭이라 들었습니다. 에무라는 이름은 어떻게 결정이 되었는지 궁금합니다.”

“갤러리를 맡고 있는 관장님께서 에라스무스라는 네덜란드 철학자에 대한 관심과 애정이 있으셔서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는 예술의 본질을 따르기 위해, 가치관과 정신을 따라가는 의미에서 에무 갤러리를 시작으로 에무라는 이름이 붙게 되었어요.”



에무라는 이름이 어떻게 붙었는지 정말 궁금했는데, 뜻을 알고 나니 상당히 매력적으로 다가왔다.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는 예술의 본질을 따라가는 의미를 담고 있다니. 공간과 이보다 더 찰떡일 수 있을까 싶다.



“에무로 오는 길은 마치 보물 찾기를 하는 느낌이 들기도 했는데요. 초행자에게는 조금은 길이 어렵게 느껴질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위치에 대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대로변에서 골목길로 들어와야 찾을 수 있는 위치에 있다 보니 길 찾기에 대한 문의전화가 많이 와요. 인터넷에 익숙한 젊은 층은 구글맵이나 위치 찾는 맵들을 통해서 길을 잘 찾기 때문에 많이 헤매지는 않으신데, 어르신들 같은 경우에는 그런 것에 익숙지 않으신 분들이 많아서 전화를 걸어서 물어보세요. 예를 들어 주변에 돌담길이 보이는데 어떻게 가야 하냐라는 문의도 있었어요. 서울에 돌담길이 너무 많은지라, 돌담길로 특정지어서 연락을 주시면 어떤 식으로 설명을 드려야 할지 곤란할 때가 있죠. 그래서 저희만의 길 찾기 매뉴얼을 만들어서 응대를 드리곤 해요. 매뉴얼을 만들어서 응대해야 할 정도로 번거로운 면도 있지만, 말씀해주신 것처럼 보물 찾기나 산책하는 느낌으로 찾아올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고 생각해요. 골목길이 계절감을 느끼며 걷기에 정말 좋게 되어있거든요.”



처음 방문했을 때, 나 또한 한참을 헤매다가 에무를 발견했다. 영화 시간은 점점 다가오는데, 분명히 지도에서는 근처로 나와 있는 에무가 보이질 않아서 초조한 마음이 들었다. 한참 헤매이다 에무를 발견했을 때, 누군가가 숨겨놓은 보물을 찾기라도 한 것처럼 정말 기쁘고 반가웠다. 지리적인 면에서는 처음 온 사람들에게는 분명 쉽지 않은 길이지만, 한 번 찾고 나면 의외로 어렵지 않은 게 반전 아닌 반전이다. 처음이 어려울 뿐. 첫 방문의 시간을 지나고 나면 방문자들은 헤맨 게 무색할 정도로 이곳을 금세 찾아올 수 있을 것이다.



IMG_8093.JPG 각층에 대한 간략한 소개가 계단 옆에 붙어있다.



“에무는 지하 1층 공연장, 지하 2층 미술관, 1층 북카페, 2층과 3층은 극장, 4층 옥상정원으로 이루어져 있는데요.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유기적으로 각층이 잘 나뉘어져 있다는 생각이 듭니다. 각층마다 해당 공간을 구성하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원래는 갤러리만 있었는데, 그 후에 공연장과 영화관이 생기게 되고, 북카페가 있던 자리 같은 경우는 원래 레스토랑이었는데 2018년도부터 북카페로 운영을 시작하게 되었어요. 4층 옥상정원 같은 경우는 일반 옥상이었는데, 대표님이 옥상을 꾸미시면서 바비큐 시설도 함께 갖추면서 바비큐를 원하시는 분들에게 대관도 하고 있어요.”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층마다 여러 문화 공간으로 잘 나뉘어져 있는 에무. 게다가 유기적으로 공간들이 잘 어우러지며 돌아가고 있어서, 영화만 보는 게 아닌 갤러리와 공연이 있는 날은 공연도 보고, 북카페에서 책을 읽으며 커피도 마실 수 있다는 점이 강점으로 느껴진다.



“에무는 여러 문화 공간이 어우러진 만큼 멤버십 제도도 에무시네마 멤버십을 비롯해, 특별 연간회원 가입 시 등급에 따라 시네마, 카페, 공연 등으로 나뉘어 있는데요. 보통은 통합 멤버십을 운영하는데 반해 분야별로 나뉘어 멤버십을 운영하는 게 흥미롭습니다.”

“아직 저희 통합 멤버십은 운영하지 않고 있고요. 갤러리에 연간 후원 개념으로 등록하면 공연과 시네마를 이용할 수 있어요. 시네마 같은 경우는 시네마와 북카페를 연결해서 도도 포인트를 이용한 멤버십을 운영하고 있어요.”



여러 공간이 어우러진 만큼 통합 멤버십을 운영하면 더욱 좋겠지만, 이렇게 개별적인 개념으로 멤버십을 운영하되 다른 공간과의 유기성을 유지하는 멤버십도 충분히 나름의 장점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미 이러한 멤버십을 운영함으로써 통합 멤버십의 역할을 나눠가지고 있기도 하니까.



“에무시네마는 빈 백 좌석을 운영하는데요. 이점이 무척이나 재밌게 느껴집니다. 기존의 영화관은 일반 좌석만 운영하는데, 빈 백 좌석을 운영하게 된 계기가 있나요?”

“에무 시네마가 2016년에 개관하면서, 빨간색 빈 백 좌석을 2~4개 정도를 설치를 해놓았는데 그때 사람들 반응이 너무 좋아서 계속 빈 백 좌석을 운영하게 되었어요. 지금은 빨간색이 아닌 연두색 빈 백 좌석으로 교체해서 사용하고 있고요. 스크린과 거리가 너무 가까워서 부담스러워하는 분들도 있지만, 다른 영화관에서는 쉽게 볼 수 없는 거다 보니까 재미있게 느끼시는 분들이 많은 것 같아요.”



영화를 관람할 때 일반 좌석 앞에 누워서 볼 수 있는 빈 백 좌석이 있는 게 상당히 인상 깊었다. 다른 영화관에서는 볼 수 없는 형태여서 더 흥미롭게 다가왔는데, 스크린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싶은 기분을 느끼고 싶은 관객들에게는 이보다 더 좋은 좌석이 있을까 싶다. 편하게 다리를 쭉 뻗으며 볼 수 있는 것도 빈 백 좌석만의 장점이고. 다음번에 오면 나도 빈 백 좌석에서 영화를 관람해봐야겠다.



“에무에서는 인스타그램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그리고 홈페이지를 넘어서 유튜브 채널도 운영하고 있는데요. 유튜브를 운영하는 점이 다른 곳들과는 차별화된 점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유튜브 채널은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지금은 갤러리에서 주로 유튜브 채널을 운영하고 있고요. 가끔 공연장에서 공연에 대한 것들을 찍어서 올리기도 하는데요. 갤러리 관장님의 의중이 많이 반영되어서 시작된 거다 보니 갤러리 위주로 영상이 많이 올라오고 있어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에무에 대한 정보들을 찾아보다가 유튜브 채널을 발견하고 깜짝 놀랐다. 보통은 유튜브까지 운영하지는 않기에, 유니크하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현재는 갤러리 위주로만 영상이 올라와서 조금은 아쉽지만 나중에는 시네마에서도 유튜브를 활용해서 GV 행사 영상 같은 것도 올리면 좋을 것 같다.


“1층 북카페를 둘러보니, 좋은 책들이 많이 큐레이션 되어있어서 매력적이었습니다. 일반적인 카페 공간을 넘어서 북카페로 운영하는 점도 복합 문화공간이라는 이름과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드는데요. 그런데, 사계절 출판사의 책들만 있더라고요. 예전에 사계절 출판사가 있던 건물이라 사계절 출판사의 책들만 있는 건지도 궁금합니다.”

“갤러리 관장님이 사계절 출판사와 오랜 인연을 맺고 계시는 분이고, 원래 레스토랑이었다가 북카페로 변경을 하게 된 계기도 사계절 출판사의 책 소개를 하기 위함도 있어서 사계절의 책들이 많아요. 출판사 측에서도 관객들과 밀접하게 스킨십을 하길 원했고요. 그렇기에 책과 연관된 프로그램도 사계절 출판사를 통해 진행되고 있고, 큐레이션도 사계절 출판사의 마케팅팀에서 직접 해주고 계세요.”



1층 북카페에서 커피를 마시며 책을 구경하는데, 전부 사계절 출판사의 책들로만 채워져 있어서 그 이유가 무척 궁금했는데 프로그래머님의 대답을 듣고 나자 바로 고개가 끄덕여졌다. 영화관과 출판사가 이렇게 가까운 관계를 유지하며 북카페를 이루어가는 모습이 보기 좋다. 일반적인 카페가 아닌 북카페로 함께해서 그런지 예술적인 측면에서도 에무와 더 잘 어울리는 것 같고. 북카페에 대한 이런저런 생각을 하다가, 문득 카페와 시네마가 함께하는 메뉴들에 대한 궁금증이 생겨 질문을 던졌다.



IMG_8105.JPG '켄 로치 에이드'는 <미안해요, 리키> 상영과 함께 이루어졌다.



“상영작과 카페 메뉴를 연계시켜서 판매하는 방식도 인상적입니다. 예를 들면 ‘켄 로치 에이드’ 같은 거요. 이런 아이디어는 어느 분이 내셨나요?”

“저와 카페에서 일하시는 분이 함께 의기투합해서 이런 걸 해보면 어떻겠냐는 생각에 2018년 <플로리다 프로젝트>를 시작으로 하게 되었어요. 알록달록한 영화의 색감과 카페 메뉴를 연계해서 하면 재미있겠다 싶기도 했고요. 카페에서 매번 신메뉴를 개발하는 게 쉬운 일은 아니지만, 영화와 연계해서 신메뉴를 만드는 게 신선한 작업이어서 계속하게 되는 것 같아요. 일단 메뉴 이름도 저희가 원하는 대로 붙일 수 있는 것도 재밌고요.”


매번 신메뉴를 개발하는데 많은 시간과 공을 들이는 만큼 무척 힘들겠지만, 에무시네마에서만 만날 수 있는 것이기에 시그니처와도 같이 느껴진다. 영화의 홍보와 관객들의 궁금증을 불러일으킬 수 있다는 점에서도 좋은 방법이고. 해당 영화팬에게는 이 메뉴들이 분명 큰 선물이 될 것이다. 그런 의미에서 영화의 여운을 느끼며 카페 메뉴를 만나는 그 시간들이 관객들에게 마음 벅찬 순간이 되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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