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절처럼 다가오는 곳, 에무시네마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2)

by 석류


“많은 기획전이 이루어지고 있는데, 그중에서도 ‘당신의 특별한 클래스’가 상당히 매력적이었습니다. 해당 영화의 감독님들이 직접 클래스를 진행한다는 점에서 팬들에게는 큰 선물이 될 것 같은데요. ‘당신의 특별한 클래스’는 어떻게 기획되었나요?”

“‘당신의 특별한 클래스’ 같은 경우는 어떤 특색 있는 기획전을 해볼까 회의를 하다가 2019년에 개봉한 좋은 한국 영화 중에서 관객들과 깊이 있는 이야기를 할 수 있는 작품들을 선별하고, 그 작품의 감독님을 초청해서 어떻게 영화를 만들게 되었고, 어떤 가치관을 가지고 있는지를 관객들과 함께 공유할 수 있다면 좋겠다 싶어서 시작하게 되었어요. 그래서 초청한 감독님들의 작품을 전편 상영하면서 감독님들의 이야기도 같이 듣는 시간을 마련하게 되었죠. 어렵게 감독님들을 초청했는데, 관객들의 반응이 별로 없으면 어떡하나 걱정도 했는데 걱정이 무색하게도 너무 뜨거운 반응을 많이 보여주셔서 정말 신나게 프로그램을 진행해나갈 수 있었어요.”



에무시네마에서는 많은 기획전이 상시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그중에서도 ‘당신의 특별한 클래스’가 내 눈길을 사로잡았는데, 프로그램 기획에 대한 스토리를 들으니 ‘당신의 특별한 클래스’에 참여하지 못한 게 정말 아쉽게 느껴졌다. 이런 좋은 프로그램들이 앞으로도 지속적으로 계속 관객들을 많이 만날 수 있으면 좋겠다.



“이제까지 GV도 많이 진행하셨을 텐데요. GV를 진행하며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영화를 좋아하는 관객의 한 사람으로서, GV를 진행하면서 좋아하는 감독님이나 배우분들을 직접 만날 수 있다는 게 가장 좋았어요. 2018년에 장률 감독님 기획전을 했는데, 그때가 가장 기억에 많이 남아요. 장률 감독님 같은 경우는 중국에서 지내시는 시간이 길어서 초청을 하기 어렵지 않을까 싶었는데, 행운처럼 모시게 돼서 너무 좋았죠. 그 행사를 진행할 때 <경주>의 OST 작업을 하신 백현진 뮤지션님이 우연히 영화를 보러 오셨다가 GV에 함께 참여하시게 되어서 셋이서 GV를 했는데 그 기억이 많이 남아요. 그리고 GV를 많이 진행하다 보니 특색 있는 GV를 많이 시도하려고도 해요. 예를 들어서 영화의 OST를 담당한 밴드가 오프닝 공연을 하고 함께 GV를 진행하는 것들도요. <다영씨> GV도 기억에 남는데요. 개봉하기 한 주 전에 개봉 전야 느낌으로 시사회를 진행했는데, <다영씨>가 무성영화다 보니 배우들이 변사처럼 진행을 해주신 게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변사처럼 진행을 했다니.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머릿속으로 <다영씨>의 변사 상영을 상상했고, 상상을 하는 것만으로도 재미있었다. 이렇듯 각 영화의 특색을 살린 GV 진행들로 인해 에무시네마를 찾는 관객들은 더 풍요롭게 영화를 받아들일 수 있는 경험을 가지게 될 것이다.



“에무시네마에서는 다른 영화관과는 다르게 영문자막 상영이 있습니다. 영문자막 상영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자막 작업은 어떤 식으로 이루어지는지 궁금해요.”

“박찬욱 감독님의 <아가씨>가 개봉했을 때 국내에 거주하는 외국인 관객들이 <아가씨>를 너무 궁금해해서 배급사에 연락해서 영문과 한국어가 함께 나오는 영한 자막 합본을 요청했었어요. 그렇게 배급사에서 자막을 받고 처음 영문자막 상영을 시작했는데, 거의 매 회차마다 매진을 기록할 정도여서 영문자막 상영이 수요가 있단 걸 알게 됐죠. 의미도 있겠다 싶었고요. 그래서 영문자막 상영을 계속 이어나가고 있어요. 영문자막 상영본 같은 경우는 저희가 작업을 따로 하는 게 아닌, 배급사에서 작업되어져 있는 것을 받아서 하고 있어요. 현재는 한국영화만 영문자막 상영을 하고 있어요. 한국영화를 외국인들에게 소개하는 취지의 상영이기도 하고요.”


다른 영화관에서는 영문자막 상영을 찾아보기가 힘들다. 에무시네마에서는 영문자막 상영이 꾸준히 이루어지고 있어서 자막 수급은 어떻게 되는 것인지 궁금했는데, 배급사에서 받아서 한다니 궁금증이 풀렸다. 영문자막 상영은 한국영화에 관심이 있는 외국 관객들 뿐만 아니라, 기존의 국내 관객에게도 자막과 함께 관람한다는 점에서 색다른 시간으로 남을 테다.



“에무시네마를 운영하며 가장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많은 관객들을 사로잡는 기획전을 항시 진행해야 하고, 다른 곳과 차별화를 이룰 수 있는 방향의 영화를 어떻게 편성할 것인가에 대한 많은 고민들이 있어요. 그런 부분이 힘들기도 하지만, 좋은 결과로 이어지고 있어서 보람차고 기쁘기도 해요.”



최대한 다른 곳과 겹치지 않게 상영 시간표를 짜고, 색다른 기획전들을 꾸준히 준비하고 진행해나가는 과정에서 힘든 일도 분명 많겠지만, 프로그래머님의 단단한 목소리에서 나는 앞으로도 에무시네마가 더 멋진 기획전들을 해낼 수 있으리란 생각이 들었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은데요. 에무시네마의 향후 활동 방향이 궁금합니다.”

“2018, 2019년에 종로 문화재단과 함께했던 프로젝트들이 있는데요. ‘당신의 특별한 클래스’도 종로 문화재단과 함께 했던 프로젝트였고요. 앞으로도 계속 규모감 있는 프로젝트들을 종로 문화재단과 진행해나갈 것 같아요. 그리고 에무시네마에서만 할 수 있는 기획전들을 더 많이 진행할 수 있게 노력할 예정이에요.”



에무시네마에서만 할 수 있는 기획전. 그 말이 강하게 내 마음에 다가와 꽂혔다. 에무시네마의 앞으로가 더 기대된다.



IMG_8084.JPG 창밖으로 보이는 풍경들. 계절감을 몸소 느끼게 한다.



“프로그래머님이 생각하는 에무시네마만의 색깔이 있다면 어떤 것이 있을까요?”

“<류이치 사카모토 : 코다>라는 작품을 장기 상영했을 때, 어떤 관객분이 멀티플렉스에서 먼저 작품을 관람하시고 재관람을 하러 에무시네마에 오셨어요. 멀티플렉스에서 볼 때는 음악이 좋다라는 생각만 했는데, 에무시네마에서 재관람을 하고 나와서 돌아가는 길에 첫사랑이 떠오르셨대요. 바로 그런 부분이 멀티플렉스와는 다른 점이 아닐까 싶어요. 멀티플렉스에서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 도시 풍경이 눈앞에 광활하게 펼쳐져서 감상에 젖을 시간이 없는데 이곳에서는 골목길이 워낙 서정적이다 보니까 영화의 감성에 더 젖게 하는 매력이 있는 것 같아요. 에무시네마만이 가지는 공간적인 풍경들이 영화의 매력도를 더 높여준다는 생각을 해요. 그런 점이 하나의 색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아요.”



멀티플렉스에서는 영화를 보고 나오면 답답한 느낌이 든다. 건물 숲에 둘러싸여 있어서 그런지, 영화의 여운에 젖을 새도 없이 바로 일상으로 복귀하는 기분이랄까. 그러나 에무시네마는 영화를 보고 나와 한적한 골목길을 걸으며 영화의 여운을 느끼기에 안성맞춤이다. 골목길이 아름답기도 해서 걷는 재미도 있고.



“프로그래머님이 살아오면서 보았던 영화들 중에 인생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 있다면 말씀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허진호 감독의 <봄날은 간다>를 꼽고 싶어요. 중학생 때부터 영화를 너무 좋아해서 친구들과 재미 삼아 캠코더를 들고 영화를 찍으러 다녔는데, 그 시작점이 된 작품이 <봄날은 간다>였어요. 영화에 더 빠지게 만든 작품이기도 하고요. 영화일을 하게끔 한 시작이 된 작품이기에 제게 있어서 가장 큰 의미를 지니는 영화예요.”



프로그래머님의 이야기를 들으며 캠코더를 들고 영화를 찍으러 다니는 소녀의 모습이 눈앞에 자동으로 재생되었다. 그러한 시간들이 있었기에, 지금의 프로그래머님이 있을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런 프로그래머님에게 있어서 영화관은 어떤 의미일까.



IMG_8118.JPG 혼자가 아닌 누군가와 함께 영화를 보는 재미, 그것은 영화관에서만 느낄 수 있는 고유한 재미다.



“프로그래머님에게 있어서 영화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인지 궁금합니다.”

“아무리 1인 매체가 활발한 시대라 하더라도, 영화를 함께 보는 재미를 이길 수는 없을 거예요. 다른 관객들과 함께 스크린을 보면서 느낄 수 있는 감흥들을 영화관에서는 체험할 수 있기에 절대 사라지지 않을 소중한 공간이라고 생각해요.”



같은 영화를 보아도 집에서 보는 것과 영화관에서 보는 것은 차이가 크다. 재미있는 부분에서 함께 웃고, 슬픈 부분에서는 함께 울며 혼자가 아닌 여럿이서 공감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영화관은 너무 소중한 공간이다. 이런 소중한 공간들이 오래오래 지속되기 위해서는 관객들의 힘이 필요하다.



“프로그래머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돈이 되는 영화만 트는 곳이 아닌, 작지만 큰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많이 상영하고 그런 작품들을 지켜줄 수 있는 게 바로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아닐까 생각해요.”



상업성에 휘둘리지 않고 예술의 본질을 따라가는 에무의 이름에 담긴 뜻처럼, 에무시네마는 현실에서도 작지만 큰 가치를 지닌 작품들을 많이 상영하면서 이미 이상이 현실이 될 수 있음을 몸소 보여주고 있다. 그런 점이 참 고맙게 다가온다.



IMG_8113.JPG 계단에 적힌 글귀가 인상적이다. 월요일 오후 다섯 시에 에무시네마에서 누군가와 만나 영화를 보고 싶어 진다.



“마지막으로, 매일 에무시네마의 문을 오픈할 때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문을 여시는지 궁금합니다.”

“그때그때 조금씩 느낌들이 다른데요. 저는 매주 일요일마다 한주 시간표를 짜는 작업을 해요. 어떻게 하면 시간표를 잘 짤 수 있을까 고민하고, 좋은 영화를 많이 소개하기 위해 노력하죠. 행사가 있는 날에는 행사에 대한 긴장감을 가지기도 하고요. 특히 관객이 많이 예매를 하신 날에는 상영이 별 탈 없이 무사히 잘 이루어질 수 있게 상영관의 온도나 여러 부분들을 꼼꼼히 체크해요.”



이렇듯 섬세하게 많은 면들을 챙기는 프로그래머님이 있어서 관객들이 더 즐겁게 영화를 관람할 수 있는 것 같다. 앞으로도 이 사랑스러운 공간을 찾는 발걸음들이 끊이지 않고, 꾸준히 늘어나서 더 많은 사람들이 에무시네마와 사랑에 빠졌으면 좋겠다. 내가 처음 이곳에 발걸음을 내딛자마자 사랑에 빠진 것처럼, 누구든 에무시네마에 오면 사랑에 빠지지 않고는 못 배길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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