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적한 계절의 골목을 걷다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3)

by 석류


IMG_8137.JPG 골목길에서 계절을 만났다.



에무시네마 인터뷰를 마치고 골목길을 걸었다. 다른 곳을 산책하러 갈 필요가 없었다. 에무시네마 주변의 골목길은 최상의 산책 코스와도 같았으니까. 겨울이라 해가 짧아서 하늘은 조금씩 어두워질 준비를 하고 있었지만, 그것 나름대로 느낌이 좋았다.



살면서 꽤 많은 골목길을 걸어보았지만 이곳은 색다른 느낌으로 다가왔다. 숨겨진 비밀의 장소 같았다. 광화문과 인접해있지만, 광화문의 활기와는 다르게 정적으로 다가오는 길들. 그러나 정적이지만 심심하지 않게 걷는 재미가 있는 길들. 나는 골목길을 걸으며 인터뷰로 뜨거워진 머리를 천천히 식혔다. 그리고, 이 골목길을 걸을 수많은 얼굴들을 상상했다.



IMG_8146.JPG 큰길과 이어지는 골목, 이 길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걸었을까.



어떤 얼굴은 처음 이곳을 걸으며 헤매기도 할 테고, 또 어느 얼굴은 영화를 보고 상기된 모습으로 여운을 느끼며 걸음을 골목골목에 새기기도 할 테다. 그 밖에도 여러 사연들이 담긴 얼굴들이 이 길을 지나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걷다 보니 어느새 골목은 끝나고 큰길이 나왔다. 그 덕분에 골목길 산책은 자연스레 끝나버렸지만, 길을 걷는 건 여기서 끝이 아니다. 앞으로도 나는 계속 걷고, 또 걸어 나갈 테니까. 그것이 길이던, 삶이던 아니면 알 수 없는 그 무엇일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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