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무시네마에서 본 영화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4)

by 석류


경계선.jpg 독특하고 신비로운 영화 <경계선>.



에무시네마에서 <경계선>을 관람했다. <경계선>은 남들과는 조금 다른 외모와 후각으로 감정을 읽을 수 있는 능력을 지닌 출입국 세관 직원인 티나가 수상한 짐을 든 남자 보레를 만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담은 영화다.



<경계선>을 보면서 나는 이유를 알 수 없는 불쾌함이 들었다. 그것은 흔히 접하기 힘든 트롤에 대한 묘사 때문일 것이다. 인간의 형상을 하고 있지만, 인간이 아닌 자들. 불쾌한 골짜기의 느낌을 이 작품을 보며 맛보았다. 영화 자체는 매우 훌륭하지만, 나는 그러한 감정을 러닝타임 내내 극복해내지 못해서 조금은 괴로운 마음이 들었다.



인간과 비인간의 경계를 가르는 것은 대체 무엇일까. 모습만으로는 판단할 수 없다. 이 작품 속 비인간들은 인간과 동일한 삶을 살아가니까. 그러면 우리는 어디에서 그 경계를 찾을 수 있을까. 그 경계는 바로 ‘규칙’이 아닐까. 비인간의 삶에서는 규칙도 편견도 없다. 심지어 옳고 그름에 대한 것마저도 아무런 편견 없이 경계를 무너뜨린다. 그러나 인간은 반대다. 모든 것에 규칙을 부여하며 그 규칙을 벗어나는 행위를 경계한다. 그런 점에서 인간과 비인간은 서로 다른 특성의 삶을 살지만, 사실 인간이 비인간이 되는 것은 너무도 쉽다. 비인간이 규칙의 세계로 들어오는 건 힘들지만, 인간이 규칙의 세계 밖으로 나가는 일은 일종의 선악과를 깨무는 행위와도 같이 달콤하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손쉽게 비인간이 되지 않게 노력해야 한다. 그 경계를 넘는 순간 다시는 인간으로 돌아오지 못할지도 모르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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