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를 밝히는 작은 빛, 시네마라운지MM

내가 사랑한 영화관 - 목포 (2)

by 석류


“상영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이전하기 전의 공간에서 <오장군의 발톱> GV를 진행했던 때가 가장 인상적인 기억으로 남아있어요. 그 날 김재한 감독님이 막걸리를 챙겨 오셨는데, 막걸리를 다 깔아놓고 GV를 진행했어요. 안주로 두부김치도 준비하고요. 그게 상당히 재미있었어요. 지금 일하는 스텝 중에 한 명이 관객으로 왔었는데, 그 날을 계기로 인연이 되어 엠엠의 식구가 되었죠. 다른 스텝도 GV 행사에 관객으로 왔다가 엠엠 식구가 되었고요. 그런 것들을 보고 있노라면 참 흥미롭고 감회가 남달라요.”



막걸리와 두부김치를 먹으며 진행하는 GV를 상상하니 나른한 느낌이 들었다. 그 날의 GV로 엠엠과 인연을 맺으며 새로이 스텝이 합류했다는 부분도 신선하다. 관객에서, 스텝이 되어 함께 공간을 이끌어 간다는 것만큼 특별하고 주체적인 게 있을까 싶다.



IMG_1801.JPG 게시판에 붙여진 만호동 주민 영화 모임 포스터가 눈에 띈다.



“시네마라운지MM을 운영하며 제일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영화관을 운영하는 분들을 만나다 보면 비슷한 고민을 서로 안고 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첫 번째로는 자본의 취약함이죠. 자본적인 부분에서 자유로울 수가 없기에 어떻게 지속해나갈 것인지에 대한 미래에 대한 불안감이 항상 있어요. 두 번째로는 관객들의 방문이에요. 아직 엠엠의 존재도 모르는 관객들이 많다 보니 그런 부분이 많이 고민되고, 걱정이 되곤 해요. 어떠한 식으로 홍보를 해나가야 하는지에 대한 부분이 언제나 큰 고민이에요. 마지막으로는 만호동이라는 동네가 가진 원래의 문화와 충돌하지 않고 어우러지게 해야 한다는 게 있겠네요. 바닷가 쪽이다 보니 억센 말투를 가진 분들이 많아서, 익숙하지 않은 말들에 상처를 받는 일도 있었는데 조금씩 그런 부분들을 좁혀가기 위해서 만호동 주민을 위한 영화 프로그램 상영을 해나가고 있어요. 만호동을 배경으로 한 다큐멘터리도 제작 중이고요. 만호동 주민들을 만나서 그들이 들려주는 삶의 이야기들을 차곡차곡 담으려고 열심히 준비하고 있어요.”



여러 가지 고민들을 안고 있지만, 차근차근 하나씩 노력해가는 모습을 보며 나는 더 많은 시간이 흐른 후의 엠엠의 모습을 그려보았다. 그때의 엠엠은 지금보다 훨씬 단단한 모습으로, 관객들과 같이 호흡하고 있을 거란 생각이 든다.



“이번에는 반대로 시네마라운지MM을 운영하며 제일 좋았던 기억에 대해 듣고 싶습니다.”

“타지에서 목포로 여행을 오신 관객 중에 우연히 엠엠을 알게 돼서 오신 분이 있었어요. 너무 좋은 기억으로 남았다고, 엠엠이 적힌 팻말을 선물로 만들어서 주셨는데 너무 큰 감동이었어요. 그걸 보내주시고 얼마 후에 직접 목포에 오셔서 팻말을 하나 더 만들어주셨어요. 그렇게 멀리 떨어져 있는 타지에서 이 공간을 아껴주는 분들의 마음을 생각하면 정말 고맙게 느껴져요. 잠시나마 그들에게 위안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되었다는 게 참 감사하죠. 최근에는 아내가 너무 좋다고 강력추천을 해서, 홀로 자전거 여행을 하던 남편분이 찾아오신 적이 있어요. 오셔서 왜 아내가 그렇게 추천했는지 알겠다고, 다음에는 아내와 함께 오고 싶다고 하셨던 게 기억에 남아요. 목포 지역의 관객분들에게도 항상 감사해요. 목포라는 도시에서 공간이 무사히 지속될 수 있게 여러모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을 보면 언제나 고마운 마음뿐이에요.”



지역민만의 극장이 아닌, 타지에서도 이렇게 많은 이들이 애정을 표시할 수 있는 이유를 알 것 같았다. 나 또한 엠엠에 와서 영화를 보며, 이곳의 매력에 기분 좋게 흠뻑 빠져들었으니까.


IMG_1795.JPG 매력적으로 배치된 좌석들이 영화 관람의 재미를 더해준다.



“좌석 배치가 상당히 인상적입니다. 기존의 고정적인 영화관 좌석 느낌과 다르게 이렇게 배치한 이유가 있을까요?”

“시스템적인 부분이나 음향적인 부분이 다른 영화관들에 비해 부족한 게 많아서, 공간이 주는 특유의 이미지가 필요하다고 봤어요. 이렇게 좌석을 배치하는 게 일반적인 고정 좌석의 설치보다 가격 면에서도 훨씬 저렴하고요. 사실 공간을 꽉꽉 많은 좌석으로 채울 수도 있지만, 좌석들이 가득 들어찬 것보다 오시는 몇 분의 관객이라도 편안한 시간을 보내길 바라는 마음이 컸어요. 그리고 아띠라는 어린이 연극단체가 주변에 위치 해 있는데, 어린이 연극도 극장에서 하면 좋겠다는 생각에 일부러 단도 낮게 설치를 했어요. 그렇게 소극장 같은 느낌과 영화관의 느낌을 함께 가져가려고 지금의 좌석 배치가 이루어졌어요.”



다른 영화관과는 달리 비고정적인 좌석을 배치하고 있는 점 때문인지 영화를 보며 마치 캠핑을 온 듯한 느낌을 받았다. 기존의 고정적인 좌석에서는 약간은 경직된 모습으로 영화를 보곤 했는데, 엠엠의 좌석은 자유로움이 가득해서 긴장은 풀고 휴식하는 기분으로 관람이 가능했다. 그래서일까. 엠엠의 좌석 배치는 그가 추구하는 쉼과 정말 잘 어울린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은데요. 시네마라운지MM의 향후 활동 방향이 궁금합니다.”

“엠엠이 예비 마을 기업으로 선정이 됐어요. 그래서 지역에서 더 많은 활동들을 하고, 더 오래 지속해나갈 수 있도록 관객이 주체가 된 관객 주도 프로그램들을 계획 중이에요. 우리가 관객을 모객 하는 것만이 아닌, 관객이 또 다른 관객을 만드는 그런 형태로 만들어가고 싶어요. 비록 지금은 비상설이지만 상설처럼 활발하게 앞으로도 해나가고 싶어요. 기회가 된다면 1층 공간을 활용해서 상영관도 하나 더 만들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현재는 2층에 있는 공간만 활용해서 몸이 불편하신 분들은 계단을 타고 올라와야 하다 보니 여러모로 불편함이 큰데 1층에 상영관을 꾸리게 되면 더 많은 영화들을 소개하기에도 용이하고, 몸이 불편하신 분들도 훨씬 편하게 관람을 하러 오실 수 있지 않을까 싶거든요.”



관객 주도 프로그램도, 언젠가 꾸며질 1층 공간도 기대된다. 올해 국도1호선 영화제의 슬로건인 ‘해야 할 일’처럼 엠엠은 그 ‘해야 할 일’을 천천히 퍼즐의 조각을 하나씩 맞추듯이 결국 해내고 말 테니까. 이렇게 엠엠이라는 공간을 애정 넘치게 운영하는 그의 인생영화는 무엇일까. 어떤 영화가 그에게 큰 영향을 미쳤을지 궁금해 질문을 던졌다.



“대표님이 살아오면서 보았던 영화들 중에 인생영화로 꼽을 만한 작품이 있다면 어떤 작품이 있을까요?”

“비토리오 데 시카의 <자전거 도둑>을 꼽고 싶어요.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 있는 작품이고, 네오리얼리즘의 정신들이 지역에서 만들어지는 로컬 영화와 맞닿아있다는 생각이 들어요. 지역의 영화 환경이 워낙 어렵고 열악하다 보니까, 네오리얼리즘 계열의 작품을 보면서 충분히 그런 어려운 환경도 장점으로 살릴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어요. 국내 작품 중에는 <소공녀>가 좋았어요. 보면서 나도 영화를 만들면, 저렇게 만들어 보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한 작품이었어요. 그리고, 박석영 감독님 작품들도 많이 좋아해요. 인물들을 표현하는 방식들이 상당히 뛰어나다는 생각이 들거든요.”



그의 이야기를 들으며 나는 작게 고개를 끄덕였다. 정제되지 않은 날것의 느낌이 가득한 네오리얼리즘은 로컬 영화와 닮은 구석이 있었다. 열악한 제작 환경을 긍정적으로 치환해 장점으로 살리고 싶다는 말에서 나는 그가 얼마나 영화를 사랑하는지를 다시 한번 깨달았다.



“대표님에게 있어서 영화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인가요?”

“저에게 있어서 영화관은 집이에요. 하루 중에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며 생활을 하는 공간이기도 하고, 이곳에서 많은 사람도 만나고요. 그러나 집이라고 해서 계속 지키고만 있어야 한다는 생각을 하진 않아요. 누구라도 이 공간을 원하고 지킬 수 있는 사람이 있다면, 언제든 맡겨두고 잠시 떠날 수도 있죠. 그렇듯 누구나 자신의 집처럼 주인이 될 수 있는 공간이 바로 영화관이라 생각해요.”



누구나 자신의 집처럼 주인이 되는 공간. 그 말처럼 많은 이들이 엠엠에 와서 내 집이라고 생각하고 편하게 영화를 관람하고, 공간을 사랑하게 되었으면 좋겠다.



“대표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프랑스의 소도시에 있는 영화관에 간 적이 있어요. 그곳에 위치한 영화관의 모습이 이상적으로 느껴졌어요. 외부의 지원 없이 협동조합 형태로 운영되는 영화관이었는데요. 많은 사람들이 영화관을 운영해나가는데, 수익구조도 괜찮은 편이어서 놀라웠어요. 건물 전체가 영화관 소유였는데, 영화 상영관만 있는 게 아니라 카페도 있고 책방도 있는 복합 문화공간 형태였어요. 영화를 중심으로 해서 자체적으로 문화를 만들어가는 모습들이 이상적으로 다가왔고, 시민들이 직접적으로 운영해나간다는 점에서 저도 그런 곳을 만들고 싶다는 꿈을 꾸게 됐죠.”


이미 엠엠은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에 한 발짝 다가서고 있다. 시민 극장주를 비롯한 많은 시민들이 이 공간을 아끼고 후원해주는 걸 보고 있자니 이상이란 결코 멀리 있는 게 아닌 것 같다.



IMG_17971.jpg 더 많은 사람들이 이 문을 열고 들어와 공간이 주는 힘을 느끼게 되길 바란다.



“마지막으로, 매일 시네마라운지MM의 문을 오픈할 때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문을 여시는지 궁금합니다.”

“오늘은 어디서, 어떤 관객들이 올까? 관객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눌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가장 많이 했는데 코로나 19로 인해서 관객이 줄다 보니 요즈음에는 오늘은 관객이 올까? 한 분도 안 오시는 건 아닐까? 하는 생각들이 많이 들어요. 그런 힘든 상황들을 우리는 어떻게 헤쳐 나가야 할까에 대한 부분들을 매일매일 고민하고 있어요.”



힘들지만, 계속해나가려는 의지가 있기에 지금의 이 칠흑 같은 어둠의 시기도 무사히 잘 버텨낼 거다. 목포를 밝히는 작은 빛 같은 공간, 엠엠. 이 작은 빛들이 모이고 모여, 큰 불빛이 되기를 바라며 나는 마음속으로 엠엠에 작은 응원을 날려 보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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