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포를 밝히는 작은 빛, 시네마라운지MM 上

내가 사랑한 영화관 - 목포 (1)

by 석류

이른 새벽 일어나 먼 길을 떠날 채비를 했다. 오늘은 목포에 가는 날이었다. 긴 시간 버스를 타고 달려 도착한 목포에서는 소금기 가득한 바다 냄새가 나를 반겼다. 바다 냄새는 시네마라운지MM이 위치한 만호동과 가까워질수록 더 짙어졌다. 강하게 후각을 사로잡는 바다를 느끼며 나는 오늘의 인터뷰를 위해 시네마라운지MM에 들어섰다.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저는 목포에서 태어나고 자란 목포 토박이 정성우입니다. 글 쓰는데 관심이 많아서 고등학생 때는 문예 동아리 활동을 했고, 대학도 자연스레 문예창작학과로 진학을 했어요. 그러다가 대학 졸업 후에 다큐멘터리에 관심이 생겨서, 다큐멘터리 제작 공부를 했고요. 그 이후로 계속 영화와 관련된 길들을 걸어왔어요.”


글을 사랑하는 문학 소년은 자라서, 텍스트를 넘어 영상 언어도 펼치고 있다. 초롱초롱한 눈동자를 마주하며 나는 글과 영상에 대한 그의 사랑을 자연스레 느낄 수 있었다.



“시네마라운지MM에서는 ‘국도 1호선 독립영화제’를 함께 진행하고 있는데요. ‘국도 1호선 독립영화제’는 시네마라운지MM를 만드는데 큰 영향을 끼쳤다고 들었습니다. 영화제에 대한 스토리와 시네마라운지MM의 시작에 대한 이야기들이 궁금합니다.”

“목포라는 지역에서 독립영화를 접하기엔 척박한 상황이었던지라, 영화제를 해봐야겠다는 생각을 했죠. 2014년에 다섯 편의 단편으로 영화제를 시작했어요. 처음에는 공간이 정해지지 않아서, 여러 공간을 전전하며 영화제를 진행했었어요. 영화제를 진행하다 보니 영화제 기간에만 독립영화를 본다는 점이 조금 아쉽게 느껴지더라고요. 좋은 영화들이 정말 많이 만들어지고 상영되고 있는데, 목포에서는 그런 영화들을 접할 곳이 없어서 공간의 필요성을 느꼈어요. 영화제를 비롯해서 우리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도 들려드리고 싶어서 2017년도에 영화제를 함께 고민한 사람들과 엠엠을 만들기 위한 준비에 들어갔어요. 때마침 원도심 재생 지원 사업이 맞물려서 오픈에 더 박차를 가하게 되었죠.”



직접 공간을 만들게 되게까지의 과정을 차분하게 설명하는 목소리를 들으며 나는 그가 참 멋지고 단단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했다. 분명 지난한 시간들이 있었을 테지만, 그 시간들을 버텨내며 멋진 공간을 만들어준 덕분에 오늘 내가 이렇게 목포에 와서 이야기를 들을 수 있는 것이다.



시네마라운지 MM의 입구에 세워진 나무 팻말.



“시네마라운지MM이라는 이름의 뜻이 궁금한데요. 어떻게 시네마라운지MM라는 이름을 정하게 되었나요?”

“영화만 보고 상영하는 공간이 아닌 라운지의 개념까지 가져가고 싶었어요. 커뮤니티를 지향하고 싶은 마음이 컸죠. MM의 뜻 같은 경우는 목포 무비, 처음에 영화관을 개관한 동네가 목원동이어서 목포 목원동, 무비 메이커, 기억하자는 의미도 담고 있어요. MM은 이렇듯 열려있는 의미예요. 어느 한 뜻에 국한되는 것이 아닌 각자가 생각하는 MM을 가져갈 수 있게요.”



공교롭게도 현재 위치한 동네 이름도 만호동이어서 MM이 이어지는 게 신기했다. 문득 MM에 방문하는 관객 모두가 각자의 MM을 만들고, 품을 수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MM은 모두에게 열린 의미니까.


“시네마라운지MM은 작년까지 있던 공간을 떠나, 지금의 자리로 옮겨 지난 4월 재개관을 했는데요. 오픈할 당시에도 녹록지 않은 환경이었지만, 공교롭게도 지금 현재도 많은 영화관들이 코로나 19로 인해 부침을 겪고 있는 시기에 재개관을 했습니다. 더 늦게 재개관을 할 수도 있지만, 미루지 않고 재개관을 결정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사실 재개관한 시기도 원래의 계획보다는 미뤄진 거였어요. 더 빨리 재개관을 하려고 했는데, 미뤄졌죠. 코로나가 겹쳤지만 더 이상은 미룰 수 없다고 생각했어요. 관객분들도 언제 재개관을 하는지 계속 궁금해하셨고, 저희도 재개관 시기가 너무 길어지면 공간이 잊혀지진 않을까 하는 걱정과 두려움도 들었어요. 시국이 시국인지라 따로 개관식은 하지 않기로 하고 조용히 재개관을 했죠. 코로나 시국이지만 여전히 개봉되고 있는 영화들이 있고, 휴관한 영화관이 많아서 개봉작들이 상영에 어려움을 겪고 있으니 돕고 싶은 마음도 있었어요. 많은 관객이 들지는 않겠지만, 목포에서 우리는 계속 영화를 상영하고 있습니다라는 걸 보여주고 싶었어요. 재개관을 준비하며 어려움이 많았어요. 지금 엠엠이 위치한 곳이 1930년대에 지어진 건물이고, 꽤 오랫동안 비어있던 공간이었거든요. 공사하는데 드는 예산이 만만찮았는데, 70여 명의 시민 극장주분들이 많은 도움을 주셨어요. 시민 극장주분들이 항상 여러모로 엠엠에 힘을 많이 실어주세요. 국도 1호선 영화제에도 큰 도움을 주셨고요. 영화제 5회째까지는 외부의 지원금이 없이 자체적으로 항상 준비하고 개최해왔거든요. 그렇게 항상 저희를 도와주시는 시민 극장주들에게 영화를 상영하고, 좋은 프로그램들을 만드는 게 보답하는 길이라는 생각을 했어요. 그리고 기존에 있던 공간에서 이전을 하게 되면서 지금의 건물주분께서도 많이 도와주셨어요. 어느 공간으로 가야 할까 고민하고 있었는데, 흔쾌히 먼저 이곳으로 오지 않겠느냐고 제안해주셨죠.”



코로나로 인해 재개관을 더 늦췄다면 지역에서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의 갈증이 심해졌을 것 같다. 늦추지 않고 한 덕에 작은 영화를 사랑하는 이들이 추억을 겹겹이 쌓아 갈 수 있는 시간도 더 늘지 않았을까. 용기 있는 결정을 내려준 엠엠에게 고마웠다.



“시네마라운지MM이 위치한 목포는 우리나라의 근현대사의 흔적이 아직도 선명히 남아있는 도시입니다. 목포의 역사적인 흔적들이 시네마라운지MM에 미치는 영향이 있다면 무엇일까요?”

“근현대사의 흔적들이 현재로서는 엠엠에 미치는 영향이 있지는 않아요. 그렇지만 우리가 그런 것들을 만들어가야 하지 않나라고 생각해요. 일제강점기에 쌀 수탈이 이루어지던 근거지인 미곡창고에 자리를 잡은지라 스토리를 잘 풀어내서 사람들에게 이야기를 할 필요성이 있다 싶거든요. 목포는 여러모로 시민조직이 정말 잘되어있는 도시예요. 광주와 마찬가지로 민주화의 시기를 거치면서 만들어진 시민조직들이 계속 활발히 활동을 하고 있어서 그들과 함께 하며 목포의 이야기들을 계속 만들어가고 싶어요.”



역사적인 장소에 자리를 잡은지라 그것을 하나의 스토리로 연결시켜 사람들에게 이야기하고 싶다는 말을 들으며, 어쩌면 이 미곡창고에 자리를 잡게 된 건 엠엠에게 있어서 운명과도 같은 일은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다.



엠엠의 시그니처, 보라색 티켓.



“시네마라운지MM에서 만든 보라색 티켓은 하나의 시그니처와도 같은 느낌이 듭니다. 이 보라색 티켓은 어떻게 만들어졌나요?”

“저와 스텝들 모두가 보라색이라는 색상을 좋아해요. 보라색이라는 색이 주는 의미에는 다양성도 있고 해서 찰떡이다 싶었죠. 다양성의 의미를 지닌 보라색과 영화관이 연결되는 지점들이 있기에 보라색으로 티켓을 만들게 되었어요. 티켓뿐만 아니라 출입하는 입구와 간판도 보라색으로 칠했어요. 그리고 티켓이 일회성으로 사용되고 버려지는 게 아닌 활용이 되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고, 나중에 시간이 지난 후에 티켓을 봤을 때 이런 영화를 보았구나라고 기억을 떠올릴 수 있도록 리뷰를 쓰는 칸도 넣게 되었죠. 티켓 디자인은 책에 관심이 많은 스텝이 했는데, 재질이 빳빳해서 책갈피로도 사용이 가능해요.”


일반적인 티켓들은 리뷰를 쓸 수 있는 칸이 없다. 그러나 엠엠의 티켓은 리뷰를 쓸 수 있는 칸이 있기에 많은 시간이 흐른 후에 티켓을 꺼내어봤을 때, 마치 기억의 타임캡슐을 여는 느낌이 들 것 같다. 티켓으로 그러한 느낌을 줄 수 있다는 게 신선하게 다가왔다.



“SNS 계정을 살펴보니 비하인드 영상이 올라오는 계정이 따로 있더라고요. 비하인드 영상을 보면서 시네마라운지MM이 조금 더 가깝게 느껴지기도 했는데요. 비하인드 영상을 만들게 된 계기가 있나요?”

“기존에 사용하던 계정은 제 개인 색이 너무 강하다는 느낌이 들어서, 개인의 색을 지우기 위해 새로운 계정을 생성하게 되었어요. 새 계정을 만들었다고 해서 기존 계정을 방치하기는 아쉬웠고, 어떤 식으로 활용을 할까 생각을 하다가 영화관 자체의 이야기를 담으면 좋겠다 싶어서 영상을 올리는 계정으로 사용하게 되었어요. 영화관에서의 일상들이 어떻게 흘러가는지를 영상으로 담아서 관객에게 보여주고 싶기도 했고요.”


인터뷰를 준비하며 SNS 계정을 살펴보는데 비하인드 영상이 따로 업로드되고 있어서 그 이유가 궁금했는데, 대답을 듣고 나니 궁금증이 풀렸다. 앞으로 올라올 비하인드 영상들도 기대된다.



“대표님은 원래 영화감독이셨다고 들었습니다. 감독과 시네마라운지MM 운영을 병행하며 좋은 점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다른 감독들과의 교류가 늘어난 게 가장 좋은 점인 것 같아요. 영화관이라는 공간을 통해서 인연들이 확장되는 느낌이 들거든요. 그런 부분에서는 참 좋지만, 아쉬운 점도 있는데요. 영화관 운영에 많은 시간이 투자되다 보니 막상 제 작품을 만들 시간이 줄어들었어요. 영화관 운영과 병행하다 보니 작업할 시간이 상대적으로 많지는 않거든요.”



감독이 운영하는 영화관, 엠엠. 영화관 운영으로 정작 자신의 영화를 작업할 수 있는 시간이 줄어서 분명 아쉬움이 크겠지만, 그런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뚝심 있게 잘해나가고 있으니 머지않은 시간에 그의 작품을 만날 수 있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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