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영에서 본 영화

내가 사랑한 영화관 - 강릉 (4)

by 석류


나는보리.jpg 강릉을 배경으로 만들어진 사랑스러운 영화, <나는보리>.



신영에서 <나는보리>를 관람했다. <나는보리>는 소리를 듣지 못하는 가족 사이에서 유일하게 소리를 들을 수 있는 열한 살 보리가 가족들과 같아지고 싶은 마음에, 특별한 소원을 빌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다룬 작품이다. 영화의 배경은 강릉이었는데, 그래서인지 신영에서 이 작품을 보고 있다는 게 행운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릉을 배경으로 한 영화를 강릉에서 감상한다는 건 묘한 반가움을 불러일으키니까. 더 생동감 있게 다가오기도 하고.



<나는보리>는 보는 내내 정말 따뜻해서 마치 동화책의 한 페이지를 넘기는 것처럼 느껴졌다. 귀엽고 사랑스럽지만 탄탄한 연기로 극을 이끌어가는 아역배우들의 호연은 이 작품을 더 매력적으로 느끼게 만드는 에너지가 있었다.



듣지 못하는 이와 듣는 이와의 한 지붕 생활은 가족이 아닌이가 보기에는 안타깝게 느껴질 수도 있겠지만, 정작 당사자인 보리네 가족에게는 전혀 아무런 문제가 되지 않는다. 그들에게 듣지 못해서 슬픈 건 없다. 때때로 듣는 이는 듣지 못하는 이들 사이에서 이방인 같은 낯 섬을 느끼기도 하지만, 그건 듣지 못하는 이도 마찬가지다. 듣는 이들 사이에서 그 또한 고독감을 느끼곤 하니까. 누군가에게 있어서 각자의 존재가 홀로 됨을 느끼는 순간이 있더라도, 가족이라는 이름의 공동체 안에서는 다르다. 보리의 아빠가 한 말처럼 소리의 유무와 상관없이 똑같은 모습으로 언제나 사랑하니까. 사랑은 너와 내가 달라도 그 모든 걸 기꺼이 극복할 수 있는 가장 큰 힘이자, 유일함이다. 그렇기에 그 힘으로 오늘도 보리네 가족은 서로를 버팀목 삼아 또 하루를 살아갈 것이라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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