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강릉 (3)
많은 이들이 강릉 하면, 바다를 떠올린다. 푸르게 넘실거리는 에메랄드 빛의 동해 바다. 나 역시도 마찬가지로 바다를 제일 먼저 떠올렸지만 너무도 빡빡한 일정으로 강릉에 온탓에 바다에 갈 시간이 나지 않았다. 그래서 대신 바다보다는 작지만, 한적하고 아름다운 곳을 산책하기로 했다.
강릉 중앙시장을 가로질러 걸으면 조그마한 미니 터널 겸 남대천 출입구가 나온다. 원래는 남대천에 주차하는 게 유료인지 출입구 앞에는 차단기가 세워져 있었다. 그러나, 주차장 가동시간이 아니어서 차단기는 쉬고 있었다. 도보로 남대천에 온 나는 차단기가 오르락내리락하는 것에 큰 영향을 받지는 않아서 어느 시간대에 와도 괜찮은 장점이 있었다. 이런 게 바로 도보 여행의 맛이지 않을까.
남대천에 들어서자, 내 생각보다 훨씬 탁 트인 풍경에 속이 뚫리는 기분이었다. 불어오는 바람은 물들을 간질이고는, 이어서 내 머리카락도 간질였다. 이른 오전 시간이라 사람이 없어서 오롯이 나만 남대천을 산책하는 기쁨을 누렸다. 여름임을 알리는 아침 햇살이 물 위로 아름다운 빛깔로 떨어지고, 그런 풍경을 구경하며 나는 남대천에 오길 참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 바다에 갔더라면 시원한 파도소리가 귓가를 청량하게 울렸겠지만, 사람이 많았을 테니 이런 호젓한 여유를 즐길 수는 없었을 거다. 어쩌면 이것은 빡빡한 일정이 내게 선물해준 쉼과도 같은 순간은 아닐까. 그 생각을 하며 걷던 발걸음을 잠시 멈추자 코 끝에 바람 냄새가 머물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