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항 시민들의 문화 허브, 인디플러스 포항 上

내가 사랑한 영화관 - 포항 (1)

by 석류

항상 인터뷰를 가는 날은 설레지만, 오늘은 유독 더 설레었다. 다른 때보다 더 일찍 인터뷰를 잡았던지라 인터뷰 날이 천천히 오는 느낌이어서 기다리기가 힘들었다. 그렇게 기다림의 시간을 뚫고, 인디플러스 포항에 왔다. 포항이라는 도시에서 이 공간은 어떤 이야기를 내게 들려줄까. 두근 거리는 마음으로 나는 오늘의 인터뷰이인 두 사람을 마주했다.



*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포항 프로그래머 이소라입니다.”

“안녕하세요. 독립영화전용관 인디플러스 포항에서 대리를 맡고 있는 김자영입니다.”



이소라 프로그래머와 김자영 대리의 첫인상은 서글서글했고, 밝았다. 친절하게 나를 맞이해주는 두 사람을 보며 나는 오늘의 인터뷰에서 듣게 될 이야기들이 더 기대됐다.



IMG_19781.jpg 인디플러스 포항이 위치한 포항 중앙아트홀 건물.



“제가 예전에 접한 기사에 따르면 영진위에서 인디플러스라는 이름으로 천안과 포항에 예술영화관을 개관하게 되었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만, 사실상의 주체는 포항문화재단이잖아요. 그런 의미에서 오픈에 관한 이야기가 궁금합니다. 어떻게 오픈하게 되었나요?”

“어떤 이름이 좋을까 생각하다가 인디플러스라는 이름이 가장 대중적이라고 봤어요. 대중적인 명칭을 사용할 필요가 있다는 생각을 했죠. 현재 인디플러스가 위치한 공간이 예전에는 포항시립중앙아트홀이라는 공간이었는데요. 2017년도에 영화진흥위원회의 지원을 받으면서, 중앙아트홀에 인디플러스 포항이라는 이름으로 오픈을 하게 되었어요.” (자영)



어떻게 인디플러스 포항이 오픈되었는지 궁금했는데, 간결하면서도 명확한 그의 대답을 들으며 궁금증이 해소되었다.



“다른 영화관에 비해 관람료가 상당히 저렴합니다. 3,500원이라는 가격은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하는데요. 이렇게 낮은 관람료를 책정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맨 처음 시범 운영을 할 당시는 관람료가 5,000원이었어요. 2017년에 개관 기념식을 하면서, 시범 운영가인 5,000원에서 인하를 해서 3,500원으로 관람료를 책정하게 되었어요. 그게 지금까지 이어지고 있고요. 시에서 재단에 위탁 운영을 하고 있기 때문에, 보다 시민들이 저렴하고 부담 없이 이용할 수 있도록 가격을 매긴 측면들이 있죠.” (소라)



다른 영화관과 달리 파격적이라는 느낌이 들 정도로 관람료가 저렴해서, 어떻게 이렇게 저렴한 가격으로 운영이 될 수 있나 갸웃했는데 시에서 포항문화재단에 위탁해 운영하기에 가능한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관람료가 저렴한 만큼, 더 많은 관객들이 부담 없이 이 공간을 찾으며 영화를 볼 수 있겠다 싶어서 나는 포항 시민들이 부러워졌다.



“포항문화재단에서 운영하는 만큼, 영화 상영을 비롯해 재단과 함께 협업해서 진행할 수 있는 여러 프로그램들도 많을 것 같습니다. 재단과의 협업이 주는 가장 큰 장점이 있다면 어떤 것들이 있을까요?”

“작년에 치유 영화제, 영상미 영화제등을 비롯해 재단의 축제팀과 문화도시팀과 같이 계획한 기획전들이 있었어요. 영상미 영화제 같은 경우는 또 다른 공간에서 영화를 볼 수 있는 특별함이 있었고요. 치유 영화제는 타 도시의 재난 상황에 있었던 분들을 한 공간에 모아서 공감 네트워크라는 이름으로 영화를 보고 프로그램을 진행했어요. 영화를 넘어서, 다른 여러 프로그램을 함께 진행할 수 있다는 점이 가장 좋은 점이 아닌가 싶어요.” (소라)

“서로 간의 시너지 효과가 있는 것 같아요. 영화라는 매체가 시민들이 가장 친숙하게 느낄 수 있는 것이어서 재단의 다른 부서들과 협업들이 활발히 이루어지는 편이에요.” (자영)



포항문화재단의 많은 부서들과 여러 기획전들을 준비해나가는 일련의 과정들이 매력적이다. 개인이 아닌, 재단과 함께 하기에 색다른 시도들을 해나갈 수 있다는 건 엄청난 장점이다. 시너지 효과가 있다는 자영 대리의 말이 딱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서로 간의 좋은 시너지 효과를 주고받으며 행사들을 만들어 나갈 수 있는 건 인디플러스 포항이 가진 최고의 메리트다.



“코로나 19로 인해 많은 작은 영화관들의 휴관이 있었고, 인디플러스 포항 또한 휴관의 과정을 거쳐 다시 재개관했잖아요. 재개관을 하며 가장 중점적으로 둔 부분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방역 부분에 가장 신경을 많이 썼고요. 하반기에 진행하게 될 기획전들을 원활히 해나갈 수 있게, 라운지에 소규모 암막 커튼이나 빔 프로젝트 등의 설치도 하면서 여러 가지를 많이 준비했어요.” (소라)



코로나로 인해 방역을 최우선 적으로 두되, 재개관과 함께 진행될 프로그램들도 소홀히 하지 않는 모습이 뭔가 감동적이었다.



IMG_19671.jpg 인디플러스 포항의 매표소. 휴관 기간 동안 이 매표소에서 영화를 보기 위해 표를 끊는 그 순간을 얼마나 많은 이들이 기다렸을까.



“휴관 기간 동안 포항 시민분들의 영화에 대한 갈증이 심했을 거란 생각이 듭니다. 포항이라는 도시에서 인디플러스가 가지는 의미가 있다면 무엇이라 생각하시나요?”

“포항의 유일한 독립영화전용관이다보니 영화 상영을 기다리신 분들이 많았던 것 같아요. 시민들께서 적극적으로 전화까지 주시고, 공간으로 직접 찾아오시기도 하고 그랬어요. 언제 여냐고. 그런데 저희는 시에서 재단에 위탁해 운영되는 형태다 보니 쉽사리 오픈을 결정할 수가 없었어요. 아직은 재개관의 시기가 아니라고 생각한 거죠. 그래서 오랜 시간 휴관을 했는데요. 그 기간 동안 잊지 않고 기억해주신 분들을 생각하면 감사하죠. 근처에 멀티플렉스가 있음에도 이 곳을 찾아주시는 분들을 보면 존재의 이유와 가치를 느끼게 돼요. 언제까지 이 공간을 운영할 수 있을지는 모르지만, 재단에서 힘닿는 데까지 운영해나가면서 다양한 영화를 사람들이 접할 수 있도록 노력할 계획이에요.” (자영)

“포항이라는 도시에서 독립영화를 볼 수 있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이 공간이 엄청 큰 의미가 된다는 생각이 들어요. 포항 시민들을 비롯해 경주나 울산, 대구 같은 곳에서 일부러 시간을 내서 오시는 관객 분들을 보면 공간의 소중함과 특별함을 느끼게 되죠.” (소라)



포항을 비롯해 주변 지역에서도 이 공간을 찾는 관객들을 생각하며, 영화관이란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운 공간인가를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됐다. 영원이라는 말이 공간에 적용될 수는 없겠지만, 오랜 시간이 지나도 포항에서 인디플러스가 굳건히 자신의 자리를 지켜주면 좋겠다.



“얼마 전에 진행한 프로그램 중에 하루 한 가족만 초대해서 상영을 진행하는 프라이빗 영화관 ‘시네마 테라피’가 상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렇게 소수의 인원으로 상영을 하는 게 결코 쉽지만은 않았을 텐데요. 그만큼 관람하신 분들에게는 좋은 추억이 되었을 것 같습니다. ‘시네마 테라피’를 진행하며 어땠나요?”

“‘시네마 테라피’를 하기까지 어려움들이 있었어요. 원래는 5월 초쯤에 프로그램을 진행할 계획이었어요. 그런데 확진자가 급증하면서 기획전이 계속 미뤄져서 6월에 진행을 하게 됐죠. 기획전을 준비하면서, 걱정이 컸는데 그 걱정이 무색하게도 많은 분들이 신청을 해주셨고, 보고 가신 분들의 만족도도 저희의 예상보다 더 높아서 뿌듯했어요.” (소라)

“‘시네마 테라피’ 1과 2로 나눠서 진행을 했는데요. ‘시네마 테라피’ 1 같은 경우는 저희가 선정한 영화 중에서 신청을 하는 형태였고, 2 같은 경우는 가족이나 단체에서 사연과 함께 영화를 신청해주시면 틀어드리는 형태였어요. 기억에 남는 가족이 있는데요. 부인이 항암치료를 하고 있는데, 결혼기념일을 못 챙겨줘서 미안하다고 이 프로그램을 통해서 챙겨주면서 가족들과 함께 좋은 시간을 만들고 싶다고 신청해주신 남편분이 있었어요. 몇 번이나 선정이 됐는지, 안됐는지 궁금해서 전화를 하셨어요. 결국 선정이 되었고, 가족들과 함께 영화를 보셨어요. 그렇게 이 공간에서 추억을 만들어간다는 게 참 좋게 느껴졌고 앞으로도 많은 분들이 추억을 쌓아가셨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요.” (자영)



‘시네마 테라피’를 통해 가족들과 영화를 함께 나누며, 다시 연결되는 시간을 갖는다는 그 자체만으로도 성공적인 기획전이다 싶었다. 영화라는 건 나와 우리를 연결하는 가장 중요한 끈이니까. 앞으로도 많은 이들이 이 공간에서 자신만의 추억을 쌓아가길 바라본다.



“기획전 중에 ‘#내맘(mom)대로영화관’ 프로그램도 기억에 남는데요. 아이 때문에 영화 관람을 망설이는 분들에게는 정말 좋은 기회였을 것 같습니다. 아이와 함께 입장할 수 있는 만큼, 영화상영중에 아이들이 돌아다니거나 울어도 눈치 주지 않는다는 점에서 파격적으로 느껴지기도 합니다. 이 프로그램은 어떻게 시작되었나요?”

“‘#내맘(mom)대로영화관’은 포항시 여성출산보육과에서 먼저 제안을 주셨어요. 아이들을 위한 행사는 많은데, 육아에 지친 엄마들을 위한 행사는 부족하기에 엄마들을 위한 프로그램을 하면 좋을 것 같다고 제안을 주셔서 시작하게 됐어요. 아트 라운지에서 아이들을 돌보는 돌봄 선생님들이 계시고, 그 선생님에게 아이들을 맡기고 엄마들이 편하게 영화를 볼 수 있게 프로그램을 기획했어요. 그런데, 엄마랑 같이 영화를 보고 싶어 하는 아이들도 있었고, 일반 영화보다 애니메이션을 상영했을 때 가족들이 더 많이 온지라 막상 돌봄 선생님들에게 맡기는 분들이 많지가 않았어요. 그래서 아이들과 입장을 하는 분들을 위해서 너무 상영관이 깜깜하지 않게 상영관 조도를 높이고, 아이들이 놀라지 않게 사운드도 너무 크지 않게 조절했어요. 엄마들을 위한 기획전이지만 일반 관객분들도 오셔서 영화를 보시기도 했는데요. 일반 관객분들에게 이 프로그램을 설명드리고, 양해를 부탁드렸어요. 흔쾌히 관객분들도 다 공감하며 이해해주셨어요. 그 덕분에 무사히 프로그램이 진행될 수 있었죠.” (소라)

“일반 관객분들이 있기 때문에 걱정도 되기도 했어요. 아무래도 일반적인 영화관과는 달리 작은 영화관에 오시는 관객분들은 마니아층이 많다 보니 소음에 예민하신 분들이 많으니까요. 평소와는 다른 환경임에도 다들 이해해주셔서 고마웠어요.” (자영)



어른들에 비해 아이들의 집중의 시간은 짧기에, 상영관에서 영화를 상영하는 시간 동안 어수선한 상황들도 꽤나 벌어졌을 텐데 그러한 부분을 이해하며 영화를 보는 관객들이 있다는 게 뭉클했다. 머릿속으로 그 장면들을 그려보자, 더없이 마음이 따뜻해졌다.



“크리스마스 시즌에는 극장 건물인 중앙아트홀에서 프리마켓을 개최하기도 했잖아요. 영화도 보고, 프리마켓 참여도 할 수 있어서 무척 재미있었을 것 같아요. 보통 야외에서 프리마켓을 많이 진행하곤 하는데, 이렇게 실내 프리마켓 행사를 어떻게 시작하게 되었나요?”

“지금은 없지만, 1층에 북카페가 있었는데요. 북카페 운영하시는 분들과 같이 협업을 하기로 했어요. 1층에 있는 전시관도 때마침 그 시즌에 대관이 없어서 한 번 프리마켓을 해보는 건 어떨까 싶었어요. 겨울에 추운데 밖에서 프리마켓을 하기보다는 실내에서 하는 게 더 좋을 것 같았고요. 가족들이 편하게 나들이할 수 있는 분위기로 만들기 위해 영화도 그에 맞춰서 애니메이션이나 흥행작들을 상영했어요. 아이들이 엄마나 아빠와 함께 영화를 볼 때, 밑에서 다른 가족은 쇼핑을 하는 그런 모습들이 흥미로웠어요.” (소라)

“영화관만 따로 있는 건물이 아닌 복합 문화공간 같은 형태의 공간이다 보니, 일반 시민들이 편하게 공간을 이용할 수 있게 여러모로 연계해서 하고 있어요. 공간이 주는 물성들이 있기 때문에 이러한 행사도 할 수 있는 게 아닌가 싶어요.” (자영)



보통의 프리마켓은 야외에서 주로 이루어지는데 반해 실내에서 프리마켓을 개최한 게 흥미롭다. 프리마켓뿐만 아니라 영화도 함께 상영했기에 자칫 밋밋해질 수도 있는 행사가 더 풍부한 느낌으로 열릴 수 있게 되지 않았을까.



“‘포키즈 필름’이라는 이름으로 어린이들과 함께 하는 영화 제작 프로그램을 앞두고 있는데요. ‘포키즈 필름’에 대해서도 궁금하네요.”

“어릴 때부터 영화와 가까워지는 게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어요. 영화를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 갑자기 영화를 좋아하기는 힘들잖아요. 어릴 때부터 자연스럽게 가까워지는 시간을 가지면 영화에 대한 관심도가 높아진다고 봤죠. 어린이들과 함께 여름방학 동안 스마트폰으로 영화를 만들고, 상영관에서 직접 아이들이 만든 영화를 시사회 형태로 상영할 계획이에요. 처음 시도하는 거라서 어떤 결과물이 나올지는 모르겠지만 어린이들의 작품이라고 해서 결코 어른에 뒤처지지 않고, 뛰어나다는 생각을 해요. 시선도 톡톡 튀는 게 많고요.” (자영)



어린이들의 시선으로 그려내는 세상의 모습들. 어린이라고 해서 마냥 유치한 게 아닌, 때때로는 어른보다 나을 때도 많다. 포키즈 필름에 참여한 어린이들이 어떤 작품을 세상에 내어놓을지 궁금하다. 시사회를 하게 되면 나도 꼭 보러 가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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