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시네마에서 본 영화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안동 (4)

by 석류


워터 릴리스.jpg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 <워터 릴리스>.


안동 중앙시네마에서 <워터 릴리스>를 관람했다. <워터 릴리스>는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으로 국내에 많은 팬들을 모은 셀린 시아마 감독의 데뷔작이다. 최근작인 <타오르는 여인의 초상>의 인기로 전작 <톰보이>에 이어 데뷔작인 <워터 릴리스>까지 국내에 개봉되었다. 셀린 시아마 감독의 <톰보이>를 보았을 때, 상당히 섬세한 연출이 마음에 깊게 남아서 이번 작품도 기대감을 안고 관람했다.



<워터 릴리스>는 싱크로나이즈드 선수인 플로리안을 보고 사랑에 빠진 소녀 마리의 이야기다. 간간히 다른 이의 시선으로도 사랑의 모습들을 보여주지만, 주로 마리의 시선 위주로 이야기가 전개된다. 영화를 보며, 나는 마치 마리가 된 듯한 기분에 휩싸였다. 물속에서 우아한 연기를 펼치는 플로리안은 너무도 매력적이었으니까. 내가 마리였어도 플로리안에게 빠졌을 거다. 다른 소녀들과는 다른 특별함이 플로리안에게는 있었다.


마리는 사랑에 빠진 소녀 그 자체였다. 플로리안이 먹다 버린 사과를 베어 무는 장면에서 나는 마리에게 애틋함을 느꼈다. 사랑하지 않는다면 할 수 없을 행동이니까. 그런 마리의 마음을 플로리안은 아는지 모르는지 야속한 행동만 계속하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리는 언제나 변함없이 그의 곁에 있다. 사랑이란 그 사람의 곁에 자리하고 싶은 강한 열망이니까. 나를 제일 아프게 했던 건, 플로리안이 ‘처음’에 대한 이야기를 했던 장면이었다. 플로리안의 뒷모습을 바라보며 창문에 플로리안이 장난스레 남긴 입술 자국에 자신의 입술을 대는 마리의 마음은 얼마나 찢어졌을까. 그것 외에도 수없이 마리의 마음이 무너지는 장면이 많지만, 나는 마리가 그 아픈 순간들을 교훈 삼아 나중에 플로리안이 아닌 다른 이를 마음에 품게 된다면 더 뜨겁게 타오를 거란 생각이 문득 들었다. 이렇게 누군가를 마음 깊이 사랑할 수 있는 이라면, 이 감정을 함께 나눌 수 있는 이가 나타난다면 열기는 분명히 배가 될 테니까.



작열하는 한낮의 태양처럼 뜨겁게 사랑에 뛰어드는 소녀의 모습을 섬세하게 그려낸, <워터 릴리스>. 영화의 여운이 너무 짙어서 매년 여름마다 이 작품이 생각날 것 같다. 여름을 닮은 <워터 릴리스>에 어느새 나도 마리처럼 뜨겁게 빠져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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