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와 나의 영화관, KU시네마테크

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13)

by 석류

가을이 가까워져 다소 쌀쌀해진 날씨, 오늘의 인터뷰를 위해 건국대학교를 찾았다. 이제까지의 인터뷰와 달리 학교 안에 위치한 영화관의 이야기를 듣는다는 생각을 하니 묘한 설렘이 들었다. 쿠씨네라는 약칭으로 불리는 KU시네마테크는 어떤 빛나는 이야기를 품고 있을까. 마치 학생으로 돌아간 것 같은 기분으로 건국대 교정을 거닐며 나는 천천히 KU시네마테크로 향했다.



*


IMG_20611.jpg 쿠씨네의 입구. 알록달록하게 적힌 쿠씨네 글자가 귀엽다.



“안녕하세요. 먼저 자기소개부터 부탁드립니다.”

“안녕하세요. KU시네마테크를 운영하고 있는 대표 주현돈입니다. 처음에는 영사기사로 들어왔었는데, 여러 가지 복잡한 내부적인 사정으로 인해서 제가 운영을 맡게 된지는 5~6년 정도 되었네요.”



쿠씨네 로비에 마주 앉아 내리는 빗소리를 들으며 본격적인 인터뷰가 시작되었다. 영사기사로 들어와 대표까지 역임하게 되었다는 이야기를 듣자 놀랍기도 하고, 대단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어떠한 복잡한 사정들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영화관에 대한 애정이 있기에 결국 운영까지 도맡게 되었을 테다. 이야기를 하는 그의 얼굴에 쿠씨네에 대한 애정이 한껏 묻어났다.



“2011년부터 KU시네마테크가 시작되었는데요. 다른 장소가 아닌, 대학 안에 자리 잡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유니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건국대에 자리를 잡게 된 이유가 있나요?”

“현재 쿠씨네가 위치한 공간이 건국대 영화과가 있는 건물이에요. 건국대는 단과대별로 건물이 하나씩 있는데요. 예술디자인대학이라고 해서 예체능 계열의 학생들이 공부하는 곳에 영화과도 있어요. 영화를 교육하는 곳에 영화관이 있으면 순기능이 많지 않을까 해서 여러 논의들이 오가다가 쿠씨네가 시작되었죠. 영화과 학생들이 만든 영화를 상영도 하고, 상영관이 강의 공간으로 활용되기도 한다는 점에서 쿠씨네는 초기의 설립목적이 가장 잘 부합된 느낌의 영화관이 아닐까 싶어요.”



쿠씨네는 대학 안에 위치한다는 점에서 상당히 유니크한 곳이다. 현재 우리나라에 대학 캠퍼스 안에서 운영되고 있는 영화관은 이화여대의 아트하우스 모모와 건국대의 쿠씨네 두 곳뿐이기에 더 특별하게 느껴졌다. 단순히 학교 안에서의 운영에만 그치지 않고, 영화과와 연계해 학생들의 작품 상영 및 상영관을 강의의 공간으로도 활용한다는 점에서 쿠씨네는 그의 말처럼 설립 목적에 맞게 잘 운영되고 있는 곳이었다.


“정말 광범위한 영화 티켓 요금 할인제도가 있다는 점이 다른 영화관과는 차별화되는 부분인 것 같습니다. 영화과 학생들을 비롯해, 국군장병 할인, 광진 구민 할인 등등 이렇게 다양한 요금 할인 제도를 구비하게 된 이유가 있나요?”

“영화과 학생 할인은 쿠씨네가 건국대와 함께 하게 되면서 필수적으로 들어가게 된 운영 조건 중 하나였어요. 다른 할인제도 같은 경우는 예술 영화관이라는 존재를 통해서, 문화를 향유하고 지역 문화에 기여해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서 시행하게 되었죠. 저희는 방문해주시는 관객층들이 뚜렷해요. 광진 구민들이나 영화과 학생들이 많거든요. 그래서 그 뚜렷한 타겟층을 위해서 할인 제도를 구비하게 된 부분도 있어요. 국군장병 할인 같은 경우는 학생들을 위한 거예요. 군인들은 주로 대학생들이 많잖아요. 보통 대학을 다니면서, 중간에 휴학하고 군대를 가곤 하니까요. 굳이 건국대 학생이 아니어도 다른 학교 학생들이 올 수도 있으니 그런 부분들을 고려해서 국군장병 할인을 넣었어요. 그 외에 여러 가지 할인들은 주변에 멀티플렉스가 밀집되어 있기 때문에 멀티플렉스로부터 어느 정도는 관람객을 지켜야겠다는 방어 의미로 시행하고 있는 것들도 있어요.”



다른 곳과 달리 쿠씨네는 광범위하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폭넓은 티켓 할인 제도가 시행되고 있다. 이렇게 많은 티켓 할인 제도를 시행하게 된 이유가 궁금했는데, 영화과 학생들을 비롯해 지역 주민에게도 문화를 좀 더 가깝고 편리하게 향유할 수 있도록 할인 제도를 운영 중이라는 게 매력적이었다. 국군장병 할인 제도도 마찬가지고. 내가 광진구에 살았다면 이 제도를 활용해 뻔질나게 쿠씨네에 드나들지 않았을까 싶다.



“지금은 운영을 하지 않지만 2012년부터 2018년까지 고려대에서 KU시네마트랩이 운영되기도 했잖아요. 두 곳이 함께 운영될 때의 모습은 마치 쌍둥이의 느낌이 들기도 합니다. 두 곳을 함께 운영했을 때 좋았던 점이 있었다면 어떤 게 있을까요?”

“상영 시간표를 짤 때 이리저리 다양한 시도를 해볼 수 있었던 부분이 가장 좋았던 점인 것 같아요. 상영관이 두 개가 운영되다 보니 다양하게 영화를 보여줄 수 있어서 많은 영화를 소개할 수 있었다는 게 정말 좋았죠. 재미있는 점은 두 곳 다 학교 안에서 운영되는 영화관이지만, 타깃 층은 전혀 다르다는 거 에요. 그래서 서로 다른 느낌의 시간표를 짜는 재미가 쏠쏠했죠. 지금은 쿠씨네만 운영 중이다 보니 관이 하나라 더 다양한 시도를 하지 못하는 게 조금은 아쉬워요.”



시네마트랩의 마지막 상영과 함께 문을 닫은 건 바로 그였다. 자신의 손으로 마지막 상영작을 틀고, 그 영화를 관람하는 관객들을 보며 그는 무슨 생각이 들었을까. 관객이 다 떠난 후 텅 빈 상영관과 로비를 홀로 지켜보았을 모습을 상상하니 괜스레 마음이 저릿했다.



IMG_20841.jpg 쿠씨네의 시그니처, 세븐 쿠폰.



“‘세븐 쿠폰’이 인상적입니다. ‘세븐 쿠폰’에 각 영화마다 특징을 살려 만든 영화 도장을 찍어주는데요. 세븐 쿠폰은 어떻게 시작되었고, 각기 다른 영화의 도장을 만들게 된 이유가 있다면 무엇인가요?”

“멀티플렉스 같은 경우는 다른 계열사 가게들과 연계되어 마일리지를 사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데 반해 쿠씨네는 마일리지 제도가 없었고, 있다 하더라도 멀티플렉스처럼 연계해서 사용하기는 어렵기 때문에 쿠폰을 만들게 되었어요. 이왕 만들 거면 일반 도장을 찍기보다 좀 더 특색 있게 도장을 만들자 해서 시작된 게 세븐 쿠폰이에요. 워낙 반응이 좋아서 지금까지 계속 이어지고 있고요. 관객 분들이 세븐 쿠폰에 대해 많이 물어보시는 게 있는데요. 도장을 다 찍으면 가져가냐고 자주 물어보세요. 소장하고 싶은데, 가져가면 소장하지 못하니까요. 도장을 다 찍으셔도 저희는 가져가지 않아요. 관객 분들이 소장할 수 있게 해드리고 있어요.”

“많은 영화들이 상영된 만큼, 만들어진 영화 도장들도 무수히 많을 텐데요. 영화 도장들은 현재 어떻게 보관하고 있나요?”

“카운터에 따로 도장을 수납하는 공간을 만들어뒀어요. 그곳에 차곡차곡 영화 도장들이 모여있죠. 나중에 다시 해당 영화의 기획전 같은 걸 하면 도장을 쓰게 되는 일들이 있거든요. 그리고 가끔 관객분들 중에 기념으로 남기기 위해 오래된 쿠폰을 가져오시는 분들이 있어요. 기한이 지나서 쿠폰을 사용하기는 힘들지만, 기념으로 남기실 수 있게 도장을 찍어드리곤 해요. 그래서 항상 도장들을 잘 정리해서 보관해두고 있어요. 기회가 된다면 영화 도장 전시를 하고 싶은 마음도 있어요.”



쿠씨네의 시그니처를 딱 하나만 꼽아야 한다면 나는 영화 도장을 꼽을 것이다. 보통은 쿠폰에 똑같은 모양의 도장을 찍어주는데 반해, 쿠씨네는 각 영화 별로 만든 세상에 단 하나뿐인 도장을 관객에게 찍어준다. 그렇기에 영화 도장은 세븐 쿠폰으로 하여금 단순한 쿠폰이라는 의미를 넘어 하나의 굿즈로 만들어주는 특별함도 선사한다. 영화 도장 전시를 하고 싶다는 그의 말처럼, 쿠씨네의 역사와도 같은 이 영화 도장들이 나중에 로비에서 전시가 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생각만으로도 벅차오른다. 그 얼마나 아름다운 풍경일까.



IMG_20651.jpg 영화 만국기를 연상케 하는 느낌의 스틸컷들이 로비에 걸려있다.



“KU시네마테크에서 상영된 영화 포스터와 영화 스틸컷을 필름지에 인화해서 로비에 걸어둔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아이디어가 참 좋다고 느꼈는데요. 이 아이디어는 어디에서 출발된 건지 궁금합니다.”

“저희 로비가 에어컨이 없어요. 건물이 꽉 막혀 있는 게 아니라 뚫려있는 부분들이 많아서 에어컨을 달 수가 없는 구조예요. 그러한 구조 때문에 여름에 폭염 특보가 내리면 덥고, 겨울에는 찬바람이 들어와서 추워요. 그래서 천장에 비닐 뽁뽁이를 붙여서 조금이라도 덜 덥고 덜 춥게 하기 위해 나름의 조치를 취했었어요. 근데 학교 측에서 미간상 보기도 좋지 않고, 소방법에도 위배되니 뽁뽁이를 달지 말라고 하더라고요. 어쩔 수 없이 뽁뽁이를 뗐는데, 뽁뽁이를 떼고 나니 정말 휑한 느낌이더라고요. 휑한 걸 그대로 둘 수는 없어서 어떻게 할까 하다가 영화 스틸컷을 달자는 아이디어가 나와서 스틸컷을 달기로 했어요. 스틸컷을 그냥 인쇄해서 다는 게 아니라 필름지로 인화하면 괜찮을 것 같아서 필름지를 사용해보기로 했죠. 실제로도 필름지에 엄청 이쁘게 인화되어 나왔고요. 좋아해 주시는 분들도 많아서, 주기적으로 계속 스틸컷들을 필름지에 인화해서 걸고 있어요.”



맨 처음 쿠씨네에 들어섰을 때 로비에 걸려 있는 영화 스틸컷들을 보며 학창 시절 운동회에서 보았던 만국기를 다시 만난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영화 운동회가 열린다면 이런 느낌이 아닐까. 스틸컷들도 영화 도장처럼 모으고 있다는 게 반가웠다. 필름지에 인화한 것들이라 시간이 지난 것들은 휘발되어 바래 버린 것들도 많지만, 차곡차곡 아카이브 한다는 자체로도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이런 것들이 하나하나 모여 쿠씨네 역사의 일부분이 될 테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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