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14)
“코로나 19로 인해 힘든 시간을 보내고 있는 예술영화관들을 지키기 위해 시작된 캠페인 ‘세이브아워시네마’로 지난 7월부터 영화 티켓 값을 6천 원 할인해주는 이벤트가 진행되었는데요. 캠페인을 시행하면서 느낀 순기능이 있다면 어떤 점이 있을까요?”
“원래는 ‘세이브아워시네마’ 캠페인과 영화 티켓 할인 이벤트는 각기 다른 선상에서 진행되던 것들이에요. 일본에서 코로나로 인해 힘든 미니시어터를 지키기 위해 민간에서 주도해서 후원 모금 등의 행동을 한 것을 보고, 우리도 코로나로 힘든 건 매한가지이니 그런 부분들을 알리는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에 ‘세이브아워시네마’ 캠페인이 출발되었어요. 이 캠페인으로 영화관들의 힘든 상황을 알리는 데는 어느 정도의 효과를 보았지만, 후원 부분에서 막혀버렸죠. 직접적으로 도움을 받을 수 있는 부분까지 도달하기는 힘들더라고요. 그래서 어떻게 할까 고민하고 있는데, 영진위에서 진행하는 티켓 할인 사업과 ‘세이브아워시네마’를 합치자는 이야기가 나왔어요. 두 개가 합쳐지면서, ‘세이브아워시네마’ 캠페인은 후원 부분의 문제를 티켓 할인 사업을 통해서 해소할 수 있고, 티켓 할인 이벤트의 홍보적인 부분은 ‘세이브아워시네마’가 충분히 해낼 수 있겠다고 봤죠. 서로 다른 개념이지만, 합쳐지면서 나름의 시너지가 나지 않았나 싶어요. 일단 순기능은 뭐니 뭐니 해도 관객이 증가했다는 부분이겠네요. 관객들이 늘다 보니 훨씬 극장에 활기가 도는 점이 좋아요. 순기능도 있지만, 역기능도 있다는 생각도 드는데요. 이벤트 기간 동안 진행되는 티켓 할인 제도에 익숙해진 사람들이 이벤트가 끝나고 원래의 티켓 가격을 대했을 때 상대적으로 비싸다고 느끼고, 티켓 가격에 저항감을 느껴서 극장에 잘 오지 않게 될까 봐 걱정도 들어요.”
방학 시즌 + 할인권 제도의 시행 + 코로나 확산세가 주춤하던 시기라는 여러 가지 상황이 잘 맞물려서 일시적으로 관객이 증가했지만, 광복절 집회 이후 수도권을 중심으로 코로나가 재 확산되면서 영화관들은 다시금 어려운 상황에 처했다. 티켓 할인 지원 사업이 전면 중단되어버린 것이다. 언제 끝날지 모르는 코로나 시국으로 인해 점점 더 힘들어지고 있는 영화관의 상황이 그저 안타깝고 또 안타깝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끈질기게 버텨내서 계속 작은 영화관들이 살아남아주길 바라는 건 나의 이기일까. 이번 질문으로 다소 무거워진 공기를 환기시키기 위해, 밝은 질문으로 인터뷰를 이어가기로 했다. 그에게 뉴스레터에 대한 질문을 던졌다.
“뉴스레터도 눈에 띄는데요. 맨 처음 KU시네마라는 이름으로 시작된 뉴스레터가 지난 2018년부터 위클리쿠씨네라는 이름으로 바뀌어 업로드되고 있는데요. 위클리쿠씨네로 뉴스레터 시즌2가 시작되었다는 느낌이 듭니다. 위클리쿠씨네라는 이름으로 바꾸어 매주 웹진형 뉴스레터를 발행하면서 중점적으로 둔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인가요?”
“일단 매주 꾸준히 발행하자는 부분을 최우선 목표로 뒀고요. 내용적인 부분은 그전과 비교해서 달라진 게 없지만, 훨씬 심플한 인터페이스로 구성되어 있어서 SNS로 홍보하기에는 훨씬 좋은 편이에요. 시즌1은 2주에 한 번씩 이메일로 소식들을 전송하는 형태의 뉴스레터였다면, 지금은 꾸준히 발행하며 SNS에 업로드를 열심히 해보자는 생각으로 매주 발행하고 있습니다. 저희가 매주 상영 시간표를 짜다 보니, 2주에 한 번씩 전송할 때는 상영 시간표의 공백이 생기는 점들이 있었는데 매주 발행하다 보니 상영 시간표 사이의 공백이 없어진 점도 장점이에요. 프로그래머님이 SNS를 통해서 뉴스레터를 꾸준히 잘 발행하고 관리해주셔서 더 많은 사람들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다는 점도 좋은 점이에요. 이메일로 전송되는 뉴스레터는 사실 많은 사람들이 잘 읽지도 않거든요. 모바일 메신저들이 워낙 발달한지라, 이제 사적인 용도로 이메일을 들춰보지 않는다는 게 이메일 뉴스레터의 최대 단점이에요. 업무적인 게 아니면 이메일을 굳이 잘 사용하지 않는 시대니 까요.”
그의 말처럼 요즘에는 이메일을 사적인 용도로는 많이 활용하지 않는다. 메일함에 접속하지 않아서 최대치까지 쌓여가는 메일을 그대로 내버려 두는 사람들도 허다하니까. 뉴스레터를 메일로만 전송해야 한다는 기존의 고정관념을 깨트리고 SNS를 통해 업로드 함으로써 더 많은 사람이 접할 수 있으니 오히려 더 효과적인 활용이 가능한 게 아닐까 싶다.
“상영작을 선정하는 나름의 기준이 있다면 무엇인가요?”
“예술영화 전용관에는 일정 기간 한국영화를 상영해야 하는 의무가 있어요. 그래서 해외 예술 영화와 한국 영화의 비율을 생각해서 상영 시간표를 짜는 게 기본 베이스로 깔려있고요. 그 베이스를 토대로 우리가 보고 싶다고 느끼는 영화들 위주로 상영작들을 선정해요. 저희가 보고 싶다고 해서 생뚱 맞고 이상한 영화를 무작정 틀어놓는 건 아니고요. 관객들이 관심을 가질 정도로 좋은 작품들을 골라서 상영하죠. 그리고 저희도 보고 싶은 영화기에 더 애정을 가지고 관객에게 소개하고 영화에 대한 홍보를 적극적으로 하게 되는 부분들도 있어요. ‘티모시 샬라메 기획전’을 했을 때가 문득 떠오르는데요. 저희가 좋아서 시작했기 때문에 굿즈를 만들거나 할 때도 훨씬 더 신경 쓰게 되고, 오시는 관객분들도 그런 부분들에 호응을 보내주시는 걸 보며 우리가 좋아하는 영화를 상영한다는 게 순기능으로 작용하는 일이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었어요. 그리고, 한국영화 같은 경우는 영문자막 상영도 함께 진행하고 있어요. 한국영화에 관심이 있어도 영문 자막이 없으면 외국인들은 보기 힘드니까 그러한 접근성을 생각해서 영문자막 상영을 하고 있죠. 예전에 <부산행>이 한창 인기리에 상영되던 시기에 영문자막 상영을 한 적 있었는데요. 외국인들에게 엄청 호응을 많이 얻었어요. 영문자막 상영이 수요가 있다는 부분을 알게 돼서 그때부터 꾸준히 영문자막 상영을 하고 있죠. 독립영화뿐만 아니라, <부산행>처럼 상업영화 영문자막 상영도 종종 진행하고 있고요. <기생충>도 영문자막으로 상영을 했었는데, 외국인 커플들도 많이 와서 관람하고 봉준호 감독님도 친구분과 함께 와서 관람하고 가시기도 했어요. 영문자막 상영을 배리어프리로 확장하고 싶은 생각도 있는데, 일반 상영작은 영문 자막만 넣으면 되지만 배리어프리는 그런 형태가 아니라서 고민이 많아서 실현하기가 쉽지는 않네요.”
쿠씨네에서 <남매의 여름밤> 영문 자막 상영을 봤는데, 상당히 신선한 경험이었다. 영화관에서 한국영화를 영문 자막으로 관람한다는 건 흔치 않은 일이기에 더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는 한국 관객들은 해외 영화를 많이 봐서 자막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영문자막 상영에 거부감을 덜 느끼는 것 같다고 말했다. 그 말처럼 러닝타임 초반에는 영문 자막이 약간 신경 쓰이기도 했는데, 나중에는 자막의 존재를 잊을 정도로 자막이 영화의 한 장면처럼 친숙해졌다.
“상영을 진행하며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가 있나요?”
“쿠씨네에 대한 이야기는 아니지만, KU시네마트랩의 마지막 상영을 앞둔 2주 전쯤에 대학원생 한 분이 오셔서 단골이라고 말씀하시더니, 시네마트랩에 대한 기록을 남기고 싶다고 촬영 및 인터뷰 요청을 하셨던 적이 있었어요. 흥미롭게도 그분이 시네마트랩이 오픈하고 처음으로 티켓을 발권한 관객분이셨어요. 그때 찍은 사진이 있다고 보여주시더라고요. 시네마트랩의 마지막 상영작이 <플로리다 프로젝트>였는데요. 상영이 끝나고 관객분들과도 즉석 인터뷰를 하고 그랬는데, 인터뷰를 하다가 우셨던 관객분이 있었어요. 그 관객분의 모습이 참 기억에 많이 남아요. 공간이 존재한다는 것에 대한 의미를 되새기는 순간이었던 것 같아요. <옥자>를 한창 상영하던 때도 생각나요. <옥자> 상영을 했던 한 달이 올 한 해 수익 전체와 맞먹을 정도로 많은 관객들이 오셨어요. 워낙 호응이 커서 심야 상영까지 넣었던지라, 퇴근할 때 대중교통이 운행하지 않아서 택시를 자주 탔었어요. 퇴근이 늦어져 피곤했지만 너무 행복했죠. 상영관 안에 150명이 앉아있고, 로비에도 150명이 있는 모습들이 아직도 생생해요. 그 당시에는 갑자기 밀려드는 관객에 정신없고 힘들기도 했지만, 돌아보면 행복함 뿐이네요.”
꽉 찬 상영관의 모습과 로비에도 빽빽이 들어찬 관객들. 이제 다시 그러한 순간이 올 수 있을까. 코로나 시대 이전의 모든 모습들이 오래전처럼 느껴져서 씁쓸해진다.
“KU시네마테크를 운영하며 제일 힘들었던 점이 있다면 어떤 부분들이 있을까요?”
“다른 곳도 마찬가지겠지만, 힘든 부분은 역시 자본적인 문제가 대부분이에요. 돈이 안돼서 힘들죠. 멀티플렉스는 광고나 식음료 판매로 운영료가 충당되는데 반해서 예술영화관에서는 들어오는 광고도 잘 없고, 간혹 있다 하더라도 영화관의 색과 맞지 않는 경우가 너무 많아요. 즉석에서 음식을 만들고 판매하는 식음료 코너도 운영하지 않기 때문에 흑자가 날 수가 없는 구조인지라 힘들죠. 운영에 대한 모든 부분이 다 자본적인 부분으로 연결되기 때문에 항상 생각이 많아져요. 공간을 운영하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에게 월급을 지급하기 위해서는 수익적인 부분을 생각하지 않을 수가 없으니까요. 그리고 자본적인 부분에서 어려움이 크면 기획전을 여는데에도 제약이 많이 생겨요. 기획전을 열기 위해 영화를 틀려면 관객이라도 많이 들어야 하는데, 관객이 많이 든다는 보장이 없기 때문에 비싸게 돈을 지불하고 틀어야 하는 작품들은 하지 못하는 경우가 생기기도 하거든요.”
멀티플렉스 같은 경우는 비싼 돈을 주고 틀어야 하는 기획전이어도 관객이 항상 어느 정도는 유지되기 때문에 박리다매로 마케팅이 가능하지만, 예술영화관은 그러기가 힘들다. 예술영화관을 찾는 관객 수가 멀티플렉스에 비해 현저히 적은 점도 한몫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예술영화관은 관객의 영화 다양성을 지키기 위해 최선을 다해 오늘도 영화를 튼다.
“앞으로의 계획에 대해서도 듣고 싶은데요. KU시네마테크의 향후 활동 방향이 궁금합니다.”
“오래 운영해 나가는 게 가장 큰 목표예요. 어떤 걸 하겠다는 구체적인 계획을 세우는 것도 좋지만, 공간을 오래 운영해 나가는 거야말로 가장 중요하다고 보거든요. 그래서 앞으로도 계속 쿠씨네가 멈추지 않고 운영될 수 있도록 하는 게 제 가장 큰 계획이자 목표예요.”
그의 대답은 지금의 시국 때문인지 그 어느 것보다 더 구체적인 대답으로 다가왔다. 내일을 알 수 없는 힘든 상황에서 공간을 오래 운영해나가는 것이 최대의 목표가 된 게 슬프기는 하지만 이보다 더 현실적인 목표가 있을까. 그런 그의 영화 인생에 영향을 미친 영화는 무엇일까 궁금해졌다.
“대표님이 살아오면서 보았던 영화들 중에 인생영화가 있다면 어떤 작품이 있나요?”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은 벨라 타르 감독의 <사탄탱고>에요. 이 작품을 보면서 시간이 다르게 흐른다는 느낌을 받았어요. 워낙 방대한 러닝타임을 가진 작품이라 이렇게 말하면 다들 믿지 않는 눈치지만, 정말 그런 느낌을 받았어요. 30분짜리 시퀀스가 마치 5분처럼 느껴지는 순간들이 있더라고요. <사탄탱고>는 그런 면에서 영화의 존재 이유와 가장 근접한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어요. 안드레이 타르코프스키의 <스토커>도 좋아하고요. 사실 이 작품은 처음 관람했을 때는 되게 재미없다고 느꼈는데, 시간이 지나고 다시 관람하게 됐을 땐 재밌더라고요. 저는 보는 시기에 따라 영화에 대한 느낌들이 달라진다고 봐요. 어릴 때는 재미없게 봤던 걸 나이가 들고 난 뒤에는 재미있게 보게 된다던지 하는 것들이 있어요. 영화를 보는 관점이 달라지면 또 다른 재미를 찾을 수 있다는 걸 이 작품을 통해 느끼게 됐죠.”
벨라 타르 감독의 <사탄탱고>는 무려 438분의 대작이다. 문득 예전에 부산국제영화제에서 4시간 30분가량의 작품을 1부와 2부로 나누어 보았던 때가 떠올랐다. 러닝타임이 길어서 어렵고 재미없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을 어렴풋이 했는데, 영화의 재미는 러닝타임과는 상관없다는 사실을 그 작품으로 몸소 깨달았다. 그에게 있어서 <사탄탱고>는 그런 의미를 지니는 작품이 아닐까. 어떠한 영화는 긴 러닝타임을 관객으로 하여금 짧게 느끼게 만들곤 하니까.
“대표님에게 있어 영화관이란 어떤 의미를 가지는 공간인가요?”
“저에게 있어 영화관은 일상을 환기할 수 있는 공간이에요.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때는 지친 삶 속에서 잠시나마 도망쳐 나올 수 있어서 일상에 갇히지 않게 해 주거든요. 그리고 많은 시간을 영화관에서 일하며 보내기 때문에 생계의 공간이라고도 볼 수 있어요. 직업적으로도 빼놓고 말할 수 없는 공간이기에 제게 있어 영화관은 삶의 일부 같은 의미를 지니는 곳이죠.”
일상을 환기하며 생계를 유지해나갈 수 있는 공간. 누군가는 잠시 머무르며 스칠 뿐인 영화관이라는 공간에서 어떤 이는 자신의 삶을 살아낸다는 게 뭉클했다.
“대표님이 꿈꾸는 이상적인 영화관의 모습이 있다면 어떤 모습일까요?”
“좋은 영화를 트는 것도 좋지만, 어떤 영화를 틀던간에 기술적인 부분에서 모자람이 없게 상영할 수 있는 공간이야말로 이상적이지 않나 싶어요. 제가 영사기사 출신이기 때문에 기술적인 부분이 제일 눈에 들어오기도 하고요. 그리고 사실 좋은 영화라는 게 개개인마다 느끼는 부분들이 다 다르기 때문에 주관적인 부분이 크기도 하고요. 나에게는 좋은 영화가 다른 사람에게는 좋은 영화가 아닐 수도 있으니까요. 그런 면에서 영화관은 최대한 원작자의 의도에 맞게 영화를 기술적으로 잘 구현해서 상영하고, 좋은 영화가 무엇인지에 관한 부분은 관객이 판단하게 오롯이 관객의 몫으로 남겨야 한다고 생각해요.”
각각의 영화의 고유한 느낌을 기술적으로 잘 구현할 수 있는 곳이라면 관객이 선택할 수 있는 좋은 영화의 몫도 자연스레 훨씬 늘어날 것이다. OTT 플랫폼이 발달한 시대, 영화관은 앞으로 더 많은 부분을 연구하고 지금보다 더 발전해야 하지 않을까. 영화관이라는 존재가 마니아만 방문하는 곳으로 남지 않으려면 말이다.
“마지막으로, 매일 KU시네마테크의 문을 오픈할 때 어떤 생각들을 하면서 문을 여시는지 궁금합니다.”
“무탈하게 아무 일 없이 하루가 잘 흘러갔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많이 해요. 오늘은 관객들이 많이 와주셨으면 좋겠다는 생각도요. 가끔 정규 상영이 끝나고 난 뒤에 상영관에서 영화를 한 편씩 보고 갈 때가 있는데요. 출근을 하면서 오늘은 어떤 영화를 볼까 하는 행복한 고민들도 하곤 하죠.”
그의 말처럼 무탈하게 작은 영화관들의 하루가 매일 흘러가길 바란다. 사라지지 않고, 무탈한 일상을 함께 보낼 수 있는 공간으로 우리 곁에 오래오래 남아주길 바라는 마음을 담아 보이지 않는 응원을 건네며 나는 쿠씨네 밖으로 나와 우산을 펼쳐 여전히 내리고 있는 빗속으로 뛰어들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