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서울 (15)
코로나 확산세가 조금 꺾이나 싶었는데, 다시금 수도권을 중심으로 재 확산되기 시작했다. 연일 쏟아지는 기사들을 보며 마음이 답답했다. 그런 답답함을 안고, 인터뷰를 위해 찾은 건국대를 거닐었다. 정확히는 건국대 안에 위치한 일감 호수를. 처음 일감 호수를 걷기 시작했을 때는 하늘이 화창했는데, 호수를 반쯤 돌자 갑자기 천둥 번개가 치더니 엄청난 양의 비가 쏟아지기 시작했다. 당황스러웠다. 내 가방에는 양산 용도로 챙겨 온 아주 작은 우산뿐이었으니까. 급하게 가방에서 우산을 꺼내어 펼쳐 들었는데, 호수 주변에 나무가 많아서 인지 다행히도 나무가 비를 많이 걸러주었다. 비는 오지만 이왕 걷기 시작한 거 마저 걸어야겠다는 생각에 나머지 절반도 우산을 쓰고 걷기로 했다. 시계를 흘끗 보니 아직 KU시네마테크에 갈 시간도 넉넉하게 남아있었다. 그렇게 오랜만의 우중산책이 시작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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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감호는 학교 안에 조성된 호수라 하기 에는 꽤 규모가 컸고, 나름 운치도 좋았다. 비가 내리기 전에는 동네 주민들이 산책하는 모습도 볼 수 있었는데 비가 오자마자 그들은 어디로 사라졌는지 다들 없어지고, 나만 호수를 걷고 있었다. 나 홀로 일감호를 걸으며, 영화관들을 생각했다. 이제 조금이나마 숨통이 트이나 했는데, 다시 원점으로 돌아온 상황에서 그들이 얼마나 힘들 것인가 싶어서 착잡했다. 모두가 힘든 시기지만, 끈질기게 작은 영화관들이 사라지지 않고 이 시기를 버텨내 주었으면 좋겠다. 존재만으로도 소중한 그 공간들을 생각하며 나는 내리는 빗줄기를 바라보았다. 비가 마치 흘러내리는 눈물처럼 지상을 적시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