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사랑한 영화관 - 안동 (3)
오랜만에 주말 메이트와 만났다. 거의 일 년만의 만남이었다. 때마침 전날이 말복이었던지라, 말복을 맞이해 함께 안동찜닭을 먹었다. 오늘은 아침 겸 점심으로 간고등어를 먹고, 드라이브 도 할 겸 산책도 할 겸 만휴정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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꽤 긴 시간을 달려 도착한 만휴정은 초입부터 사람이 정말 많았다. 차가 없이는 오기 힘든 곳이어서, 사람이 적을 줄 알았는데 그런 내 생각을 비웃기라도 하듯 임시로 마련된 주차장에는 차가 빽빽이 서있었다. 이 많은 사람들이 전부 만휴정에 왔다는 생각을 하자 아득한 느낌이 들었다. 원래의 계획은 호젓한 만휴정을 즐기며 챙겨 온 필름 카메라로 풍경과 주말 메이트를 잔뜩 찍으려고 했는데. 만휴정으로 올라가는 작은 오솔길에도 사람이 많았지만, 만휴정은 정말 그 모습을 담기도 힘들 정도로 입구부터 사람으로 넘쳐났다. 원하는 사진은 찍지 못했지만, 만휴정의 풍경 자체는 정말 아름다웠다. 만휴정 앞에 위치한 바위 사이에서 흘러내린 물들이 모여 작은 폭포를 이루고 있었는데, 그 모습이 어찌나 시원하던지. 바위에 조각된 한자들도 경이로웠다. 한자에 약해서 뜻을 해독하기는 어려웠지만, 뜻을 잘 몰라도 바라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흥미롭게 다가왔다.
그렇게 구경하는 와중에도 사람들은 끊임없이 쏟아졌고, 더 이상 구경하기는 무리라는 생각에 아쉬움을 뒤로한 채 발걸음을 돌렸다. 비록 우리는 만휴정으로 오기 위해 달린 시간보다 더 짧게 만휴정에 머물렀지만, 오늘의 기억은 머릿속에서 한참을 머무를 것이다. 그런 생각을 하며 만휴정 오솔길을 내려가는 주말 메이트를 바라보았다. 그의 얼굴 끝에 여름이 걸려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