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n the Record - 대구 (1)
여름의 대구는 한국이 아닌 것 같다. 연신 흘러내리는 땀방울을 훔치며, 대구역 지하상가를 어슬렁거렸다. 분명히 여기인데. 아무리 찾아봐도 영 레코드가 보이지 않는다. 당황한 마음에 다시 지상으로 올라가 위치가 어디일까 살폈더니, 의외로 실마리는 가까운 곳에 있었다. 나는 더 헤매지 않아도 된다는 생각에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영 레코드를 찾아갈 사람들에게 혹시나 나처럼 헷갈릴까 봐 말해둔다. 영 레코드는 대구역 지하상가가 아닌 ‘지하차도’에 있다. 지하차도 인도에는 여러 가게들이 위치해 있는데, 영 레코드도 그중 한 곳이다.
밖에서 보이는 것보다 안으로 들어서자 가게는 훨씬 작았다. 엘피, 시디, 테-푸라고 글자가 적힌 미닫이문을 드르륵 소리와 함께 열고 들어서자 입구 앞에 있는 의자에서 오래된 연식의 선풍기에서 나오는 바람을 맞고 있는 사장님이 보였다. 90년대 초 중반에 흔히 쓰던 모양새의 선풍기가 정겹다.
예상치 못한 손님의 방문이었기 때문이었을까. 아니면 하필 때마침 고장나버린 에어컨 때문일까. 사장님은 당황한 표정으로 이런 날씨에 하필 에어컨이 고장 나서 수리 중이라고 했다. 그래서 가게가 좀 더울 거라며 선풍기의 방향을 돌려주었다. 내가 가방을 내려놓고 가게를 둘러볼 수 있게 의자도 비워주시는 배려도 잊지 않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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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레코드는 카세트테이프보다는 LP가 중심인 공간이다. 가게 자체는 크지 않지만, 다양한 종류의 음반이 많았고 찾기 쉽게 가나다순 정렬도 잘 되어있었다. 테이프 종류는 LP에 비해 적었지만, 호기심이 가는 것들이 많았다.
역시 행운은 뜻하지 않은 곳에서 찾아온다. 상대적으로 적은 종류지만 내가 살 것들은 충분히 존재했고, 나는 우타다 히카루의 퍼스트 러브가 담긴 테이프를 발견하고 쾌재를 불렀다. JTL 겨울 스페셜 앨범과 중국 영화 음악 테이프도 반가운 마음에 손에 꼭 쥐었다. 마치 누가 가져가기라도 할 새라.
함께 간 일행은 LP 삼매경에 빠져있었다. 나도 LP를 둘러보았으나 아, 이거다 싶을 정도로 마음에 꽂히는 게 없어서 이내 CD로 넘어가 구경을 하는데 사장님이 CD가 담긴 작은 박스를 꺼내어 보여주셨다. 호기심을 가득 안고 한 장 한 장 CD를 넘기며 구경하는데, 이거 완전 노다지 아닌가. 사인 앨범들이 여럿 보였다. 가장 인상 적이었던 건 쥬얼리의 히트곡 슈퍼스타가 담긴 사인 앨범이었다. 이 앨범이 출시되었을 당시 한창 mp3에 노래를 넣어 다니며 매일 들었던 기억이 난다. 추억에 젖어 몽글몽글한 마음으로 CD들을 살펴보다 보니 어느새 다음 일정을 위해 움직여야 할 시간이었다. 나는 다음에 또 오겠노라고 사장님에게 인사하며 영 레코드를 나섰다. 잠시지만 영 레코드에서 영했던 10대 시절로 돌아간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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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 레코드
대구 중구 태평로1가 44
010-4185-723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