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0화
물류센터에서 여름, 가을, 겨울, 봄의 사계절을 보냈다. 그리고 또다시 여름이 다가오고 있었다. 아직 5월 초임에도 불구하고 센터의 공기는 후덥지근했다.
요 며칠 계속 내리는 비로 인해 센터 안은 마치 거대한 물을 머금은 솜 같았다. 습기제거제를 놓아둔다 치면 5분도 되지 않아서 물이 가득 찰 것만 같은 습도. 5월인데도 한 여름처럼 벌써 이렇게 더우면 다가오는 여름은 어떻게 버텨야 하나 싶어서 걱정스러웠다.
작년에 내가 경험해 본 결과 물류센터의 여름은 ‘지옥’ 그 자체였다. 지옥이라는 단어가 전혀 과장이 아님을 하루라도 그곳에서 일해 본 이들은 모두 알았다. 통근버스에서 내려 센터 안으로 들어가는 순간, 온몸으로 쏟아지는 후덥지근한 공기에 땀이 쉬지 않고 흐르던 순간들.
비단 덥기만 한 것도 아니다. 겨울에는 혹독한 추위와 씨름해야 한다. 분명히 실내에서 일하고 있는데도 손끝이 아리고 시린 느낌이 드는 게 신기할 정도였다. 그렇게 물류센터는 여름은 덥고, 겨울은 추웠다.
일 년이 다되어가는 시간 동안 물류센터에서 많은 일을 경험했고, 많은 사람들과 부대끼며 지냈다. 이러한 대우를 받으면서 일해도 되는 건가 싶을 정도로 심리적 모멸감을 느끼는 순간이 무수히 많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버텨낼 수 있었던 건 보이지 않게 ‘연대’하며 내 등을 토닥여주는 동료들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그들이 나를 지탱해 주었다.
지금은 떠나간 이들, 그리고 여전히 남아있는 이들, 언젠가는 떠날 이들 모두에게 연대의 의미로 이 글을 바친다. 나는 여전히 많은 노동자들의 친구가 되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