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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y 14. 2023

2022. 06. 02

1부 1-1화

 

 알바천국에서 물류센터 공고를 보았다. 하루 알바에 일당 지급이 가능하다는 공고를. 예전부터 물류센터 일이 궁금했다. 워낙 노동강도가 세서 힘들다는 말은 많이 들었지만, 일한 다음 날 바로 일급이 들어온다는 점이 솔깃해서 한 번 도전해 보기로 했다. 거리는 멀지만, 진주까지 오고 가는 통근버스가 온다는 점도 솔깃함에 불을 붙였다.     


 주간과 야간 중에 선택해서 알바를 지원할 수 있었는데, 똑같은 시간을 일하고 돈을 번다면 주간보다는 야간 수당이 붙는 야간이 나을 것 같아서 야간으로 전 날 저녁에 근무 신청을 했다. 신청은 간단했다. 공고에 나와있는 전화번호로 양식에 맞춰 근무 지원 신청 문자를 보내면 끝이었다.     


 사실 지원 신청을 보낸다고 해서 될지 안 될지 알 수 없었지만, 다행히도 자리가 남아 있었는지 당일 오후 3시 30분쯤에 출근 확정 연락이 왔다. 출근 연락을 받자마자 부리나케 나갈 준비를 하고 집을 나섰다.   

  

 집을 나온 후 다이소에 들렀다. 물류센터에서 일을 할 때는 휴대폰과 전자시계를 비롯한 짐을 가지고 들어갈 수 없어서, 투명 파우치에 반입이 가능한 물품들을 담아 들어간다는 후기들을 보았기에 투명 파우치가 필요했다. 게다가 휴게실에 있는 사물함에는 가방을 넣을 수는 있지만, 개별적인 잠금장치는 없기에 도난 방지를 위해 개인 자물쇠도 필요하다는 말을 들어서 자물쇠도 같이 사기로 했다.     


 다이소에 도착해 자물쇠와 투명파우치, 쿨토시를 샀다. 파우치 안에 쿨토시와 자물쇠를 먼저 넣고, 집에서 미리 챙겨 온 장갑과 낱개 사탕, 볼펜, 담배, 라이터도 챙겨 넣었다. 일할 때 라벨을 제거한 페트 물병도 들고 들어갈 수 있다고 해서 500ml 사이즈의 물도 챙겼는데, 파우치의 크기가 작아서 물병까지 넣기에는 무리여서 물은 따로 들고 들어가기로 했다. 그러나 애석하게도 막상 가서는 물을 들고 들어가는 걸 까먹고 파우치만 챙겨서 들어갔다.     


 다이소를 들렀음에도 불구하고 아직 통근버스를 탈 시간까지 한참 남아서, 통근버스를 타는 곳 근처에 있는 고속버스 터미널 로비에 앉아서 전자책을 읽었다. 고속버스 터미널에는 다른 지역으로 가는 사람들과 막 진주에 도착한 사람들이 교대를 하듯이 오가고 있었고, 그 속에서 미동도 없이 같은 자리를 지키고 있는 건 나뿐이었다.     


 얼마나 책장을 넘겼을까. 슬슬 통근 버스를 타러 갈 시간이 되었다. 통근버스는 오후 4시 50분에 온다고 했다. 나는 4시 40분쯤 통근 버스를 타는 곳에 서서 긴장되는 마음으로 버스를 기다렸다.      


 50분이 가까워져 오자 나처럼 물류센터로 가는 듯한 사람들이 주변에 한 명 두 명 모이기 시작했고, 멀리서 빨간 버스 한 대가 서서히 다가왔다. 따로 전용 버스가 있는 줄 알았는데, 일반 관광버스와 다를 바 없어서 혹시 다른 버스인데 내가 착각을 하고 있나 싶어서 당황스러웠다. 당황스러움도 잠시였다. 버스의 앞에는 진주라는 글씨와 함께 센터의 이름이 붙어 있었고 나는 제대로 버스를 타긴 탔구나 싶어서 안도했다.     


 인원수 체크를 위해서 버스를 탑승할 때는 미리 발급받은 QR코드를 태블릿에 인식시키거나 전화번호를 입력해야 했는데, QR코드는 계약직들에게나 해당되는 이야기 같았다. 나는 전화번호를 누르고 버스에 탑승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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