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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y 17. 2023

2022. 06. 02

1부 1-2화

 

 통근 버스를 타고 1시간 30분가량을 달려 진해 두동에 위치한 C사 물류센터에 도착했다. 모든 게 처음이다 보니 어디로 들어가야 할지도 전혀 감이 잡히질 않아서 버스에서 먼저 내린 앞사람을 따라서 걸었다.   

   

 내 앞에 걷던 사람은 익숙한 걸음으로 의자들과 사물함이 빽빽하게 놓여있는 곳으로 들어갔다. 꽤 많은 사람들이 의자에 앉아 있었다. 아무 사물함이나 쓰면 안 될 것 같아서, 데스크 직원으로 보이는 사람에게 처음 왔는데 어떻게 해야 하냐고 물었다. 그는 내게 작성해야 할 서류 여러 장과 방법이 적힌 코팅 용지, 바코드와 전화번호가 적힌 출근 명찰을 함께 내밀었다. 일단 서류부터 작성하고 주면 된다고 했다. 사물함은 안쪽에 ‘단기직 사물함’이라고 적힌 곳에 빈자리를 아무 곳이나 쓰면 된다고도.     


 나는 챙겨 온 볼펜을 꺼내 서류를 작성했다. 코로나가 아직 잦아들기 전이라서 코로나에 대한 것도 기입해야 했는데, 아직 한 번도 코로나에 걸린 적이 없으므로 딱히 기입할 건 없었다. 그 외에는 개인 정보 기입과 서약서 같은 거였다. 사실 이미 이 서류의 답은 정해져 있는 게 아닌가. 모두 다 ‘네’를 체크하는 것 밖에는 없었다. 만약 ‘아니오’를 체크한다면 근무를 시작해보지도 못할 테니까.     


 나처럼 처음 온 사람들은 모두 손에 종이를 들고 서류를 작성하고 있었고, 이미 많이 와본 사람들은 익숙하다는 듯한 표정으로 음료를 마시며 의자에 기대서 쉬고 있었다.     


 작성해야 할 서류를 다 쓰고 데스크 직원에게 내밀자, 나중에 한꺼번에 걷을 테니 일단 가지고 있다가 걷을 때 주면 된다고 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곤 휴대폰을 계속 만지작거렸다. 본격적으로 일을 시작하게 되면 문명과 단절된 상태로 오후 7시부터 새벽 4시까지 9시간을 보내야 하기에, 일을 시작하기 전이 유일하게 휴대폰을 마지막으로 볼 수 있는 시간이었다.     


 6시 50분쯤 되자 처음 온 단기직을 제외하고 모두가 썰물처럼 휴게실을 빠져나갔다. 많던 사람들이 한순간에 동시에 사라지는 걸 보자 마치 디스토피아물의 주인공이 된 것 같았다. 지구에서 사람들이 사라지고 몇 명만 남아있는데 그중 한 사람이 된 것 같았달까.     


 사람들이 빠져나가고 난 후 처음 온 사람들만 남은 걸 확인한 직원이 1시간 동안 교육을 진행한다고 앞의 모니터를 봐달라고 했다. 1시간 동안 진행되는 교육은 별 다른 건 없었고, 안전에 대한 유의사항과 성희롱 예방 교육 영상을 보는 게 다였다.      


 교육 영상을 보는 1시간이 시급에 포함된다고 해서 좋았지만, 계속 앉아 있으려니 너무 지루해서 차라리 몸을 얼른 움직이고 싶었다. 나중에 미친 듯이 힘들 줄은 전혀 예상도 하지 못한 채, 그때는 그런 생각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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