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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May 21. 2023

2022. 06. 02

1부 1-3화

 

 1시간 동안 진행된 교육이 끝나고, 8시부터 일렬로 줄을 서 현장에 투입되었다. 줄을 선 사람들 중에 대부분은 3층에 투입되었고, 내가 서 있던 줄은 4층에 투입되었다. 엘리베이터를 사용할 수 없어서 계단을 타고 4층까지 올라가야 했는데, 분명히 층수는 4층이지만 일반적으로 우리가 아는 4층의 높이가 아니었다.   

   

 올라도 올라도 계단이 끊이질 않았고, 층도 쉽게 바뀌지 않았다. 일을 시작하기도 전에 계단을 오르느라 먼저 탈진할 것 같았다. 옆에서 같이 계단을 오르던 아주머니께 “와, 4층이 4층이 아니네요.”라고 말했더니, 아주머니가 대답했다.     


“12층 높이래요.”     


 어쩐지, 4층이라기에는 아무리 올라도 끝이 없더라. 12층을 걸어서 올라가니 힘든 거였다. 겨우겨우 4층에 도착해 업무에 대한 설명을 들었다. 설명을 들은 후에는 각자 배정받은 PDA에 010을 뺀 전화번호로 로그인을 했다. 그 전화번호가 바로 각자 부여받은 사원번호였다.      


 오늘 내가 맡은 업무는 ‘집품’이라는 명칭으로 불리곤 하는 물건을 피킹 하는 일이었다. A카트라고 불리는 A자 모양으로 생긴 카트 위에 뚜껑이 없는 물건 수납박스 같이 생긴 토트를 올린 후에 PDA로 토트에 붙어 있는 바코드를 스캔하면 피킹 할 물건의 위치가 떴다. 피킹 할 물건이 있는 쪽으로 카트를 끌고 가서 상품을 대조한 후 물건을 스캔하고, 토트에 넣는 걸 반복한 후 토트가 꽉 차면 피킹을 종료하고 컨베이어 벨트로 가져가서 토트를 올리면 끝이었다. 그리고 새 토트를 다시 카트 위에 올려서 일련의 과정들을 반복하면 되었다.   

  

 워낙 서비스업을 오래 하면서 바코드를 찍는 일을 많이 해봐서인지 금세 PDA로 물건을 스캔하는 일에 익숙해졌다. 게다가 물건을 마구잡이로 토트에 담으면 별로 담지 않아도 토트가 차기 때문에, 테트리스를 하듯 토트의 공간을 적절히 만들어 담아야 했는데 이것 또한 어렵지 않았다. 책방과 편의점에서 일하면서 워낙 테트리스처럼 물건을 담고, 진열하는 일을 지겹도록 해봤던 경험이 빛을 발하는 순간이었다.     


 일 자체는 어렵지 않은 단순 반복 작업에 가까웠지만, 넓은 센터 안을 계속 오가며 앉았다 일어났다를 반복하며 물건을 스캔하고 담는 일을 반복하다 보니 땀이 비 오듯 연신 흘러내렸다. 수많은 알바 후기에서 보았던 것처럼 물류센터 안에는 역시 에어컨이 없었다.     


 대형 선풍기와 천장에 달린 실링팬만이 유일하게 바람을 내뿜으며 돌아가고 있었는데, 워낙 내부가 후덥지근하고 습하다 보니 바람도 더운 바람이 불었다. 바람은 더웠지만 그마저도 감지덕지였다. 아예 바람이 없는 것보다는 나았으니까.      


 선풍기와 실링팬과 먼 지점에서 집품을 하고 있을 때면 바람이 닿지 않아 숨이 턱턱 막혔다. 마스크를 계속 쓰고 있어야 해서, 마스크 안은 내가 내뿜은 더운 공기로 가득 찼다. 빠져나가지 못한 뜨거운 숨 때문에 얼굴은 빨갛게 익어버렸고, 땀은 펌프질 하듯이 가속도를 내서 더 많이 흐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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