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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l 02. 2023

2022. 08. 06

1부 9화

 

 이번 주에 총 4번의 근무를 했다. 특이하게도 내가 일하는 C사의 물류센터는 월요일부터 일요일까지를 일주일로 치지 않고, 일요일부터 한 주의 첫 날로 카운팅 해서 토요일까지를 일주일로 친다.      


 이번 주에 나는 일, 월, 목, 토를 근무해서 총 4번의 근무를 했다. 이제까지 일하면서 한 주에 이렇게 많이 나와 본 적은 없었던 지라 나 자신의 한 주 최다 출근 기록을 세웠다. 일주일에 총 5번의 근무를 할 수 있는데, 4번이나 나왔으니 이번 주의 나 자신에게 고생했다고 칭찬이라도 해주고 싶었다.     


 사실, 어제도 근무를 할 뻔했다. 근무 마감 연락이 와서 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는데, 통근 버스가 센터를 향해 출발하는 시간을 코앞에 두고 다시 연락이 온 거다. 근무를 취소한 사람이 생겼는데 혹시 올 수 있냐고 문자가 왔다.     


 당장 집에서 나가도 통근 버스를 시간에 맞춰서 탈 수가 없는 상황이라서, 지금 출발해도 통근 버스를 타지 못해서 가기 힘들 것 같다고 답장을 보냈다. 통근 버스가 오는 시간은 4시 50분인데, 통근 버스를 타는 동네가 멀어서 집에서 4시쯤에는 출발하기 때문에 아무리 노력해도 나갈 수가 없었다.      


 4시 45분에 취소자가 생겼다고 알려주면, 대체 어떻게 하란 말인가. 5분 만에 동네를 이동해 50분에 출발하는 통근 버스를 타는 건 아무리 빠른 우사인 볼트라 해도 불가능한 일이 분명했다. 심지어 걸어갈 수도 없는 거리라 시내버스나 택시를 타야 하니까.     


*     


 일의 시작부터 물량이 많다는 방송이 나와서 혹시 연장 근무를 하는 게 아닐까 걱정했는데, 왜 항상 불안한 예감은 잘 들어맞는 걸까. 연장을 했다. 그나마 15분만 연장해서 다행이긴 했지만, 연장을 하자고 말하는 게 의아할 정도로 이상하게 연장 시스템이 돌아갔다.     


 10분을 연장하고, 10분에서 2분을 남겨둔 무렵에 5분을 추가로 더 연장한다고 했다. 처음부터 15분 연장한다고 말했더라면 나았을 텐데 퇴근 시간 임박해서 추가로 연장을 한다고 하는 건 정말 너무하다는 말이 절로 나왔다.      


 어차피 연장 근무를 하면 통근 버스도 연장 근무 시간에 맞추어 출발하기 때문에 집이 가깝거나, 자차로 오는 사람이 아닌 이상은 모두 할 수밖에 없는 구조인데 왜 이렇게 촉박하게 말하는 걸까.     


 심지어 퇴근 시간 직전에 관리자의 요청으로 1층에 물건 하나를 대신 전달해 주러 가느라 퇴근도 늦어져서 통근 버스를 간발의 차로 아슬아슬하게 타야만 했다. 버스를 놓치면 집에 가지 못하기에 이를 악물고 계단을 뛰었더니 아직도 숨이 차는 것만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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