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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l 05. 2023

2022. 08. 12

1부 10-1화

 

 물류센터에서 허브(상하차 업무) 공정을 제외하고 할 수 있는 모든 업무를 다 해보았다. 오늘은 처음으로 포장을 했다.     


 집품을 1시간 30분가량 하다가 갑자기 관리자 호출이 들어왔다. 3층 중앙으로 가니 관리자가 말했다.     


“1층으로 내려가서 포장하시면 돼요.”

“한 번도 포장을 안 해봐서 방법을 모르는데요?”

“1층에 내려가면 가르쳐주는 사람이 있을 거예요.”     


 가르쳐 줄 사람이 있다는 말을 듣고 알겠다고 대답하며 1층으로 내려갔다. 나 혼자 내려간 건 아니고, 다른 두 사람과 함께 내려갔다. 그들도 포장이 처음이어서 나와 함께 포장 교육을 들어야 했다.    

  

 포장 교육은 1층에 있던 노란 조끼를 입은 관리자가 해주었는데, 15분 만에 교육이 끝나서 상당히 당황스러웠다. 노란 조끼도 더 자세히 가르쳐주고 싶었겠지만, 그보다 직급이 더 높은 빨간 조끼의 관리자가 15분 만에 포장 교육을 끝내라고 했다. 한 명이 세 명을 동시에 가르치는데 15분의 시간만 주어지다니. 이보다 더 열악할 수가 있는 건가.      


 고작 15분을 배우고, 바로 포장대 자리를 배정받고 실전에 투입되었다. 처음 해보는 업무여서 그런지 손에 익지 않아서 운송장을 박스에 붙인 후 출고 검증을 하지 않고 컨베이어 벨트에 바로 올려버리는 실수를 여러 번 해서 당황한 마음에 컨베이어를 따라 달려가서 직접 택배를 다시 가져왔다.     


 내가 당황한 표정으로 달리며 운송장을 스캐닝하지 않은 택배를 찾아들고 가는 모습을 보니 웃겼던지 컨베이어 끄트머리 라인의 포장대에서 포장을 하던 분들이 웃더니 말했다.     


“출고 검증 못해도 그렇게 안 달려가도 돼요. 메인에 가서 관리자한테 모니터에 떠 있는 운송장 끝 번호 알려주면 새 운송장 뽑아주니까 그것 가지고 출고 검증하면 돼요.”     


 다행이었다. 이제는 실수로 출고 검증을 하지 않고 컨베이어에 올리더라도 컨베이어의 속도보다 더 빠르게 뛰지 않아도 되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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