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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28. 2023

2022. 08. 01

1부 8화

 

 처음으로 3일 연속 근무를 했다. 3일 연속 근무를 해보니까 ‘아, 여기까지가 내 체력의 한계구나.’라는 걸 몸소 느낄 수 있었다. 하루나 이틀도 힘들지만, 삼일차는 체력이 실시간으로 바닥나는 게 눈에 띄게 보였다.  

   

 어느 정도였냐면 땀을 원래도 많이 흘리는데, 더 많이 흘려서 땀이 마르면서 쉰내가 날 정도였다. 쉰내가 날 정도로 온몸이 축축하게 땀을 흘리니 나 자신이 싫어지는 것만 같았다. 함께 일한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을 하고 있을까.      


 원체 무거운 상품이 3층에 많아서 그걸 L카트로 집품하느라 땀이 더 많이 난 걸 수도 있지만, 어차피 땀이 나지 않고는 배기기 힘든 환경이 아니던가. 실링팬과 군데군데 설치된 선풍기에만 의존해서 8시간 동안 일을 해야 하니까.     


 20kg가 넘는 상품을 계속 들고 카트에 올리는 걸 반복하다 보니 새벽쯤 되니 자동으로 넋이 나간 상태가 되었다. 처음으로 해본 삼일차 근무여서 그런 건지, 아니면 유독 더 일이 힘들어서 그런지는 몰라도 퇴근 무렵에 장갑을 벗으니 손에 굳은살이 생겨 있었다. 이틀차였던 어제까지만 해도 굳은살까지는 없었는데. 심지어 쉬는 시간에는 미세하지만 손이 떨리는 것도 경험할 수 있었다.     


 이렇게 힘든 와중에 연장 근무까지 있었다. 분명히 처음에는 30분만 연장을 한다고 해서, 30분만 더 버티자 싶었는데 추가로 30분을 더 한다고 안내방송이 나와서 아득해졌다. 땀으로 축축해진 장갑을 당장이라도 벗고 싶은데 30분이나 더 끼고 있어야 한다는 게 괴로웠다.     


 불행 중 다행인 것은 내내 L카트로 집품하다가 새벽 3시 45분부터는 A카트로 집품하는 걸로 포지션이 바뀌었다는 거였다. A카트도 힘든 건 매한가지지만, 최소한 중량물을 담는 건 아니니 훨씬 나았다.      


 새벽 다섯 시에 퇴근하고 통근 버스에 탔다. 버스 안에는 모두가 하나같이 고단한 표정으로 등받이에 몸을 기대고 있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였다.      


 얼른 집에 가고 싶은 마음이 간절했는데, 오늘부터 통근 버스가 1센터를 들러서 그곳의 사람들을 태우고 간다고 했다. 내가 일하는 곳은 4센터인데, 1센터와 거리가 멀지 않아서 버스를 합쳐서 운행하기로 했단다. 비용 절감을 위해서 버스를 여러 대 운행하지 않고 최대한 줄이려 하는 것 같았다.      


 그래서 통근 버스 탑승 시간도 늦어졌다. 원래는 4시 20분에 출발하는데 오늘은 연장 근무를 했기에 4시 30분에 출발했다. 1센터를 들리지 않고 간다면 4시 40분에 출발했겠지만, 들렀다가 가야 하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출발 시간도 10분 당겨져서 촉박한 마음이 들었다.     


 촉박한 상태로 숨을 헐떡이며 매일 미션임파서블마냥 10분 안에 퇴근을 찍고 통근 버스를 탈 생각을 하니 절로 더운 숨이 한숨으로 바뀌어 새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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