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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n 25. 2023

2022. 07. 31

1부 7화

 

 출근하는 버스 안에서 내일의 근무 신청을 했다. 내일도 확정 연락을 받게 된다면 3일 연속 나가게 되는 게 된다. 한 번도 3일 연속은 해보지 않아서 걱정스럽긴 하지만, 이틀도 버텼는데 3일이라고 못할까 싶어서 용기를 내보기로 했다.     


 정말 매일 힘들지만 여기서 더 힘들 수도 있구나를 깨달았다. 오늘의 근무는 정말 역대급이라는 표현이 어울릴 정도로 고되었다. 아무리 더워도 손에서 땀이 난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장갑이 흠뻑 젖을 정도로 손에서도 엄청 땀이 나서 아무리 손을 씻어도 손이 끈적이는 것 같았다.      


 온몸의 구멍이란 구멍에서 땀이 나왔다. 세제, 두유, 락스를 연신 박스째 L카트에 실어 피킹하다보니 허리도 무지하게 아팠다. 개별 무게도 만만치 않은 상품들인데, 박스채로 집품하려니 하드코어했다. 세제와 락스 같은 경우는 박스의 무게가 20kg에 육박해서 들고 옮길 때마다 자동으로 앓는 소리가 나왔다.    

 

 분류 업무도 잠시지만 경험을 했는데, 처음 해봐서 그런지 정신이 하나도 없었다. 끊임없이 물건이 실시간으로 분류하는 테이블위에 쌓여서 눈이 핑글핑글 돌았다. 분류를 하면 화장실 가기도 어렵고, 물 마실 틈도 없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그 말이 사실이었다.      


 내가 맡은 업무는 앞에서 분류를 해서 물건을 테이블 위에 던져주면, 송장을 확인하고 지역별로 해당하는 토트에 넣는 일이었다.     


 처음 해봐서 숙련자들보다 속도가 느려서인지는 몰라도 30분 정도 하고 나니 다시 집품 업무로 보내졌는데, 다행이었다. 분류장에서 계속 있었다면 쌓인 물건들을 어떻게 처리해야 할지 몰라서 막막했을 텐데. 그러나 집품 또한 무거운 상품이 계속 나를 기다리고 있었던 터라 막막함은 마찬가지였다.     


 임시로 늘어났던 쉬는 시간은 일주일 정도의 시간이 지나고 난 후 다시 원래대로 20분으로 줄어 든지 오래여서 쉬는 시간에도 쉬는 게 쉬는 것 같지가 않았다. 누군가가 쓰러져야만 조금이라도 쉬는 시간을 더 늘려주는 형태에 분개하면서도 이곳에서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다는 무력감에 마음이 아팠다. 노동자가 하나의 부품처럼 다루어지는 곳에서 지금 이 순간도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스러져가고 있을까 생각하니 땀 대신 눈물이 흘러나올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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