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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l 17. 2023

2022. 08. 20

1부 12화

 

 내가 근무하는 날마다 연장이 잦은 것 같은 건 기분 탓일까. 오늘은 10분 추가 연장 근무를 했는데, 정말 마지막까지 끝없이 일했다.      


 웬일로 포장을 하러 내려 보내지 않아서 내내 집품만 했다. 땀이 어찌나 나던지 슥슥 대충 옷에 땀을 닦았더니 피부가 쓸렸는지 나중에는 인중이 화끈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원래는 손수건을 챙겨 다니면서, 손수건에 땀을 닦는데 하필이면 오늘 손수건을 챙겨 오지 않아서 옷에 땀을 닦는 거 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닦지 않으면 마치 물처럼 바닥에 땀이 흥건하게 떨어질 것 같았다.  

   

 그나마 운이 좋게도 종일 오토를 배정받아서 A카트로 집품을 해서 중량물을 들지 않아도 돼서 다행이었지만, 잠을 제대로 자지 못하고 설친 상태로 일을 하러 와서 그런지 피곤해서 평소보다 움직이는 속도가 더뎠다. 빨간 조끼 관리자 또한 그걸 파악한 건지, 식사 시간이 끝나고 난 뒤에 나를 불렀다.      


“석류님, 평소보다 속도가 느리신데 어디 몸이 안 좋으세요?”     


 괜찮다고 대답했더니, 그러면 조금만 더 빨리 해달라고 했다. 처음이었다. 이제까지 내가 꽤나 빠른 속도로 일했음이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느려지니 바로 불러서 빨리 해달라는 주문을 받을 줄이야. 기분이 묘했다.  

   

 개인의 PDA에만 뜨지 않을 뿐이지, 관리자는 항상 중앙에서 각 노동자의 속도를 체크하고 있다는 걸 피부로 느낄 수 있던 순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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