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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l 19. 2023

2022. 08. 22

1부 13화

 

 오늘은 물량이 많아서 사람을 많이 뽑을 예정이라는 말을 들었는데, 그 말처럼 정말로 많은 인원의 단기직이 출석체크를 위해 줄을 서 있었다. 매월 정기배송일이어서 물량이 많아서 대 인원을 뽑는 1일만큼이나 사람이 많았다.     


 저녁 9시까지는 싱글 카트로 집품하고, 9시에는 1층에서 온 호출 때문에 포장을 하러 내려갔더니 이제까지 포장을 했던 자리와는 아예 동떨어진 포장대 자리를 배정받았다.      


 지금까지는 A열과 B열이라고 해서 1층의 중앙과 가까운 쪽의 포장대에서 포장을 했는데, 오늘 배정받은 곳은 C열이라는 구역이었다. 중앙과는 떨어져 있는 위치였는데, 노란 철제 계단을 타고 가야만 보이는 곳이었다. 식당과 가까운 곳이어서 식사하러 다니면서 얼핏 보긴 봤는데, 항상 이곳에서는 포장하는 사람이 별로 없어서 거의 쓰지 않는 자리인 줄 알았다.     


 오늘도 C열에는 사람이 몇 명 없었는데,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테이프를 뜯는 소리가 A열과 B열에서 일할 때와는 달리 상대적으로 적어서 조용한 느낌이 들었다. 포장을 위한 부자재도 없는 게 많았고, 모니터와 스캐닝을 위한 바코드 스캐너 또한 상태가 신통치 않아서 나는 유배지에 유배당한 선비의 기분이 이런 것일까라는 생각을 하며 포장을 했다.     


 10시 10분까지 C열에서 포장을 하고, A열에 밥을 먹으러 간 사람들을 대신해 그 자리에 들어가서 그들이 식사를 마치고 돌아올 때까지 대신 포장을 했다. 주인이 없는 자리에서 대리 포장을 하니 우렁각시라도 된 것 같았다. 식사를 마치고 원래의 자리 주인이 돌아오고 나자 다시 집품을 하러 올라가라고 해서 집품을 하러 3층에 올라갔다.      


 사람을 많이 뽑아서 그런지는 몰라도 평소보다 집품 할당량이 빨리 끝났다. 그래서 새벽 3시부터는 3층 곳곳에 산처럼 쌓인 파지를 정리하기 위해 부지런히 움직였다. 마지막 박스를 접고 나자 비로소 퇴근이 가까워져 온 게 실감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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