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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l 23. 2023

2022. 09. 10

1부 14화


 난생처음으로 공휴일에 근무를 했다. 이제까지 공휴일 근무 신청을 해도 매번 마감 연락을 받았는데, 오늘은 웬일로 확정이 됐다. 아마도 추석 당일이라 계약직들이 많이 쉬어서 된 게 아닐까 하는 합리적인 의심이 들었다.     


 통근 버스를 타러 가는 길에 기분이 묘했다. 남들이 다들 쉬는 명절에도 여전히 누군가는 일을 하고 있고, 그렇기에 이 사회는 돌아가고 있다. 명절에 일을 하는 건 싫지만, 법정 공휴일이라서 1.5배의 근무 수당을 받을 수 있다는 장점을 생각하며 힘을 내기로 했다.     


*     


 명절이어서 고속도로가 많이 막혔다. 평소라면 6시 20분쯤에 센터에 도착하는데, 도로가 너무 막혀서 7시가 넘어서도 도착하지 못했다. 7시부터 근무를 시작해야 하는데 마음이 초조했다. 센터에 도착하고 나니 7시 30분이 넘은 시각이었다.     


 근무 시간이 가까워져 가는데도 진주 차가 센터에 도착하지 않아서인지 센터에서 전화가 왔다. 차가 너무 많이 막혀서 아직 고속도로 위에 있다고 이야기했더니 알겠다고 대답하며 전화가 끊어졌다.      


 버스 안에서 자주 보던 계약직 아주머니에게 이렇게 늦게 도착하게 되면 어떻게 되는 거냐고 물었더니, 부득이한 상황으로 늦는 거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했다. 개인적으로 늦는 게 아닌 도로가 막혀서 늦는 특수한 경우기 때문에 센터에서 알아서 처리를 할 거라고 했다. 아주머니의 말처럼 센터에서 알아서 잘 처리를 했는지 늦은 30분의 시간도 근무로 쳐서 돈은 그대로 들어온다고 해서 안심이 되었다.     


 오늘은 온종일 집품을 했는데, 이제 정말 가을이 되긴 된 건지 습도가 훨씬 떨어져서 흘리는 땀의 양이 조금은 줄어들었다. 원래라면 장갑이 축축해진 상태로 퇴근해서, 손을 아무리 씻어도 끈적거리는 느낌이었는데 장갑이 덜 축축해진 상태로 일을 마치니 감회가 남달랐다. 그래도 아직은 더위가 가시지 않아서 센터의 내부 온도는 여전히 높지만, 여름이 지나가고 있음을 몸으로 느끼자 살 것 같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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