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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l 27. 2023

2022. 09. 15

1부 15화

 

 출근 전에 항상 뭐라도 챙겨먹고 가려고 최대한 노력하는데, 오늘은 입맛이 너무 없어서 아무것도 먹고 싶지 않아서 단백질 바 하나와 핫식스를 챙겨서 들고 갔다. 고된 육체노동이기에 아무것도 먹지 않고 일하면 쓰러질지도 몰라서 일 시작 전에 꾸역꾸역 단백질 바를 입안으로 우겨넣었다.     


 집품을 하다가 8시 40분부터 호출이 들어와서 1층으로 내려가서 포장을 했다. 오늘의 포장은 하드코어 그 자체였다. 평생 볼 햇반을 다 본 느낌이었다.      


 어떤 분과 둘이서 파레트 통째로 내려온 햇반 박스를 송장을 뽑아서 붙이고 일일이 들어서 컨베이어에 계속 싣는 작업을 했는데, 작업을 마치고 나자 기진맥진 상태가 되었다. 그나마 햇반은 박스채로 출고 되는 상품이어서 따로 포장 작업을 거치지 않고 송장만 붙여서 출고를 해서 다행이었다. 포장까지 했다면 얼마나 더 힘들었을까 싶어서 진절머리가 쳐진다.     


 쉬는 시간이 끝나고 난 뒤에는 포장대에서 나오라고 해서 나왔더니 물티슈를 배급처럼 받았다. 물티슈로 출근과 퇴근 때 오가는 노란 철제 계단을 닦으라고 했다. 물티슈가 아닌 대걸레로 닦아야 하는 게 아닌가 싶었지만, 시키는 대로 해야 하는 힘없는 신세기에 군말 없이 하긴 했다. 같이 계단을 닦는 작업에 투입 된 사람들 모두 대체 이걸 왜 하는 거냐며 투덜거렸지만, 나나 그들이나 같은 신세기에 따라야만 했다.     


 물티슈로 계단을 닦으면 닦을수록 오히려 더 더러워지는 느낌이 들었다. 물티슈로 닦은 부분이 깨끗해지기는커녕 작은 먼지가 자꾸 뭉쳐서 닦아도 소용이 없었다. 비효율적이었다. 물티슈만 계속 낭비하고. 계속 계단을 닦다보니 마치 신데렐라가 된 기분이었다. 신데렐라와 다른 점이라면 신데렐라는 호박마차를 타지만, 나는 통근버스를 타고 퇴근한다는 게 다른 점이랄까.      


*


 일을 하며 근무 시간동안 얼마나 움직이는지 측정해보려고 만보계를 샀다. 일을 시작하기 전에 새로 산 만보계를 착용해봤다. 생각보다는 많이 움직이지 않아서 놀라웠다. 만보계가 제대로 측정이 되긴 된 걸까 싶었다. 아니면 포장 업무 위주로 해서 적은 걸음이 찍힌 걸까. 퇴근 할 때 보니 8,599걸음이 만보계에 찍혀있었다. 체감으로는 만보 이상 움직인 느낌인데. 당분간은 계속 만보계를 착용하면서 얼마나 움직이는지 측정해봐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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