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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ul 30. 2023

2022. 09. 20

1부 16화

 

 일하는 꿈을 꾸었다. 꿈에서 출근 확정이 와서 일하러 갔는데, 내내 L카트를 끌면서 세제를 미친 듯이 집품했다. 꿈에서도 세제는 너무 무거웠고, 땀을 한 바가지는 흘렸다.     

 

 잠에서 깨고 나니 출근 확정 연락이 와있어서, 이게 꿈인지 현실인지 분간이 안 갔다. 심지어 데자뷔처럼 실제로 출근해서도 내내 L카트로 세제를 계속 집품했다.     

 

 8시 30분까지 3층에서 집품을 하다가 포장을 하러 1층에 내려갔다. 12시까지 포장을 하다가, 12시부터는 4층으로 올라가 집품을 했다. 새벽 2시 30분부터는 집품을 끝내고 새로운 업무를 했다.  

    

 ‘빈클렌징’이라는 이름의 업무인데 각 로케이션 별로 진열된 물건들을 상품의 종수가 잘 보이도록 정리하는 일이었다. 4층에는 워낙 자잘한 로케이션이 많기 때문에 물건끼리 겹쳐져서 보이지 않는 경우가 다반사라서 빈클렌징을 하며 정리를 해놓으면 집품을 할 때 물건을 꺼내기가 훨씬 수월하기 때문이다. 처음에는 빈클렌징이 대체 뭔지 몰라서 폼클렌징은 아는데 빈클렌징은 모르겠다고 했더니 옆에 서 있던 사람이 웃었다.     

 

 빈클렌징을 하며 든 생각인데 3층과 4층 모두 A존에는 실링팬도 없고, 선풍기마저도 거의 없다. A존 라인에 유일하게 창문이 있어서 바람이 잘 통할 거라고 생각하고 실링팬과 선풍기 설치를 제대로 하지 않은 건가 싶어서 갑갑해졌다. 창문이 있다고 해서 바람이 잘 통하는 거였다면 센터가 덥지도 않았겠지.     


 사람들에게 4층의 B존은 이마트 같고, A존은 자잘한 화장품류가 많아서 올리브영 같다고 이야기했더니 다들 그럴싸하다며 고개를 끄덕였다. 실제 이마트와 올리브영과 다른 점이라면 4층은 로케이션이 빽빽하게 들어차 있는 만큼 공간이 협소해서 카트를 하나만 끌고 들어갈 수 있어서 일방통행만 가능하다는 점이지만. 4층이 이마트와 올리브영이라면 3층은 대용량 상품이 박스와 묶음으로 많아서 코스트코 같이 느껴진다. 포장을 하는 1층은 택배사 같기도 하고. 그런 의미에서 오늘은 3층, 1층, 4층에서 전부 일했으니 코스트코 – 택배사 – 이마트 – 올리브영에서 전부 일한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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