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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Aug 16. 2023

2022. 10. 04

1부 19-2화

 

 나는 컨베이어 벨트에서 내려오는 상품들을 부산, 대구와 나머지 지역으로 나누어서 바로 뒤  편의 지역별 테이블로 던져주는 역할로 분류 스타트를 끊었다. 틈틈이 송장을 살피면서 간선이 섞여 있지 않은지 확인도 해야 했지만, 분류 초짜인 나에게 있어서 그것까지 하기엔 정말 힘든 일이었다.      


 초반 세 시간은 정신없이 지역별로 나누어서 테이블로 던져주는 것만으로도 벅찼다. 나중에는 그나마 송장이 눈에 들어오기 시작해서 앞에서 간선을 따로 빼는 사람이 미처 빼지 못하고 내려온 걸 걸러내기 시작했다. 그 후에는 지역별 분류 토트에 담는 작업도 하고.     


 포장을 할 때도 느꼈지만, 무거운 중량물을 비닐 포장하는 건 정말 아닌 것 같다. 박스 포장을 해야 하는 게 아닐까. 책, 사료, 모래, 세제 등등이 든 포장된 PB(비닐)를 뒤로 던지면서 손목이 너무 아팠다. 허리랑 어깨도 욱신거렸다.     


 분류를 하기 전에는 왜 분류장에서 물건을 던질까 생각했는데, 던지지 않으면 전혀 진척이 되지 않는 상황이 매 순간마다 펼쳐지고 있었다. 하나하나 물건을 조심스럽게 옮겨서 테이블 위에 올려놓을 수가 없었다. 1분에도 각기 무게가 다른 수십 개의 상품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줄지어서 내려오고, 얼른 그 물건을 뒤로 전달해야 지역별로 세세하게 2차 분류를 하고 출고를 진행하니까.      


 처음에 나는 하나씩 물건을 들어서 놓았는데, 단 몇 분 만에 그렇게 하는 건 효율성이 떨어진다는 걸 몸소 깨닫고 최대한 많은 물건을 집어서 뒤로 넘기기 시작했다. 그렇게 하고 있는 와중에도 내 눈앞에는 계속 뒤로 넘겨야 하는 물건이 실시간으로 쌓였고, 나는 인형 뽑기 기계라도 된 것처럼 쉴 새 없이 움직여야만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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