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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Aug 20. 2023

2022. 10. 18

1부 20화

 

 지난주까지만 해도 반팔에 얇은 바람막이면 커버가 가능한 날씨였는데, 이제는 긴팔에 바람막이를 걸치고 가야 하는 날씨로 바뀌었다. 이제 정말 가을이 스치듯이 오고 지나가는구나 싶어서 아쉬웠다.     


 오늘은 3.5 오토백으로 업무 스타트를 끊었다. 처음으로 해본 3.5 오토백은 일반적으로 하던 L카트의 싱글 집품보다 더 무게감이 나갔다. 3.5 오토백은 원래라면 A카트를 이용해서 해야 하는데, 상품의 크기가 크다 보니 금세 토트가 가득 차기 때문에 피킹의 효율성을 위해 A카트 대신 L카트에 토트를 싣고 스파이더에게 인계하는 형태로 이루어졌다.      


 대신, 긴급 피킹건이 뜨면 그 건은 빨리 처리해야 해서 다시 A카트를 이용한다. 보통 때는 L카트에 총 여섯 개의 토트를 싣고 물건을 담는데, 토트 하나당 무게가 2.5kg가 나가다 보니 토트만 실어도 이미 카트가 무거웠다. 평균 10~12kg의 물건을 담다 보니 집품을 완료하고 나니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무게감으로 인해 잘 끌리지 않는 카트의 바퀴를 겨우 밀어서 스파이더에 인계까지 마치고 나니 기진맥진이었다.     


 9시 10분까지 3.5 오토백 업무를 하고, 포장을 하러 1층에 내려갔다. 마칠 때까지 포장을 하려나 싶었는데, 11시 10분에 포장을 종료하고 4층으로 가서 집품을 하라고 해서 4층에서 집품을 했다. 12시에는 다시 3층으로 내려가라고 해서 3층에서 싱글 카트 업무를 3시까지 하고 파지 정리에 투입되었다. 이제까지 여러 번 공정을 옮겨가며 일을 한 적은 있었지만, 오늘처럼 네 번이나 여러 곳을 오가며 한 적은 처음이었다. 3층에서 1층으로, 1층에서 4층으로, 4층에서 다시 3층으로 오갈 거라곤 생각도 못했는데 연이은 이동으로 인해서 입고 있던 맨투맨이 흠뻑 젖었다.      


 웬일로 쉬는 시간을 7분 더 주었는데, 지금 생각해 보면 조삼모사와도 같았다. 쉬는 시간을 7분 더 준 대신에 5분이나 늦게 식사시간을 알리는 안내방송을 했으니까. 결국 그게 그거였던 셈이었다. 이제 실내온도가 33도 이상으로 올라가는 일이 적어지고 있으니, 이렇게 쉬는 시간을 추가로 주는 일도 거의 없을 것 같다. 약간은 서늘해진 날씨가 반가웠지만, 그로 인해 쉬는 시간이 여전히 20분일 거라는 생각을 하자 숨이 턱 막혀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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