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24화
빼빼로 데이는 내일이지만, 내일 출근 확정 연락이 온다는 보장이 없어서 오늘 출근을 하게 된 김에 사람들에게 빼빼로를 나눠주기 위해 준비해 갔다. 청소하는 아주머니께도 드리고, 나를 이뻐해 주는 이모를 비롯해 같이 일하는 다른 사람들에게도 빼빼로를 드렸다. 다들 갑자기 웬 빼빼로냐고 묻길래, 내일이 빼빼로 데이라서 미리 챙겨 왔다고 하니 그제야 이해가 간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오늘은 물량이 정말 많았는데, 그 덕에 퇴근 직전까지 집품을 해야만 했다. 오토카트 – 존배치 – 싱글카트(취급주의) - 오토카트 – 싱글카트를 반복했다. 싱글로 집품하는 업무 중에 ‘취급주의’는 유리병에 든 물건을 위주로 피킹 하는 거라서, 무게나 개수면에서는 중량물에 비해 훨씬 수월하지만 포장을 할 때는 무척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얼마나 빡빡하게 병이 깨지지 않게 이중 삼중으로 포장해야 할까. 집품하는 입장에서는 편해도, 포장하는 입장에서는 번거로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포장을 해보지 않았다면 집품하는 입장에서만 생각하게 됐을 텐데, 포장을 해보니 집품을 하면서도 포장하는 사람들의 고충을 헤아릴 수 있게 되었다. 이래서 사람은 다양한 상황을 겪어봐야만 상대를 비로소 이해할 수 있는 게 아닐까 싶다. 그렇지 않으면 자신이 처해 있는 상황만이 가장 힘들다고 느낄 테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