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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Sep 10. 2023

2022. 11. 01

1부 23-2화

 

 식사 시간이 지나고 포장대로 복귀하기 전 체조를 위해 서 있는데 분류장 담당 캡틴이 내게 오더니 말했다.   


“평소와 포장 속도는 비슷한데 느리세요.”

“아.. 더 빨리 하도록 할게요.”     


 빨리 하도록 하겠다는 대답을 들었음에도 불구하고 5분 후에 내가 있는 쪽으로 다시 오더니 3층으로 가서 집품을 하라고 했다. 이럴 거면 그 말은 왜 한 걸까? 그리고 평소랑 속도는 비슷한데 느리다는 건 대체 무슨 말일까. 이해할 수 없었지만, 언제나 그렇듯이 이곳은 이해하려고 하면 안 된다. 그저 관리자가 시키는 대로 해야만 하는 곳이니까.     


 3층으로 올라와 다시 집품을 하면서 속이 부글부글 끓었다. 매일 그놈의 빠른 생산성 타령을 해대면서 정작 생산성을 더 늘릴 수 없는 환경을 만들어놓고 노동자에게 속도만을 요구하는 행태가 화가 났다.    

 

 얼마 전부터 ‘파손주의’ 스티커를 더 이상 제작하지 않아서, 그만큼 파손의 우려가 있는 상품의 포장을 더 꼼꼼히 해야 해서 속도가 날 수 없는 상황이었다. 에어캡과 오퍼스(에어쿠션)를 기존보다 더 많이 사용해 포장하다 보니 스티커를 부착하던 시절보다 포장 시간이 훨씬 많이 걸렸다.      


 스티커를 박스나 비닐 포장에 부착하던 시절에는 완충재를 상대적으로 덜 사용해도 되었는데. 이제는 파손의 우려가 있는 제품임에도 ‘파손주의’ 스티커를 붙이지 못하기 때문에 겉으로  볼 때는 그 상품이 거칠게 다루면 파손이 되는 상품인지, 그럼에도 멀쩡한 것인지 구분이 안 되니 막 다뤄질 확률이 더 높았다.      


 비효율적이었다. 스티커를 붙이는 게 포장용 부자재를 사용하는 것보다 훨씬 저렴하고, 포장 시간도 단축될 텐데 그렇지 않으니까. 무턱대고 빠른 ‘생산성’ 타령을 하기 전에 무엇 때문에 ‘생산성’이 느려지는지 먼저 되돌아보면 좋겠지만 C사는 변할 것 같지가 않아서 입이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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