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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Sep 17. 2023

2022. 11. 12

1부 25-1화

 

 꿈을 꾸었다. 꿈에 나를 포장으로 자주 호출하는 캡틴이 나왔고, 나는 그와 함께 꿈에서 물류센터 일은 아니지만 일을 하고 있었다. 꿈에서 깨고 나니 출근 확정 연락이 와있었다. 그 캡틴이 갑자기 꿈에 나온 건 거저께 식당에서 밥을 먹는데, 그가 갑자기 내가 앉은 테이블에 착석해서 그 기억이 강렬해서 나온 건 아닐까 싶었다.    


 아이러니하게도 꿈에는 그가 나왔지만, 현실에서는 그를 보지 못했다. 오늘은 그 캡틴이 쉬는 날인지 보이지 않았다. 그래서인지는 몰라도 한창 싱글 카트 피킹을 하다가 1층에서 호출이 왔는데 포장이 아닌 분류로 가라고 했다.     


 분류를 할 때마다 안전화를 신어야 하는데, 안전화를 신을 때마다 곤욕스럽다. 내가 잘하지 못하는 일 중에 하나는 신발끈을 묶는 일이다. 그래서 평소에 끈 형식의 운동화를 신지 않는다. 그런데 안전화는 찍찍이라고 흔히 불리는 벨크로 형식의 신발이 아닌 끈으로 묶어야 하는 형태기에 안전화를 신을 때마다 부담스러웠다.   


 때마침 지나가던 청소 이모에게 혹시 신발끈 묶는 걸 도와줄 수 있냐고 물었더니 흔쾌히 이모가 왼쪽 신발끈을 묶어주었다. 이제 오른쪽 신발끈을 묶어야 할 차례였는데, 지나가던 캡틴이 얼른 분류장에 들어가야 한다며 내 신발끈을 묶어주고 갔다. 그것도 아주 야무지게.    

  

 절대 신발끈이 풀어질 거 같지 않게 단단한 매듭이었다. 신발끈 하나 제대로 못 묶어서 다른 사람들에게 부탁해야 한다는 사실이 부끄러웠지만, 분류장에 들어가자마자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부끄러움은 금세 잊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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