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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Oct 05. 2023

2023. 01. 18

1부 27-1화

 

 오늘만큼은 분류를 하기 싫었지만, 단기직인 나에게 선택권은 없었다. 시키면 시키는 대로 해야 하니까. 출석체크 후 줄을 서 있는데, 캡틴이 나를 콕 집어서 “석류님, 1층에 내려가실게요.”라고 말해서 울며 겨자 먹기로 1층에 내려갔다.      


 물량이 많은 날이었는지, 숨이 막힐 정도로 많은 물건들이 컨베이어 벨트를 타고 내려오는 모습을 보면서 숨이 턱턱 막혔다. 퇴근이 가까워져 올 무렵에는 영혼이 빠진 상태로 기계적으로 분류에 임했다.   

  

 이제 분류를 하는 횟수가 늘다 보니 초반보다 속도가 훨씬 빨라졌다는 게 그나마 다행이었다. 분류는 다른 공정과 달리 팀전과 마찬가지라 내가 잘하지 못하면 다른 사람이 힘드니까. 내가 물건을 뒤로 던져주는 속도가 느려지면, 1차 분류 테이블에는 순식간에 물건이 쌓이고 그때부터는 뒤에서 2차 분류를 하며 지역별 토트에 담는 속도도 느려지기 때문에 이 악물고 분류했다.      


 고군분투하다 보니 겨울임에도 너무 더워서 계속 땀이 나서 팔을 걷고 일했는데, 매번 느끼지만 분류를 하면 온몸의 열이란 열은 다 올라오는 것 같다. 한겨울에 반팔을 입고해도 전혀 춥지 않을 것 같이 느껴진달까. 더워서 겨울에도 팔을 걷고 일해야 되는 공정은 아마 분류가 유일할 것 같다.     


 이리저리 뛰어다니는 내 모습이 인상적이었던지 같이 분류하던 분이 “석류씨, 진짜 너무 열심히 하는 거 아니에요? 근데 일 잘하네요. 혼자서 날아다니네요.”라고 했다. 던져주는 것도 하고, 나중에는 위치를 바꾸어 토트에 넣는 것도 쉼 없이 하다 보니 강렬했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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