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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Oct 09. 2023

2023. 01. 18

1부 27-2화

 

 내가 하는 분류는 오토백으로 집품한 상품을 오토백 포장대에 있는 계약직 사원들이 PB에 포장하면 자동으로 포장대와 연결된 컨베이어 벨트를 통해 물건이 내려오는 형태다. 내려온 물건을 컨베이어 벨트에 선 첫 번째 사람이 운송장이 잘 보이게 뒤집고, 뒤집은 물건을 두 번째로 선 사람이 간선인지 일반인지 구분해서 간선이면 따로 빼서 토트에 담는다.      

 간선이 제거된 후 일반이라고 적힌 상품들을 세 번째로 컨베이어 벨트에 선 사람들이 S김이라고 이름 붙은 것만 따로 담고 1차 분류대로 밀어주면 1차 분류대에서 지역별로 나누어 뒤편의 2차 분류대로 던져준다. 그렇게 2차 분류대로 넘어온 상품을 지역별 토트에 차곡차곡 담으면 분류는 마무리된다.     


 만약 맨 앞에서 뒤집는 사람이 송장을 제대로 못 뒤집으면, 간선을 빼는 사람이 뒤집게 되고, 그러면 간선이 제대로 제거되지 않은 상태로 내려가서 컨베이어의 끝에 있는 사람이 간선을 빼야 한다. 한 마디로 한 명이라도 자신의 몫을 제대로 해내지 못하면 일들이 뒤로 밀려서 넘어가서 연쇄적으로 모든 사람이 더 힘들어진다. 팀전이 아닐래야 아닐 수가 없기 때문에 민폐를 끼치지 않으려 분류장에 가면 한 발이라도 더 뛰는데, 아직은 분류가 익숙하지 않아서 그런지 일을 마치고 나면 온몸이 너무 아프다.      


 퇴근 후 집에 가서 파스를 붙여야만 그제야 잠이 들 수 있다. 파스를 붙이지 않으면 온몸이 두들겨 맞은 듯이 쑤시니까. 딱딱하게 굳어 버린 어깨와 다리에 가득한 멍을 바라보며 나는 나지막하게 한숨을 쉬었다. 오늘도 파스에 의존해야만 겨우 잠들 수 있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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