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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Oct 25. 2023

2023. 02. 07

1부 31화

 

 오늘도 분류를 가면 몸이 완전 아작 날 것 같아서 근무 시작 전에 오늘은 아파서 도저히 분류에 가지 못하겠다고 말했다. 알겠다고 캡틴이 대답하길래 집품을 하루 종일 하게 될 줄 알았는데, 그건 내 오산이었다.   

  

 4층에서 집품을 하는데, 8시 50분쯤에 1층으로 내려오라고 호출이 왔다. 분류를 못가겠다고 말했는데도, 설마 분류에 보내는 건가 싶어서 걱정했는데 다행히도 포장이었다.     


 정말 오랜만에 포장을 했다. 오랜만에 했음에도 불구하고 중량물을 포장 할 때의 힘듬은 여전했다. 포대자루와 20kg에 육박하는 고양이 사료, 세탁 세제 포장은 언제 해도 적응이 되질 않는다.      


 적응이 되질 않지만, 그래도 분류를 하는 것 보다는 낫다고 생각하며 위안을 삼고 있었는데 12시에 우려했던 일이 일어났다. 분류로 팔려가게 된 것이다. 팔려갔다는 표현이 딱이었다. 근육통 때문에 컨디션이 좋지 않아서, 분류를 가지 못한다고 말했는데도 캡틴은 들은 척도 하지 않고 나를 분류로 보냈다.   

  

 근육통으로 욱신거리는 승모근과 팔을 계속 주무르며 퇴근 때까지 분류를 해야 한다는 사실이 너무 서글펐다. 심지어 포장을 하다가 분류로 빠지게 되다니.      


 보통 포장을 하러 가게 되면 다른 공정으로 빠진다 해도 집품을 하러가는데, 나는 왜 분류일까. 거저께 분류의 여파로 근육통이 잔상처럼 계속 남아있는데, 이렇게 짧은 텀으로 분류를 해야 하다니. 점점 더 분류를 하는 텀이 짧아지고 있어서 걱정스럽다.     


 모든 포지션을 오가면서 분류를 하다가 겨우 퇴근 시간이 되었고, 분류에서 해방되었다는 사실에 살 것 같았다. 근육통 위에 근육통이 더 해져서 팔을 움직일 때마다 삐거덕 거리는 느낌이 들었다. 온통 멍투성이인 다리는 또 어떻고. 분류를 할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살이 쭉쭉 빠지는 게 체감됐는데, 아마 오늘도 그럴 것 같다. 집에 가면 3kg가 또 줄어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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