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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Oct 29. 2023

2023. 02. 13

1부 32화

 

 존배치로 근무 스타트를 끊었다. 한 시간 정도 존배치를 하며 A존과 B존을 불이 나게 뛰어다니다가 오토 카트로 다행히도 변경됐다. 더 길게 존배치를 하게 될까 봐 걱정했는데. 존배치가 끝나고 난 후 메인에서 존배치 할당이 다시 생기면 부여할 거라고 해서 할당이 생기지 않기를 간절히 바랐다. 존배치를 하며 끝에서 끝으로 오가며 집품하는 건 언제 해도 힘드니까.     


 갑자기 존배치가 다시 뜰까 봐 오토로 집품하면서 불안했는데 9시 15분경에 1층에 포장을 하러 가라고 해서 안도했다. 평상시에도 중량물 포장이 많았지만, 오늘은 더더욱 많아서 오른쪽 팔이 욱신거렸다. 틈틈이 팔을 주물렀음에도 욱신거리는 느낌이 사라지지 않아 괴로웠다.     


 12시 15분쯤에는 포장대를 정리하고 나와서 파지 정리를 하게 됐는데, 산더미처럼 쌓인 파지를 나를 포함해 네 명이서 묵묵히 다 해치웠다. 파지 정리를 삼십 분도 안돼서 끝내버려서 이젠 또 어떤 일을 하게 될까 싶었는데, 4층에 올라가란다.     


 4층에 갔더니 빈클렌징을 하라고 했다. 집품은 이미 다른 사람들이 하고 있었기에 빈클렌징을 맡기는 게 더 낫다고 생각한 모양이었다. 그래서 퇴근 때까지 빈클렌징을 했다.     


*     


 오늘은 최초로 식사시간에 밥에서 김이 모락모락 올라오는 광경을 목도했다. 매일 식사시간마다 다 식어버린 찬밥을 먹어야만 했는데, 따뜻한 밥을 먹으니 뭉클해졌다. 다른 사람들도 나와 같은 생각이었는지 “밥에서 김 난다!”라고 즐거운 표정으로 외치더라. 매일 고단하게 몸을 쓰는 일을 하는데 다 식어버린 밥을 먹을 때마다 괜히 서러웠는데, 따뜻한 밥이 주는 감동은 생각보다 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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