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억의 단상 2020년 10월호
얼마 전 좋은 꿈을 꿔서 오랜만에 복권을 샀다. 즉석 복권이 당겨서 스피또를 이천 원 치 구입했다. 기대감을 안고 동전으로 열심히 복권을 긁었는데 연속으로 꽝만 나왔다. 최소 당첨금인 천원도 걸리지 않았다. 천원도 안 걸리다니. 내 인생에 요행은 없다는 게 다시 한번 증명된 순간이었다.
그러고 보면 나는 언제나 복권 당첨 운이 지지리도 없었다. 연금복권을 샀을 때도 그렇고, 로또도 남들은 흔히 당첨된다는 오천 원도 한 번도 걸려본 적이 없었다. 차라리 스포츠 토토나 프로토를 하는 게 당첨확률이 더 높았다. 토토나 프로토도 운빨이 크게 작용하긴 하지만, 워낙 스포츠를 좋아해서 그런지 베팅을 할 때마다 적중률이 나쁘지 않았으니까.
적중률이 나쁘지 않지만 오천 원 이상 걸어본 적이 없다. 오천 원까지가 나의 마지노선과도 같았다. 더 많은 돈을 걸 수도 있지만 경기가 졌을 때 잃는 돈을 최소화하고 싶었고, 돈에 연연해서 경기를 보기는 싫었다. 프로토와 토토는 경기를 재미있게 관람할 수 있게 해주는 수단으로만 존재해야 한다고 생각했으니까. 그래서 경기를 이겨도 큰돈을 따거나 하는 일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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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단 복권뿐만 아니라 다른 부분에서도 내 삶에서 요행은 없었다. 요행 없는 삶은 내가 세상에 태어날 때부터 이미 정해져 있던 것인지도 모른다. 언제나 직접 발로 뛰고 부딪혀야만 성과들이 나왔다. 기회가 먼저 제 발로 나를 찾아온 적이 없었기에, 항상 직접 내 손으로 기회를 만들어야만 하는 상황의 연속이었다.
때때로 그러한 순간들이 너무 버겁고 힘들었지만 최대한 힘든 티를 내지 않으려 노력하며 살아왔다. 내 안에 짙게 드리운 어둠이 밖으로 나오면 사람들이 떠날까 무서웠다. 사람들이 내게 바라는 건 항상 씩씩하고 밝은 모습인 걸 잘 알기에 그 모습을 지키기 위해 속으로만 끙끙 앓았던 무수한 나날들을 생각하면 괜히 서글퍼진다.
차라리 즉석복권처럼 긁으면 훤히 보이는 삶을 살았다면 어땠을까 하고 생각해 보지만 어느 쪽도 정답은 없는 것 같다. 재미있는 점은 신은 내게 요행은 주지 않았지만, 끈기는 주었다는 것이다. 끈기라도 가져서 얼마나 다행인가 싶다. 끈질기게 목표한 것을 파고드는 에너지를 가지고 오늘도 나는 포기라는 단어를 머릿속에서 지워가며 달리고 또 달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