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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an 20. 2024

제리와 아사미 上

기억의 단상 2020년 11월호

 

 생일 여행으로 오사카에 갔을 때 내내 현지에 사는 친구 포키의 집에 머물며 일정을 함께 했다. 오늘도 어김없이 그럴 예정이었는데, 포키가 까먹고 오늘은 일을 빼두지 않아서 일을 하러 가야 한다고 했다. 포키는 일을 하러 가고, 나는 목표로 한 일정들을 전부 소화한 상태라 뭘 해야 하나 싶어서 급 심심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일단은 집을 나서는 포키를 따라나섰다. 포키가 일하는 곳 근처에서 일을 마칠 때까지 대기하기로 했다. 낮이었으면 카페에 갔을 테지만, 저녁 타임이라 카페보다는 시원한 생맥주를 한 잔 마시고 싶었다. 그래서 근처를 돌아다니다가 생맥주 100엔이라고 쓰여져 있는 간판을 보고, 솔깃해져 곧장 가게에 들어섰다.     

 

 가게는 아담하지만 1층과 2층으로 나뉘어 있었다. 2층에 올라가면 주문하기가 너무 번거로울 것 같아서 1층에 앉았다. 1층 자리 바로 앞이 주방이어서 셰프가 요리를 하는 모습도 볼 수 있어서 재밌을 것 같았고. 혼자 자리를 잡고 앉아서 생맥주와 안주를 시켜서 홀짝이는데, 주문을 할 때마다 내 옆에 앉은 남자와 여자가 웃었다. 왜 자꾸 웃나 싶어서, 그 이유가 궁금해진 나는 그들에게 말을 걸었다.     


 남자는 제리, 여자는 아사미라고 했다. 아사미는 나에게 대뜸 혼혈이냐고 물었다. 나는 아니라고, 한국인이라고 답했고 아사미는 그제야 알겠다는 듯 웃었다. 일본 여행을 다닐 때마다 일본인 소리를 많이 들었지만, 혼혈은 처음 들어서 아사미의 질문이 신선했다.      


 아사미는 내가 한국어로 전화 통화를 하고 있어서 처음에는 한국인인 줄 알았는데, 주문을 할 때마다 목소리가 일본인 같아서 혼혈인줄 알았다고 했다. 잠시 내가 한국에 있는 친구에게 전화를 하던 그 순간을 포착했던 거다. 제리는 아사미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고 있었다. 제리도 나를 혼혈로 생각하고 있었나 보다.      


 한국인이라고 분명히 말했음에도, 아사미는 혼혈 같다고 얼굴이 이국적이라고 말했다. 그도  그럴 것이 하필 그날의 나는 헤어밴드를 하고 있었다. 아사미가 한국인이 아니라고 오해할 만도 했다. 나는 둘에게 어디서 왔냐고 물었다. 아사미와 제리는 도쿄에서 왔다고 했다. 둘 다 일본인인 줄 알았는데 아니었다. 아사미는 일본인이었고, 제리는 싱가폴인이었다. 그 대화를 기점으로 나는 자리를 두 사람 옆으로 옮겼고, 서로 다른 국적의 우리 세 사람은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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