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부 35-2화
응급처치를 마치고 난 후, 다시 분류장으로 복귀하자 짜증이 확 밀려왔다. 일의 능률이 더 오르게 바뀐 것도 아니고, 오히려 더 엉망이 되어버린 상황인데 대체 왜 자리를 바꾸라고 한 걸까 싶었으니까. 캡틴이 자리를 바꾸라고 하지만 않았어도 다칠 일은 없었을 텐데. 화가 났다.
식사 시간이 지나고 난 뒤에야 원래의 자리로 다시 돌아갈 수 있었는데, 그것도 잠시였다. 뒤집기가 잘 되지 않는다고 뒤집기를 하라고 해서 뒤집기를 하다가 간선이 제대로 솎아 내지고 있지 않아서 간선 자리에 있는 분에게 뒤집기를 맡기고 간선을 빼게 되었다.
정기 배송일 아니랄까 봐 간선 물량이 장난 아니었는데, 고군분투하며 간선을 빼는 데에 온 신경을 집중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빠르게 내려오는 간선을 전부 다 잡아내지는 못해서 분류대로 넘어간 간선도 꽤 있을 터였다.
간선을 담는 토트 카트를 담당하는 스파이더가 너무 더딘 데다가 카트를 내 팔이 전혀 닿지 않는 곳에 둬서 간선을 일일이 던져서 토트에 담기가 힘들어서 일단은 내려오는 간선들을 바닥에 다 쌓아두었는데, 지나가던 캡틴이 그걸 보고 짜증을 내며 기분 나쁜 뉘앙스로 말했다.
“막 빼서 놔두지 말고 제대로 보고 넣어야죠.”
그럼 본인이 빼서 멀리 있는 토트에 던져보던가라는 말이 목구멍 끝까지 차올랐지만, 꾹 참았다. 그 캡틴이 주변에 없는 걸 확인하고 난 후에야 참았던 게 터졌다. 욕지거리가 튀어나와서 분노의 간선 빼기를 시전 했다. 안 그래도 다쳐서 서러워 죽겠는데, 속까지 긁고 가다니.
게다가 50분 연장까지 해서 집에 가는 길에 몸이 천근만근 같았다. 일도 힘든데, 다치기까지 하고. 정말 최악의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