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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Dec 13. 2023

2023. 03. 07

1부 38화

 

 이틀 연속 온종일 4층에서 빈클렌징을 하는 업무를 맡았다. 어제와 다른 점이 있다면, 어제는 내내 A존에서 빈클렌징을 했는데 오늘은 B존에서 했다는 점이 약간은 달랐다. 자잘하게 규모가 작은 상품이 많고, 진열 로케이션의 폭이 좁은 A존과 달리 B존은 상대적으로 큰 상품들이 진열되다 보니 로케이션당 폭이 훨씬 깊다.

     

 그래서 로케이션의 물건들을 정리하려면, 팔을 끝까지 집어넣어야 했다. 팔을 다 넣어도 로케이션의 끝에 닿지 않을 정도로 깊지만, 최소한 물건에는 닿으니 꺼내서 정리할 수 있었다. 팔을 다 집어넣고 정리를 해야 해서 그런지 A존을 정리할 때보다 에너지 소모가 더 커서 마칠 때쯤에는 녹초가 되었다.     

     

*     


 특수검진 대상자라고 4월 1일까지 검진을 받으러 가라고 출퇴근 어플에 안내창이 뜨고, 안내 문자가 왔다. 12월에는 아예 출근한 적이 없어서 연달아 8번 이상 6개월을 일한 적이 없는데, 도대체 검진의 기준이 무엇인가 싶어서 출근 센싱을 하는 분들에게 물어보니 3개월에 한 번씩 받아야 하는 거라고 했다.      


 주간 같은 경우는 계속 일해도 특수검진을 받지 않는다. 야간만 받는데, 그만큼 야간 근무가 인체에 해롭기 때문이다. 지정 병원에서만 검진이 가능해서 창원까지 와서 받아야 한다는 게 번거로웠지만, 이러한 특수검진 또한 원래는 없었는데 누군가의 희생으로 인해 만들어진 것이라 미안하고도 고마운 마음으로 받으러 가기로 했다.     


 만약, 누군가의 희생이 없었다면 야간 근무의 해로움을 알면서도 검진을 받으라고 사측에서 권유하지 않았을 거라 생각하니 입가가 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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