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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an 03. 2024

2023. 03. 15

1부 41화

 

 오랜만에 입고를 갔다. 작년 여름 이후로 입고 업무를 하러 간 적이 없었는데, 정말 오랜만이었다. 이틀 연속 분류장에 분류를 하러 갔더니 도저히 중량물 집품 업무를 할 기력이 없어서, 입고를 자원해서 갔는데 이게 웬일인가.     


 퇴근하기 5분 전까지 쉼 없이 일하다가 퇴근해야만 했다. 하필 내가 입고에 간 날 이렇게 빡세게 일하다니. 일복 하나는 정말 타고났구나 싶어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4층에서 식사시간 10분 전까지 B존과 A존을 오가며 물건 진열을 하다가, 식사시간을 10분 남겨두고 난 후부터는 A존에서 재고 이동을 하는 업무를 맡았다. 각 로케이션에 소량으로 있는 상품을 다른 로케이션으로 옮긴 후, 빈 로케이션으로 만드는 작업인데 처음 이 업무를 해본 사람들이 헷갈렸던지 수시로 나에게 질문을 해와서 틈틈이 방법을 가르쳐주어야 했다.     


 식사시간이 지나고 난 후에는 3층에서 세 명의 사람들과 함께 내려가서 ‘토트 재고 이동’ 작업을 했다. ‘토트 재고 이동’은 4층에서 하는 로케이션 재고 이동과 얼핏 보면 형식은 비슷하지만, 전혀 다른 업무다.     


 로케이션 재고 이동은 물건을 같은 층에서 다른 구역으로 옮겨야 하는 거라면, 토트 재고 이동은 아예 다른 층으로 이동을 시켜야 한다. 싱글 카트에 토트를 하나씩 실은 후, 대량의 물건을 박스채 카트에 피킹 한 후에 메인에 모아놓고 일일이 하나하나 박스를 뜯는다.      


 박스를 뜯으면 조그마한 소형 상품들이 잔뜩 담겨 있는데, 그 소형 상품들을 토트에 차곡차곡 담고 4층으로 올려 보내야 한다. 그렇게 4층으로 올라온 소형 상품이 실린 카트는 진열 작업에 투입된다.     


 토트 재고 이동 작업을 하다 보니 땀이 비 오듯이 흘러내렸다. 허리도 욱신거렸다. 그럴 만도 한 게 도합 133kg에 육박하는 실리콘이 든 박스를 카트에 실어서 메인에 옮긴 데다가, 그것 말고도 다 합쳐서 100kg에 육박하는 비타민 상품을 피킹 했으니까.     


 애석하게도 비타민은 4층에 올려 보낼 상품이 초과되어서 다시 자리에 재진열을 해야만 했다. 힘들게 카트에 다 실어놨는데, 허탈했다. 한참 동안 땀 흘리며 토트 재고 이동 작업을 하고 나니 쉬는 시간이 되었다.  

   

 언제나 그렇듯이 쉬는 시간은 쏜살 같이 흘러갔고, 쉬고 오자 토트 재고 이동 작업을 하느라 여기저기 늘어진 박스들을 정리하는 업무를 맡았다. 박스를 다 정리하고 난 후, 2시 30분부터는 반품존 빈클렌징 작업을 부여받았다.     


 반품존은 A존과 B존 둘 다 있다. 일반 상품이 진열된 구역은 로케이션에 붙여진 코팅된 흰색 종이에 숫자가 쓰여 있는데 반해, 반품존은 코팅된 종이의 색상이 다르다. 노랑이나 초록에 가까운 색상이다. 헷갈려서 엉뚱한 곳에 반품 상품을 진열하지 않게 하기 위해 나름의 조치를 취해 놓은 것 같았다. 반품존 빈클렌징 작업을 하면서 물건들을 정리하고, 바코드가 하나인 상품들을 찾아서 걸러냈다. 반품 상품은 바코드가 두 개인데, 새 상품은 바코드가 하나이기 때문이다.     


 3시 40분까지 빈클렌징 작업을 한 후, 메인에 모여서 각자 하던 작업을 종료하고 바닥에 낙하한 상품이 있는지 살펴보고 스텝스툴도 제자리에 위치해 있는지 점검을 마치고 3시 55분에 업무를 끝마치고 퇴근을 했다.

    

 4층은 계단의 층높이가 12층 높이여서 걸어서 내려가는 시간이 많이 걸려서, 5분 전 퇴근이 너무 빡빡하게 느껴졌다. 걸어서 1층까지 내려가는 걸 고려해서 조금 더 일찍 마쳐주는 융통성이 있다면 좋을 텐데, 그런 것까지 바라기엔 너무 사치겠지.      


 끝없이 이어지는 계단을 내려가며 어찌 되었든 오늘 하루도 끝이 났음에 안도했다. 긴 하루가 또 끝이 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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