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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an 10. 2024

2023. 03. 17

1부 42-1화

 

 오늘도 어김없이 1층으로 갔다. 이젠 분류를 하는 게 덤덤해지려고 한다. 덤덤해지고 싶지 않은데 말이다.    


 식사시간 전까지 컨베이어 벨트에 서서 송장이 잘 보이게 물건을 뒤집는 걸 했다. 뒤집기는 분류 포지션 중에서도 내가 가장 싫어하는 포지션 중 하나다. 컨베이어 벨트를 오래 보고 있으면 눈도 아프고, 속도 안 좋아지는 느낌이 들기 때문에.     


 차라리 던져주기나 물건 정리를 하고 싶었는데, 뒤집기를 할 사람이 없어서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뒤집기를 하면서 뒤에서 간선을 빼는 사람이 조금이라도 수월하도록 간선 지역의 ㅇㅅ지역을 같이 뺐다. 물건이 몰려서 내려와서 뒤집느라 정신이 없는 순간을 빼고는 최대한 열심히 간선을 뺐는데, 너무 무리해서일까. 머리가 지끈거렸다.     


 식사시간이 지나고 난 후 아예 간선을 빼는 자리로 간선 빼는 분과 자리를 바꾸게 되었는데, 얼마나 했을까. 어지럽고 속이 울렁거리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화장실을 한 번 다녀와야 할 것 같아서 지역별 분류를 하며 던져주는 분에게 간선을 잠시 맡기고 화장실을 다녀왔다. 다행히, 간선 타임이었기 때문에 지역별 분류해서 던져줄 게 별로 없었기에 맡기고 갈 수 있었다.     


 속이 울렁거리더니 결국 오바이트를 했다. 이 상태로 컨베이어 벨트를 계속 바라보고 있는 건 무리일 것 같아서, 2차 분류를 하던 분과 아예 자리를 바꿨는데 그래도 상태가 나아지지 않았다.     


 컨베이어 끝을 바라보고 있으니 다시금 속이 울렁거렸고, 화장실에 다시 가서 속을 비워 내야 했다. 때마침 화장실에서 나오던 캡틴과 마주쳤다. 오늘 물량이 많은 편이라 캡틴이 “힘들죠?”라고 묻길래, 속이 안 좋아서 두 번이나 토했다니까 분류장에서 빼주겠다고 했다.      


 집품을 하던 사람을 한 명 대신 내리고, 나를 올려 보내주겠다고 했는데 괜히 분류장에 갑자기 불려 올 사람에게 미안해졌다. 내가 아프지 않았다면, 내려올 일도 없었을 텐데. 얼굴도 모르는 이에게 미안함은 들었지만, 도저히 분류장에서 버텨낼 수 있는 상태가 아니었기에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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