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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석류 Jan 17. 2024

2023. 03. 17

1부 42-2화

 

 12시 30분쯤에 3층으로 올라갔다. 3층에 올라가니 캡틴이 집품을 하면 된다고 했다. 한창 집품을 하고 있는데, 다시 속이 안 좋아지는 게 느껴졌다. 그래서 화장실로 달려가 더 이상 비울 것도 없는 속을 또 비워냈다. 컨베이어 벨트를 보지 않아도 이런 걸 보니, 아마 밥 먹은 게 체한 것 같았다.     


 사이다라도 뽑아 마시고 나면 낫지 않을까 싶어서, 사이다도 뽑아 마셨는데도 전혀 차도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었다. 메인에 상비약으로 소화제가 있냐고 물어봤더니 파스 종류밖에 없다고 해서 더 좌절스러웠다. 수많은 사람들이 일하는데, 소화제 하나 갖추지 않고 있다니.     


 1시 8분쯤에 캡틴이 나를 호출하더니 상태가 좋지 않은 걸 전해 들었다고, 일단은 천막에 앉아서 좀 쉬고 있으라고 했다. 쉬고 상태가 좀 나아지면 빈클렌징을 하면 된다고 했다. 세 번이나 토를 하고 나서야 겨우 잠시라도 휴식할 수 있게 되다니. 씁쓸했다.     


 다른 사람들은 바쁘게 일하는데, 혼자 우두커니 앉아 있는 게 마음이 편하지가 않아서 15분 정도 앉아 있다가 천막을 나와서 빈클렌징을 하기 시작했다. 사실, 더 앉아서 휴식해도 되지만 마음이 불편해서 오래 앉아 있을 수가 없었다. 아파서 쉬고 있는 거지만, 놀고 있는 것처럼 보일까 봐.     


 2시가 되고 쉬는 시간이 왔다. 쉬는 시간에 친한 단기직 언니가 위장약을 주었다. 약을 먹고 난 후 사탕도 먹으라고 주었는데, 약을 먹고 난 후 달달한 사탕을 먹으니 아이가 된 느낌이었다. 언니가 걱정스러운 눈빛으로 내 등을 쓸어주며, 분류를 너무 자주 가서 몸이 버티지 못하고 결국 급체한 것 같다고 했다.      


 정말 언니의 말대로 체력이 다 소진된 것 같기도 하다. 급체는 어쩌면 도저히 버티지 못한 몸이 보내는 신호의 전조증상일지도 모르겠다는 생각을 하며 나는 잔뜩 푸석해진 눈가를 누르며, 쉬는 시간이 끝나지 않고 계속 이어지길 바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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